20.10.09 12:19최종 업데이트 20.10.0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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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전) 의원은 고위공직자가 아닙니다. 아무 일반 국민입니다. 조금 전에 평 국민 같으면 제가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씀드렸죠."
-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2020.10.05)
 
강경화 외무부 장관 남편의 외유 논란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민경욱 전 의원의 미국행에 대해 국민의힘은 왜 함구하느냐고 되묻자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민 전 의원은 권력도 없는 평민이고 고위공직자인 강 장관의 남편과는 다르다고 대응했다. 김 의원은 내로남불이 조로남불, 추로남불에 이어 강로남불로 이어지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의 특권과 반칙의 이중 잣대가 도를 넘고 있다고 성토도 했다.
 
강 장관 남편 이일병 교수의 요트 구입과 외유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모든 국민이 삶에 허덕이는 이 시국에 웬 유람이냐는 비난도 할 수 있다. 또 부인이 외교부 장관인데 장관이 내린 외국 여행 자제 권고를 남편이 대놓고 어겨서 되겠느냐는 지적도 할 수 있다. 다만, 은퇴한 노교수의 버킷리스트라는 점과 그의 이런 행위가 코로나19 방역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 등도 함께 고려될 만하다.

국민의힘 민경욱 전 의원의 미국행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도 불출석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백악관 앞에서 4.15 총선 부정을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세계에 망신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 그런데도 평 국민이라서 문제가 될 게 없다니 이건 누가 봐도 제 식구 감싸기고 이중 잣대다. 

무엇보다 이 교수의 행위를 두고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요트 유람이 국민에게 박탈감을 안길 수 있는 건 사실이다. 외교부의 여행 자제 권고를 무시한 것도 비판받을 점이다. 그러나 이건 이 교수가 감당해야 할 도덕의 영역이지 배우자인 강 장관이 책임져야 할 법의 영역은 아니다.

또 이 교수의 행위를 두고 공정성을 거론하려면 야당과 보수언론의 이중 잣대도 같이 거론해야 한다. 국민의힘 민경욱 의원은 평 국민이라서 문제가 될 게 없다니 저울을 속이는 야바위꾼도 이런 억지를 쓰지는 않는다.
 
또다시 시작된 의혹 부풀리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요트 구입 외유로 시작된 이 교수에 대한 의혹과 비난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10월 5일에는 이 교수 소유로 되어 있는 연희동 단독주택에 관한 기사도 쏟아졌다. 의혹 제기가 아니라 현 시가 60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였다.

다음 날은 장진영 국민의힘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의 SNS글이 기사로 등장했다. 매일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 없다는 답답함을 토로한 이 교수를 두고 4000평짜리 저택에서 사는 사람이 답답하다면 서민들은 얼마나 힘들까라는 내용의 비난 글은 대부분 언론에서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답답함은 비교할 개념이 아니다. 4000평 장관 공관과 10평 오피스텔의 삶을 비교해서 이 교수의 답답함 호소를 비난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지는 망신주기일 뿐이다. 무엇보다 언론의 동조가 아니라면 이렇게 큰 뉴스거리가 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10월 6일에는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올린 강 장관과 이 교수를 비꼬는 듯한 글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의원은 '이일병 교수가 이해된다, 강경화 장관과 지금까지 살았다는 그 자체만도 훌륭하다.' '강 장관도 이해가 된다, 장관이 일등병과 살았으니… 장군하고 살았으면 몰라도'라고 썼다. 정당한 비난도 아닌 듣기조차 민망한 글이다. 야당 국회의원의 천박하기까지만 인권 감수성, 혀를 찰 노릇이다.

다음 날인 10월 7일에는 조선일보가 강 장관의 장관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전임 윤병세 장관보다 7배 많은 2000만 원의 정부 예산을 사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또 은퇴용이라던 거제도 땅에 터널공사가 시행되면서 땅값이 오르자 '판매에 좋은 뉴스'라고 이 교수가 블로그에 썼다며 거제도 땅 관련 장관 청문회 당시 사실과 다른 말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했다.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조국·추미애 장관에 이어 강경화 장관까지 문재인 정부의 장관들은 하나같이 특권을 남발하고도 내로남불 한다고 몰아세운다. 그러나 나는 세 장관의 논란에서 어떻게든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어보자는 악의가 더 도드라져 보인다. 조국 전 장관 일가의 수사에서 검찰의 수사 정보 흘리기와 언론의 특종 받아쓰기, 추미애 장관의 아들 휴가 의혹 국면에서 나온 딸 식당에 정치자금 몰아주기 의혹, 강경화 장관의 이일병 교수 요트 구입 논란에 이은 연희동 단독주택 가격과 거제도 땅 의혹까지 다르지만 닮았다.

별건 수사처럼 온갖 의혹을 끄집어내는 모양새나 야당과 보수인사, 시민단체, 언론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의혹을 키워가는 수순까지 닮아도 너무 닮았다.
 
특권 없애자며 공수처는 모르쇠
 
조국·추미애 장관에 이은 강경화 장관을 둘러싼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의 공세는 마치 놀이공원 사격장의 게임과 다를 바 없다는 착각마저 든다. 목표로 한 인형의 가장 약한 부분을 조준해 쏴서 떨어지면 환호하고, 쉽게 넘어지지 않으면 다른 목표를 물색해 다시 조준하는 사격장 게임.

목표물이던 조국 전 장관이 추미애 장관으로 바뀌었고 추 장관이 (아들 의혹에도) 떨어지지 않자 새 과녁으로 설정한 게 강경화 장관이라면? 게임 같은 생각은 상상으로 그쳐야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의 무차별 의혹 제기와 조롱에 가까운 비난을 마주하다 보면 진실규명보다는 떨어뜨려야 한다는 결기가 먼저 보인다. 다음 과녁은 누가 될지 궁금하지 않아야 할 궁금증이 생기는 건 국민의힘 식의 내로남불 의혹 제기가 이번으로 끝난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조국 전 장관 일가의 특권이 법의 저촉 여부를 떠나 불공정으로 와 닿은 건 부인하기 어렵다. 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 특혜 논란에서도 공정의 문제가 대두됐다. 그러나 사법부로 판단이 넘어가거나 불기소한 사안이다. 다시 이 문제를 들춰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을 성토하기보다 허술한 법망을 더 촘촘히 해 불공정의 빈틈을 메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고 국민의힘이 할 일이다.

나경원 전 의원을 둘러싼 의혹이나 박덕흠 의원의 특혜 수주 의혹 또한 법적 판단은 미뤄 두고서라도 재발 방지를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일이다.

이렇듯 장관과 고위공직자, 여당 의원들의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정작 이들의 비리를 조사하고 처벌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에는 여전히 협조하지 않는 국민의힘의 이율배반적인 행동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어떤 이유로, 언제까지 법정 기한을 넘긴 공수처 출범을 나 몰라라 할 것인지 해명이라도 듣고 싶다.
 
21대 정기 국회가 개원한 지도 한 달을 넘겼다. 그러나 야당인 국민의힘에는 참신한 의정 활동보다는 의혹 제기와 인격 모독의 막말이 먼저 보인다.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감시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역할이다. 하지만 어떤 국민도 장관의 사생활까지 거론하며 조롱할 권리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이일병 교수의 요트 외유로 강경화 장관에게 사퇴하라고 하면서도 국민 얼굴에 먹칠한 민경욱 전 의원의 행위는 평 국민이 한 일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식의 공정의 잣대는 틀렸다. 공정과 정치에서의 품위, 모든 걸 바꾸겠다는 국민의힘에서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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