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5 19:03최종 업데이트 20.10.1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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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관 인준청문회 둘째 날인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의 상원 법사위원회에 출석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지명자가 발언하고 있다. 2020.10.13 ⓒ 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 시각)부터 시작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인준 청문회. 사흘간의 일정으로 전 미국에 생방송된 청문회는 상원 법사위 의장 린지 그레이엄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이 진행을 했다. 긴장한 후보를 앞에 놓고 의장석에 앉은 그레이엄 의원의 서두는 매우 길었다.  
 
"오바마케어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엔 재난이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사람들은 모두 오바마케어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우리는 더 나은 것을 원합니다. 뭔가 다른 것을 말이죠. 우린 사우스캐롤라니아 케어를 원합니다. 오바마케어가 아니라요."

질문을 기다리던 대법관 후보는 의장의 연설이 길어지자 곧 알아차렸다. 이 발언이 자신을 향한 게 아니라는 것을. 전국 생방송 화면에 집중하던 시청자들도 금세 알게 됐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지금 청문회장을 빌려 자신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상원 역사상 최고 모금액

13일 CNN은 <린지 그레이엄이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나?>라는 기사에서 그가 역사적인 청문회 자리에서 지역구 유권자들을 의식한 정치적 연설을 했다고 말했다. 청문회 자리에서 의장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채택된다면 지역구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 10억 달러가 지원될 것이라며 대법관 후보를 앞에 둔 발언의 끝부분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우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 운명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유권자들에게 맡겨질 겁니다."
 
짐작하다시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지금 자신의 지역구 선거에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9월 30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그레이엄 현 의원과 도전자인 민주당의 제이미 해리슨은 48%로 동률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얼마나 모았는지 얘기하지 않고 있는 그레이엄 의원과 달리 상대 민주당 후보는 지난 3개월 동안 5700만 달러(약 654억 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이는 역대 상원 선거 사상 가장 많은 분기 모금액이다. 현 상원 법사위원장과 전 민주당 보좌관이란 이름값까지 감안하면 그레이엄 의원의 불안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판세인 것이다. 
 
11월 3일엔 미국 대통령만 뽑는 게 아니다. 50개 주 100명의 상원의원 중 35명을 뽑는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6년 임기의 상원의원은 1/3씩 나눠 2년마다 선거를 하는데 올해는 애리조나와 조지아 두 보궐선거까지 합해 35곳에서 상원 선거가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0월 9일 기사에서 2020 상원 선거를 분석했다. 신문은 각축의 정도에 따라 세 개로 구분했는데 ① 현재의 구도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큰 곳: 앨라배마, 콜로라도, 애리조나 ② 비등비등한 지역: 메인, 노스캐롤라이나, 아이오와,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몬태나 ③ 어느 정도의 조건에 뒤집힐 가능성 있는 곳: 미시간, 조지아, 캔자스, 알래스카, 텍사스이다.  
 
"트럼프를 지지하십니까?" - "...."

지금까지의 분석으로 민주당이 의석을 뺏길 가능성이 큰 곳은 앨라배마와 미시간이다. 변화 가능성이 큰 10곳 중 8곳은 공화당 상원의원이 있는 곳이다. CNN은 여러 전문가의 분석을 바탕으로 11월 3일 선거에서 공화당이 3~5석을 민주당에 뺏길 것으로 예상한다. 상원 과반이 공화에서 민주로 넘어올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감염과 노 마스크 유세 강행 등 트럼프 대통령 발 악재가 계속 나올수록 공화당의 입지는 좁아진다. 곳곳에서 대통령과 손절하려는 모양새가 나타나는 이유다.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열리는 유세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사 맥샐리 후보. 2018.10.19 ⓒ 연합뉴스

  
- 당신은 트럼프에 대한 당신의 지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십니까?
"세금 감면으로 애리조나 주민들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 아니,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냐고요?
"전 매일 애리조나를 위해 싸우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법안을 올렸습니다. 우리 애리조나 주민들 세금 삭감 법안이었죠."


지난주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선거 토론에서 공화당 마사 맥샐리 상원의원은 사회자의 거듭된 질문에 대답을 회피했다. 공군 전투 조종사 출신의 이 여성 상원의원은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전사자들에게 '루저' '호구'라고 한 말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트럼프 지지에 대한 질문 말고도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의료 보험, 10월 내 대법관 임명 같은 문제들이 공화당인 그녀를 곤란하게 했다. 
 
트럼프와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건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이자 이번에 켄터키주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미치 매코널도 마찬가지. 그는 8월 6일 이후 백악관을 방문하지 않았다. 78세의 노 의원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이유로 대통령과 독대해야 하는 최근 모든 행사에서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덕분에 20여 명 넘게 감염된 백악관 내 확진자 명단에서 빠질 수 있었다. 대통령과는 전화통화로 해결한다는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코로나19와 트럼프에서 자연스레 멀어질 수 있었다.  
 
공화당 내 대표적 '친트' 의원이던 린지 그레이엄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골프 친구로 밥 우드워드 기자를 대통령에게 소개했고 정치 문외한인 트럼프에게 여러 자문과 제안을 한다고 자랑하던 그도 지금은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며 그림자를 지우고 있다. 대신 자신에게 표를 줄 공화당 유권자에게 어필하는 배럿 대법관 후보 띄우기에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공화당 전략가는 트럼프와 선을 긋는 이들의 시도를 우려한다.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고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하려 한다면 그 전략은 적어도 몇 달 전에 시작했어야죠"라고 말이다. 
  
상·하원과 대통령까지 민주당?

정치 전문지 <더 힐>은 공화당 여론 전문가들이 분석한 격전지를 보도했다. 아이오와, 콜로라도, 조지아 등에선 트럼프의 지지율보다도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몇몇 공화당 후보들은 트럼프가 패배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하며 이미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에 대항해 상원이라도 공화당이 과반수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트럼프의 최측근이었던 그레이엄 의원도 마찬가지다. 
 
"하원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이 만약 상원을 뺐고 바이든을 당선시킨다면 신은 우리를 돌봐야 할 겁니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바이든 대통령에다가 상원의장과 하원의장이 모두 민주당이 된다면 그들은 우리가 본 것 중 가장 급진적인 의제를 밀어붙일 겁니다."

 
애리조나 상원의원인 마사 맥샐리는 유권자들에게 견제를 위한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마음은 어느 정도 결정된 듯하다. 대통령의 실정에 견제 대신 그 인기에 영합했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미국인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말이다. 상원 선거도 3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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