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6 08:26최종 업데이트 20.10.1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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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저녁 8시 마크롱 대통령은 TV에 출연해 17일 자정부터 통행금지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밤 9시부터 아침 6시까지 적어도 4주간 파리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일드프랑스), 전국 8개 대도시, 릴, 생에티엔, 툴루즈, 리옹, 그르노블, 엑스-마르세유, 몽펠리에에서 이 조치가 시행된다. 이는 최근 일일 확진자가 1~2만 명대에 이르는 등 폭발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증가한 데에 따른 조치다.

물론 예외는 있다. 야간 근무가 필수인 직업이라든가, 불가피하게 직업이나 가족 관련 이유로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은 지난 3~4월 이동통제 기간에 그러했던 것처럼 정해진 양식에 이유를 기입해 지니고 이동할 수 있다. 9시 이후의 대중교통도 그 횟수가 줄어들 뿐 여전히 유지될 예정이다.

그러니까 필요가 입증되지 않은 여흥은 자제하라는 것이 정부의 주문이다. 집안에서 모임을 갖더라도 여섯 명까지 그 수를 제한하도록 당부했다.
 
정부는 연대지원기금 혹은 집세 보조금을 지원받는 저소득층 가구(대략 800만 가구)에 대해서는 어른 1인당 150유로, 아이 100유로 선에서 추가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호텔, 카페, 식당, 영화관, 공연장 등 이번 조치로 영업에 타격을 입게 될 업체들의 손실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하는 재정 지원이 있을 예정이다.

프랑스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검사 결과가 더 빠르게(15분 만에) 나오는 기기를 도입해 더 많이 검사하겠다고도 했다. 이것이 "내년 여름까지 지속될 이번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 전략이라며.
 
모순 
 
대통령의 메시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전과 똑같이 일하라. 마시고 즐기는 일은 삼가라'이다. 방송을 들은 많은 사람은 이번 조치의 효과에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더러 여전히 만원 지하철에 껴서 출퇴근 하고, 저녁에 친구들과 한잔할 생각은 말라는 거지?"

발표 직후 한 네티즌이 남긴 글은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다. 삶에서 즐거움의 요소를 제거하고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기는 하나, 이 조치가 특별히 바이러스를 차단할 건 같진 않다는 것이 많은 이가 SNS 공간에서 드러낸 생각이다.

FI(복종하지 않는 프랑스당)의 멜랑숑 역시 페이스북에 "대부분의 감염은 일터에서 이뤄진다, 이번 조치는 완전한 모순"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한 네티즌은 "만나서 밥은 식당에서 먹더라도, 회포를 풀어야 하니, 집에 가서 마시면 다음날 6시까진 꼼짝 못하고 같이 있느라 상황이 더 악화하는 거 아닐까?"라며 통행금지가 오히려 더 긴 시간의 회합과 만남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전시(戰時)를 떠올리게 하는 통행금지령(Couvre-feu)이란 용어 자체에 거부감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프랑스 응급의학회 회장은 <르몽드>에 "왜 이런 전시 용어가 등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모자란 병상과 인력을 채우는 대신 국가를 마비시키고 있다. 이 방식은 전염병을 멈추게 하는데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2주간의 투쌍 바캉스(한국으로 치면 추석 바캉스) 기간에 대통령은 마음껏 시골로 가 가족과 친지를 만나고 국내여행을 즐기라 권한다. 대도시 위주로 확대되고 있는 감염자 수가 잠시나마 시골 한산한 지역으로 분산되면서 축소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또한 모순의 꼬리표를 떼지 못한다. 밤에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려고 통행금지를 하면서 지방여행은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혹시 바이러스가 밤에만 출몰한다는 연구결과라도 나온 것인가?
 
정부 정책에 제동 건 상원 의회
 

바와 클럽에 폐쇄에 대한 정부안을 기각한 프랑스 상원 10월 13일 저녁 프랑스 상원은 정부가 9월말부터 실시해 온 일부 지역의 바와 클럽에 대한 폐쇄 연장안을 기각했고 보건위기 상황을 4월까지 연장하겠다는 안도 1월까지로 축소했다. 상원의원 앞에 서 있는 남자는 10월 15일 아침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 ⓒ senat (프랑스 상원) TV 영상 캡쳐

 
정부의 강력한 통제 의지에 의회가 반기를 들었다. 프랑스 상원은 마크롱의 대국민 발표가 있기 전날 밤, 지난 9월 말부터 일부 도시에서 영업이 중지되어 있던 바(BAR)와 클럽에 대해 전면 재개방을 표결했다. 예기치 않은 상원의 반란이었다. 정부가 내년 4월 말까지 지속하겠다는 보건위기상황에 대한 동의 요구도 내년 1월까지로 축소했다. 정부가 발표한 4주간의 통행금지 조치 또한 그 이상으로 연장하고자 한다면 국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우리는 당신들이 예외적 권력을 지속적 시스템으로 안착시키는 걸 원치 않습니다."

공화당 필립 바 의원이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 앞에서 한 말이다. 마리삐에르 드 라 공트리 사회당 의원은 "정부가 국민의 통행을 제한하겠다고요? (…)  공권력의 이름으로 행하는 완전한 금지를 지속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더 자유를 존중하고 개인화된 접근을 취하는 것이 훨씬 합당한 일"이라고 발언했다.

의원들 사이에는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가 의회와 협의없이 비상조치들을 일방적으로 발표해온 데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팽배한 상태다. 마크롱 정당인 '전진하는 공화국'에서 탈퇴해 중도 신당으로 옮겨간 의사 출신 하원의원 마르틴 보네는 극소수의 의원들만이 참석한 하원에서 4월 말까지 비상시국을 연장하는 정부안을 막아내지 못하자 지난 2일 트위터에 이렇게 올렸다.

"프랑스인들이여, 깨어나십시오. 의원들은 여러분들의 근본적 자유를 지켜주지 않습니다… 정부는 내년까지 여러분들의 자유를 마음대로 통제할 것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국민의 자유에 대한 통제는 가당치 않은 일입니다."

의사인 그는 의회 내에서 정부 방역 정책 비판의 최전선에 있는 인물이다. 특히 빅파르마(Big Pharma) 중 하나인 길리어드사로부터 거액의 로비를 받아온 의사들이 하울 박사를 공격하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정부의 코로나 방역 정책이 빅 파르마와의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관련기사]
1일 확진자 7천명, 그럼에도 프랑스인들이 태연한 이유(http://omn.kr/1ostf)
 
"공포는 최악의 방역"  
 

마르틴 보네 의원 10월 3일 하원에서 연설하고 있는 마르틴 보네 의원. 의사 출신인 그는 정부의 코로나 정책 국회 조사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이날 그는 정부의 위선을 정면으로 폭로하는 발언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 프랑스 하원 방송 캡처

 
마르틴 보네 의원의 생각은 2월 말 본격화된 방역정책에서 초기부터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의사들(하울, 페론, 투상, 투비아니 박사 등)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코로나 주요 치료약 선택에서부터, 테스트, 테스트 이후 확진자에 대한 조치, 취약 인구에 대한 대응, 데이터에 대한 분석과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현실의 대안에 이르기까지 정부 측과 일일이 대립해온 의사들은 동영상, 방송출연, 책 출간 등을 통해 부지런히 자신들의 생각을 알리며 시민들을 설득하고, 정부의 부당함을 지적해 왔다.

그들의 주장은 ▲ 정부가 구성한 코로나 과학위원회(우리의 질병관리청에 해당) 구성원들에게서 드러난 명백한 이해충돌 정황 ▲ 정부 조치를 순순히 따른 파리 지역 공공병원과 그 반대의 조치를 취해온 마르세유 지역 공공병원이 내놓은 치료성과에서 마르세유가 파리에 비해 3배나 낮은 사망률을 기록했다는 점, 이 두 가지 지점에서 설득력을 가졌다.
 
8월 중순부터 치솟기 시작한 확진자 수는 정부가 공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한 검사에 근본적으로 기인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과거 주치의가 검사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판단하면 받을 수 있었던 코로나19 검사를 거리에 있는 검사소에 줄만 서면 무조건 해주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 8월부터다.

정부는 점점 더 많은 검사를 약속하고, 정부와 대립해온 의사들은 무증상자들에 대한 무차별 검사가 불필요하다고 맞섰다. "더 이상 확진자는 환자가 아니며 이제 광범위한 검사 정책을 버리고, 환자 위주의 대응을 해야할 시점"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확진된 사람의 1% 정도만이 병원 치료를 요하는 환자로 확인되고 있고 나머지 확진자들에겐 1주일간의 자가격리 정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3천에서 6천, 9천, 1만2천… 매일 성큼 성큼 올라가는 확진자 숫자가 시민들 사이에 불안을 조성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런 불안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병을 의심하면서 검사를 받는 줄에 서고 있다.
 
정부의 과도한 검사 정책이 조성하는 불안은 의학계의 집단 성토를 불러왔다. 9월 30일엔 300명의 의사와 과학자들이 공동 성명을 내고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은 잘못되었고, 공포의 조성은 최악의 방역이며, 치료를 오히려 심각히 방해하는 요소"임을 지적하면서 시급히 정부의 방역정책을 조정할 것을 촉구했다.

10월 9일에는 250명의 지식인들이 '제2 유행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인 것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공포를 조장하는 정부의 방역정책이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협한다고 지적하며 코로나 방역만이 정부가 책임져야 할 방역이 아니며 방역을 이유로 더 큰 피해를 사회에 초래하지 않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진정한 민주적 토론을 통해서 새로운 방역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자 행동에 나선 마르세유 
 

식당 폐쇄에 저항하며 문을 연 마르세유 식당 9월말 보건부 장관이 마르세유 지역의 식당들을 1주일간 폐쇄하는 행정 명령을 내리자 시민들은 이 조치를 보건 정책과 관련한 정치적 갈등에 시민들을 인질로 삼은 거라며 저항했다. "식당 폐쇄에 반대합니다. 무슈 베랑 무슈 마크롱" ⓒ BFM 동영상 캡처

 
한편 정부와 일부 현장 의사들 간의 의견 차는 중앙정부와 마르세유시 간의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과학위원회의 일원으로 임명되었던 디디에 하울 박사가 치료약 선택(렘데시비르 vs. 히드록시클로로퀸)을 놓고 정부(그리고 나머지 과학위원들의 선택)의 선택에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한 후, 그가 이끄는 마르세유 IHU 감염병원이 정부 방역정책 저항 세력의 진지처럼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9월 말 보건부 장관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엑스-마르세유 지역의 레스토랑과 바의 폐쇄(1주일)를 결정했고, 이는 지역주민들에게 일종의 정치 보복으로 간주돼 격렬한 저항을 야기했다. 급기야 마르세유시는 시만의 독자적인 과학위원회를 구성하고 코로나 관련 데이터를 직접 집계해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시의회에 제시했다. 이 위원회는 11월 발족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프랑스 최대 규모의 감염병원으로 전국에서 환자를 불러들이던 마르세유 IHU 감염병원의 환자 수가 8~9월 현저하게 줄었다. 이는 전염병이 약화된 확고한 증거로 해석되었다. 그런데 같은 지역의 다른 공공병원에서 나오는 코로나 환자 숫자가 9월 들어 갑자기 늘어났다. 보건부 장관은 그 숫자에 의거해 마르세유 레스토랑들의 전격 폐쇄를 결정한 것이다.

마르틴 보네 의원은 9월 말 정부가 마르세유 지역의 레스토랑 폐쇄를 결정할 당시에 대해 "마르세유 지역의 공공병원 중환자실은 (정부 주장과 달리) 코로나 중환자로 넘쳐나지 않았으며 중환자실에 올 필요가 전혀 없는 가벼운 증상의 환자들로 채워져 있었다"라고 지난 3일 의회에서 주장했다. 즉 정부가 마르세유 지역 공공병원에 압력을 넣어 확진자 수를 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마르틴 보네 의원은 "지금 프랑스를 위급한 상황에 처하게 하는 건 실종되어 가는 민주주의이다, 코로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15일 아침 검찰이 전 총리 에두아르 필립(6월 말까지 재직), 보건부 장관 올리비에 베랑, 전 보건부 장관 아네스 뷔장(2월 중 사임), 보건부 건강국 국장 제롬 살로몽, 망언 제조기로 불렸던 전 정부 대변인 시베트 니아예의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600명이 넘는 의사들이 공동 고소인으로 참여한 고소장을 비롯해 100여 개가 넘게 접수된 정부 방역정책 책임자들을 향한 고소장 가운데 9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8월부터 시작되었고, 그 조사의 일환으로 이번 압수수색이 진행되었다고 LCI 방송은 전했다.
 
"조심하라. 민주주의가 병들면 파시즘이 침대 곁으로 다가온다. 그건 안부를 묻기 위함이 아닐 것"

14일 밤 알베르 카뮈의 이 문장이 유난히 이 동네 웹상을 배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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