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30 08:09최종 업데이트 20.10.3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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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텅 빈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 ⓒ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가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 모임 자제 등의 단계별 방역 대책을 실시중이다. 이에 따라 방역 대책이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로 불리는 우울감과 무기력 등의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연구 결과와 자살(기도) 빈도가 높아졌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비대면을 원칙으로 하는 '뉴노멀'에 따른 외로움, 내가 감염되거나 전파를 시킬지 모른다는 두려움, 혹은 팬데믹의 여파로 닥쳐온 경제문제에 대한 절망감 등 서로 다른 여러 요인에 의해 유발되고, 연령과 계층에 따라 코로나19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 구체적인 상관관계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와 정신건강

지난 25일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이하 FAZ)에 실린 "독일인들 올 봄 봉쇄기간 우울감 더 높았다"는 제목의 기사는, 코로나19와 정신건강의 문제를 연구하는 '나코보건연구(NAKO gesundheitsstudie, 이하 나코연구)'의 분석결과를 보도했다.

나코연구는 '왜 누구는 아프고 다른 누구는 건강한가?'라는 큰 물음 아래 암, 당뇨, 감염병과 같은 여러 가지 질병을 연구하기 위한 대형 연구 프로젝트로, 독일 연방교육연구부의 지원 하에 여러 대학교와 헬름홀츠 연구소, 라이프니츠 연구소 등 총 27개의 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다.
 

나코보건연구 홈페이지 화면 ⓒ NAKO Gesundheitsstudie


2014년부터 무작위로 선택된 독일 전역의 20~69세 성인 20만 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신체활동, 흡연, 식습관, 직업 등 생활방식과 여러 생의학적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사회적 환경, 식습관, 유전자 등 여러 요소들과 건강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내는 데 쓰인다. 20~30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유럽이 봉쇄로 몸살을 앓은 뒤인 5월, 나코연구는 연구 참가자들 중 11만여 명을 대상으로 봉쇄 전후로 이들의 정신건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했다. 이미 진행 중이던 나코연구를 이용해, 같은 코호트(통계상의 인자를 공유하는 집단)를 봉쇄 전후로 나누어 비교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이었던 셈이다. 코호트가 최대 20만까지 되어 지금까지 발표된 비슷한 연구들에 비해 규모도 매우 크다.

FAZ에 실린 나코연구 책임자 중 한 사람인 클라우스 베르거 교수의 인터뷰에 따르면, 정신건강과 스트레스는 평균적으로 악화되었고, 우울 증세와 스트레스, 불안 증세가 모두 현저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과 봉쇄라는 극적인 상황에서 쉽게 예견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하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집밖으로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던 곳에 비해 비교적 느슨한 봉쇄상황이었던 독일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우울증 ⓒ pixabay


30대 후반까지의 젊은 여성들 적신호

흥미로운 것은, 그 차이가 나이대별로 달랐다는 점이다. 20대와 40대 후반 사이의 비교적 젊은 층에서는 스트레스가 매우 높게 측정되었고, 60대 이상의 노년층에서는 우울증이나 불안증세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이나 사회활동이 왕성한 나이층에서 스트레스 지수가 현저히 높았던 것이다. 

특히, 30대 후반까지의 젊은 여성들에게서 정신건강 전반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에 발표된 비슷한 연구 결과들과도 결을 같이 한다. 봉쇄 정책에 따라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재택근무에 더해 집안일의 강도가 더 높아지고, 그 부담이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더 많이 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 6월 <정신의학연구>지에 실린 논문 결과도 비슷하다. 이 연구는 코로나19가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62개 연구를 종합해 총 16만여 명에 대한 메타분석(여러 연구를 종합해 누적 분석하는 것)을 진행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이전에 비해 우울 증세는 28퍼센트, 불안증세는 33퍼센트가 증가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여성과 간호사,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들과 사회적 고립이 쉬운 사람들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나코연구는 지역에 따른 차이도 비교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했던 곳에서 스트레스와 불안증세가 모두 크게 증가했고, 확진자 숫자가 많지 않던 지역에서는 증가 폭이 적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던 사람들은 그 결과의 양음성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미 첫 번째 봉쇄로 인해 우울증상을 겪었던 사람들은 다시 올지 모를 두 번째 봉쇄를 더 잘 견뎌낼 수 있을까? 베르거 교수는 위기를 경험해 본 사람들이 다음 위기를 더 잘 견딜 수 있듯이, 지난 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번 겨울을 더 잘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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