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7 20:45최종 업데이트 20.11.2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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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차기 미국 대통령을 보좌할 새 내각과 백악관 참모 진영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대체로 경험을 중시하면서 다양성을 강조한 조각이라는 평가다. 예상됐던 바이든 당선인의 통치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4년 만에 정권을 되찾아 오는 민주당 지지세력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도 보인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분명한 차이점을 보여줘야 했을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앞으로 4년간 바이든 행정부가 보여줄 새로운 미국의 모습을 첫 내각에서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부통령, 여성 각료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늘어난 여성 각료 수. 물론 조각이 진행 중이고 아직 절반 정도만 모습을 드러내 섣부른 예측일 수 있다. 하지만 부통령 포함 장관급 고위직 24명 가운데 26일 현재까지 8명이 발표됐는데 그 중 5명이 여성이다. 만약 이 비율대로 조각이 완성되면 미국 역대 가장 완벽한 성비를 이룬 내각이 된다.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집권 후반기 장관급 고위공직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3분의 1선이었다.

우선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선 승리 전 역대 세 번째 여성 부통령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이제 두 달여 후면 미국의 첫 여성 부통령이 된다. 올해 나이 56세로, 앞으로 더 큰 꿈을 꾸기에도 충분한 나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재선 도전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이상 그 기회가 4년 후일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의 승리가 확정적이던 7일 저녁 해리스는 대국민 연설에서 "100년 이상 투표권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모든 여성들"을 떠올리며 "내가 첫 여성 부통령이지만 마지막이 아닐 것"임을 강조했다. "어린 소녀들이 오늘밤 지켜본 것은 미국이 가능성의 나라라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면서 본인의 강점인 연설 능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이처럼 젊고 멋진 연설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여성 오바마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그가 그런 별칭을 갖게 된 데에는 출신 역시 한 몫 한다. 그의 아버지는 자메이카 출신이며 어머니는 인도 출신. 오바마 대통령은 아버지가 케냐 출신이며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인도네시아에서 자라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해리스 차기 부통령 사이에는 흑인계 인종에 아시아 문화권의 영향을 받았다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 ⓒ AFP

 
무엇보다 해리스는 상원의원 시절 뚜렷한 자신의 정치 색깔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가 실시한 한 조사에서 그는 미국의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정치인으로 꼽혔다. 이러한 배경은 그를 통상적 대통령 그늘 속의 부통령이 아닌 바이든의 든든한 보완재로 자리매김 시키고 있다.

바이든 내각에서 높아진 여성 각료의 비중은 부통령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지명된 여성 각료의 면면을 보면 구색 맞추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어느 정부나 그렇듯 미국의 장관들 사이에도 엄연히 서열이 있다. 권력승계 순위와 의전 순위 기준으로 국무장관이 가장 선임이고 그 다음 재무장관, 국방장관, 그리고 뒤를 이어 법무장관, 내무장관, 농업장관 등이 이어진다.

경제·국방라인 모두 여성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첫 재무장관과 국방장관에 여성이 내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재무장관에는 사실상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낙점된 것으로 보이며, 국방장관에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만약 두 사람이 공식 지명되고 상원에서 인준 된다면 미국 정치사상 첫 여성 재무장관과 첫 여성 국방장관이 탄생하게 된다.

다만 국방장관의 경우 미셸 플러노이 전 차관의 지명이 당내 일각의 반발을 부르는 모양새다. 한때 방산업체 이사직을 수락한 전력을 들어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 것. 미국 언론에서는 그 대안으로 제이 존슨 전 국토안보장관이 거론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첫 흑인 국방장관이 탄생하는 셈이다. 바이든의 최종 선택을 기다려 봐야 한다.
 

기자회견에 나온 헤인스 DNI국장 지명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시어터' 극장에서 연 차기 행정부 외교안보팀 소개 기자회견장에서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가 발언하고 있다. 헤인스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받으면 첫 여성 DNI 국장이 된다. 2020.11.24 ⓒ 연합뉴스

 
그 밖에 미국 정보 분야 최고직인 국가정보국(DNI) 수장에 지명된 에이브릴 헤인즈 전 중앙정보국(CIA) 차장, 외교 분야 고위직인 유엔대사에 지명된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전 국무부 차관보 역시 여성이다. 두 사람 모두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 하지만 전례 없는 인선임에는 틀림없다. 바이든 당선인의 의도는 입증된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드러나는 윤곽을 보면 구성 비율 등 형식적 차원의 다양성뿐 아니라 내용 측면에서도 근본적 변화가 읽힌다. 새 미국 행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어느 정도 가늠하게 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연방준비제도 의장 출신의 재닛 옐런이 재무부 수장으로 재기용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보건 위기와 경제 위기 속에서 특히 치명적 피해는 서민들 몫. 새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예상되는 시점에 옐런 전 의장의 재무장관 낙점설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옐런 전 의장은 90년대에는 매파로 불렸으나 현재는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상황에 따른 정책변화에 유연하고 특히 최근의 미국 경제는 기준금리를 완화해 시중으로 돈을 푸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옐런은 클린턴 행정부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역임했고 오바마 정부에서는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 의장에 올랐다. 그리고 이번에 바이든 당선인에 의해 다시 재무장관 기용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돌아가며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3대 주요 보직을 모두 섭렵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바이든 정부 초대 재무장관에 지명된 옐런 전 연준의장 ⓒ 연합뉴스

 
민주당내 진보 진영에서는 재무장관에 대선 예비후보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기대하는 입장도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상원 인준 통과가 불투명하고, 무엇보다 실용주의자인 바이든은 월가의 동요를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경제학자이자 법학자인 워런 상원의원은 최저임금 인상과 부유세 신설, 거대 정보통신(IT) 기업 분화를 주장하는 선명성을 보이는 인물이다.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 경제 못지않은 급선무가 정상적 외교 라인의 복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외교 틀을 붕괴시켰고 우방국들과의 양자외교마저도 힘을 내세운 우격다짐으로 일관했다. 한국과 일본, 서유럽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화에 나섰으나 미국에 대한 근본적 불신이 이어졌다.

이란 다음 북한... 외교라인의 변화

바이든 당선인은 후보시절부터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외교정책을 예고해 왔다. 우선 기본 프로세스부터 달라질 전망이다. 대통령의 즉흥적 판단이 아닌, 실무자 검토와 경험자 참모진의 분석 이후 대통령이 판단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이 복원될 것이다.

복원된 프로세스를 통해 실질적 내용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바이든 외교팀은 무너진 다자주의 외교의 틀을 복원하는 일에 나서게 될 것이다. 특히 미국 외교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였던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이란 핵합의) 복원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이란 핵합의 파트너였던 영국, 프랑스, 독일 외교 라인도 기다렸다는 듯이 복원 채비를 하고 있다.

대북 정책은 출발점부터 재점검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 야심과 함께 북핵 문제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참모진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결국 모든 서류들이 민주당 행정부에 의해 폐기처분당할 운명에 놓였다.

민주당 정부는 우선적으로 이란 핵합의 복원에 외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복원에 성공한다는 전제 하에 그 모델 위에 대북 정책을 올려놓을 가능성이 있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을 향하는 참모들의 서류 안에는 이제 리비아 모델 대신 이란 모델이 담길 수 있다는 얘기다. 어찌됐건 결국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이슈는 당분간 정체기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틀을 맞게 될 참모진의 윤곽이 나왔다. 외교 수장인 국무장관에 앤토니 블링컨,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제이크 설리번이 내정됐다. 블링컨-설리번 조합은 트럼프 외교안보팀과 큰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안보보좌관 자리에 임시직 포함 무려 7명을 차례로 고용했다. 인사의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가장 오래 자리를 차지했던 존 볼턴의 경우 1년 5개월. 그 기간 동안 볼턴 보좌관은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늘 충돌했고 경질된 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맹렬히 비판하는 저서까지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과연 블링컨-설리번 팀은 어떨까?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외교안보 참모들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다. 두 사람은 미국의 외교정책 세부 사안을 잘 숙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외교 공무원들과의 호흡도 잘 맞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 첫 국무장관에 블링컨 내정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새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지명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22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2월 당시 미국 국무부 블링컨 부장관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나서는 모습. 2020.11.23 ⓒ 연합뉴스

 
바이든식 외교의 한계

하지만 바이든 외교팀에도 단점은 있다. 예측 가능한 합리적 정책을 추구하면서 미국의 전통적 외교방식으로 회귀하는 모양새지만, 한편으로는 '바이든식' 외교가 무엇인지 여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전통 외교 방식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측 가능한 정책이 나쁘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이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매뉴얼에 근거한 교과서적 외교 틀 외에 바이든 외교의 색깔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는 뜻이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면 그럼 바이든 외교의 핵심은 무엇인가? 바이든 외교팀은 이 질문에 더 명확한 대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상원 외교위원장 출신 대통령으로서는 치명적이다.

다행히도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 시비에스(CBS)사와 한 인터뷰에서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에 대해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적어도 뭔가 시도는 하지 않았느냐는 것.

블링컨 내정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묶음의 카드를 하늘 높이 던져 거기서 뭐가 나오는지 살펴본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한다. 트럼프 외교에 대한 비야냥일 수 있지만, 미국의 전통 외교정책에 대한 자성의 의미도 담겨 있다. 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여러 행정부에 걸쳐 추진해온 정책에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과연 미국의 새 외교안보팀은 합리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외교 틀을 찾아낼 수 있을까? 적어도 다자외교를 복원하고 전통적 우방국들과 보조를 맞추는 일에만 성공해도 미국의 리더십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의 기후변화 특사 임명은 주목할 만하다. 대선 후보까지 지내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인물을 기후변화 특사로 발탁한 것은 바이든 당선인의 다자외교 회복을 위한 의욕을 잘 반영하고 있다.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얼마나 빨리 리더십을 회복하느냐는 이란 핵합의를 복구시키고 파리 기후협약에 재가입하는 등 지구촌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는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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