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 08:18최종 업데이트 20.12.0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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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백신 접종 ⓒ 연합뉴스

 
"홍역처럼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질병으로 아이들이 죽는다는 것은 아주 모욕적인 일이고, 세상에서 가장 취약한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이 총체적으로 실패한 겁니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Tedros Ghebreysus) 박사가 2019년 세계적으로 홍역 발생이 증가한 것을 두고 했던 말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18년 한해 홍역으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는 14만 명을 넘었다. 대부분의 사망자는 5세 이하의 어린이들이다. 꼭 사망에 이르지 않더라도, 홍역에 걸린 아기와 영유아들은 폐렴이나 뇌염과 같은 합병증의 위험, 뇌손상이나 실명, 청력 손실과 같은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될 위험이 있다. 수년에 걸쳐 면역력이 매우 떨어지는, 이른바 '면역 상실증(immune amnesia)' 상태가 되어 독감 바이러스와 같은 다양한 질병에 취약해질 수도 있다.

홍역은 영아들이 접종하는 주요 백신 중 하나로,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18년간 홍역 백신으로 2300만 명 이상의 생명을 보호했다고 추산한다. 홍역 백신은 대개 생후 1년 이후 1회 그리고 만 5세 전후에 1회, 두 번에 걸쳐 접종한다.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의 보고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 어린이의 86%가 1회 접종을 완료했고, 2회분 모두 접종 완료한 경우는 70% 미만이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집단 면역'으로 60% 면역률이 자주 언급되어, 이 수치가 높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홍역 발생을 멈추는 데에는 충분한 수치가 아니다. 전염계수가 2~3 정도인 인플루엔자나 코로나바이러스와 비교해, 홍역은 전염계수가 낮게는 10, 높게는 18까지로 추산될 정도로 (전염자 한 명이 10~18명을 감염시킨다는 의미) 전염성이 높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는 2회의 홍역 백신 접종률을 인구의 95%로 권고하고 있다. 95% 이상의 사람들이 면역력을 가지고 있어야 홍역의 유행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1980년부터 최근까지 1세 유아의 연도별 홍역 백신 접종률(%로 표시)과 100만명 당 전세계 홍역 환자 발생수를 그린 그래프. 세계적으로 예방접종률은 증가하고 홍역 발생은 감소하는 추세를 볼 수 있다. ⓒ 세계보건기구

 
2019년 홍역이 가장 크게 번진 곳은 콩고민주공화국·마다가스카르·소말리아·우크라이나 등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분쟁 등으로 불안정한 나라들이다. 이런 곳의 아이들이 질병에 걸리지 않게 세계보건기구를 위시한 여러 국제기구들은 이들 국가에 예방접종 캠페인과 지원을 해오고 있다. 홍역의 높은 전염률 때문에 높은 예방접종률이 필요하다. 아직 홍역 퇴치를 위한 싸움은 계속되고 있지만, 지난 40여 년간 홍역 발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크게 감소세에 있었다.

감소세였던 홍역, 왜 다시 증가했나

지난 몇 년 간 홍역 유행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몇몇 부유한 나라들에서 홍역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2000년에 홍역 퇴치를 선언했지만 이후 홍역 확진자 수가 증가 추세를 보였으며, 2019년에는 지난 25년을 통틀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유럽에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국 등에서 발병률이 두드러졌는데 2018년 1월에서 8월 사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각각 천 명 이상, 영국에서 5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정부에서 열심히 백신 접종을 홍보하고 있고, 어린이 예방접종이 무료이며, 홍역을 거의 퇴치했다고 여긴 나라들에서 왜 홍역 발병률이 다시 증가하게 됐을까? 
 

2018년 유럽 국가들의 MMR 2회 접종 완료 비율로 초록색이 짙어질수록 접종 비율이 높다(왼쪽,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 자료). 2018년 1월에서 8월 사이 유럽 국가별 홍역 발생자 수로 빨강색이 짙어질수록 발생자 수가 많다(오른쪽, 세계보건기구 자료).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는 예방접종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고 홍역 발생자 수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세계보건기구

     
전문가들은 백신 반대자들, 이른바 안티 백서들(anti-vaxxers)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 연관성은 쉽게 확인이 된다. 2018년 기준 유럽의 질병통제예방센터 자료에 따르면, 홍역 백신 2회 접종 완료 비율이 낮았던 영국·프랑스·이탈리아·그리스 등에서 2018년 상반기 홍역 발생 수가 높았다. 최근 극렬한 백신 반대 운동으로 자주 뉴스에 나오는 나라들이기도 하다.

백신에 대한 의심은 현대식 예방접종의 창시자로 불리는 에드워드 제너가 18세기에 천연두 백신을 고안했을 때부터 있었다.

우리가 지금도 무시무시한 것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인 '호환 마마'에서 '마마'인 천연두는 수천 년간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며 적게는 30% 높게는 70%대의 치사율로 악명을 떨치던 질병이었다. 감염되면 가벼운 증상을 일으키는 우두(소에게 나타나는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전염병)로 사람을 감염시켜 천연두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게 하는 방식의 백신이 보급되면서 점차 그 발병률이 감소하다가 1977년 이후 소멸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이후 천연두 예방접종도 사라지게 되었다.

다른 질병의 발병률 변화를 보더라도 백신의 효과를 알 수 있다. 2011년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 자료에 따르면 예방접종 보급률이 낮았던 20세기 미국에서의 연간 질병 발병률에 비해 2010년의 발병률은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연간 2만여 건이던 디프테리아는 0건(100% 감소), 연간 11만여 건이던 A형 간염은 1만 1천여 건(91% 감소), 연간 53만 건이던 홍역은 61건(99%), 1만 6천여 건이던 소아마비는 0건(100% 감소) 등이다.   
 

미국에서 예방접종 보급률이 낮았던 20세기의 연간 질병 발병률(왼쪽 수치) 대비 2010년의 발병률(오른쪽 수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자료 ⓒ Leon Farrant (design)

 
그러나 백신 반대론이 확산되면서 예방접종률도 낮아지고, 발병률도 다시 늘기 시작했다. 2010년 한 해 61건으로 크게 줄어들었던 미국의 홍역의 경우 2017년 120건, 2019년에는 무려 1287건을 기록했다. 

백신 반대자들

백신 반대자들의 세가 크게 확장되는 데는 가짜뉴스의 힘이 컸다.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은 '백신이 자폐에 걸리게 한다'라는 슬로건이었다. 시작은 1998년 영국의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Andrew Wakefield)가 <란셋>지에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는 논문을 발표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MMR(measles, mumps and rubella)은 홍역과 볼거리, 풍진의 혼합 백신이다. 이 논문 이후 영국의 2세 아이들에게서 MMR 백신접종률은 80% 이하로 떨어졌다. 

그런데 2004년, 위 논문이 자기가 만든 홍역 백신을 특허 신청하려던 웨이크필드가 MMR 백신을 만드는 회사를 고소하려던 사람에게서 돈을 받고 쓴 가짜 논문이라는 게 밝혀졌다. 2010년 <란셋>지는 웨이크필드의 논문을 철회했고 영국 의사협의회는 웨이크필드의 의사 면허를 영구 정지했다. 뿐만 아니라 MMR이 자폐를 일으킨다는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결론의 수많은 연구가 쏟아졌다.

그런데도 MMR과 자폐에 대한 거짓말은 지금도 계속해서 떠돌고 있다. 2016년에는 웨이크필드가 감독한 영화 <백신을 맞으면>(Vaxxed)이라는 영화도 개봉이 되었다. 백신이 흑인 남아들에게서 자폐율을 높인다는 증거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은닉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대형 의약품 회사들이 백신을 독점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면역과 방역에 대한 관리를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로 해석하는 시각, 정부의 무능한 방역 정책에 대한 비판 등이 얽히면서 백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모호한 음모론성 루머들을 양념 삼아 백신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으로 대중에게 스며들고 있다. 

성공적인 수많은 백신이 개발됐고, 이를 통해 많은 감염병이 감소해왔는데도 아직 코로나19 백신이 없어 전 세계가 신음을 하는 상황에서, 이제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지켜낸 백신 전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전염병의 감염 고리를 막는 것이 분명한 만큼, 백신이 전염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 전체를 보호하는 일인 것처럼,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일은 개인에 대한 보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대한 방역의 문제로 직결된다.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는 것이 자기결정권이기만 한 것이 아닌 만큼, 백신 접종에 대한 결정권도 자기결정권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물론 백신의 안전성을 논의하고, 백신이 유통되는 과정을 함께 감시하는 일은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백신에도 부작용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부모로서 자신의 아이들이 맞게 될 백신을 정확히 이해하고자 하는 것, 특히 지금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새로 개발되는 백신이 정말 안전한가를 따져보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의 여러 견해를 종합해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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