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 08:16최종 업데이트 20.12.0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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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아파트 논란이 한창이다. 정부가 호텔을 개조해 청년들에게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자 이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호텔거지'라는 막말까지 나왔다. 또 존재조차 몰랐던, 더불어민주당의 미래주거추진단은 진선미 의원 한마디 덕분에 세상에 알려졌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국민들은 진 의원이 세상 물정 모른다며, 마리 진투아네트라는 별명을 붙였다. 고위공직자와 정치인부터 임대아파트에 살라는 비난이 가득하고, LH사장 출신이 장관이 되자 전국이 공공임대로 바뀌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수십억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입으로는 공공임대를 강조하는 정치인들의 기만적인 모습에 국민들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방 두 개와 베란다가 달린 임대아파트에 당첨되는 게 소원인 나 같은 사람에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임대' 논란이 유쾌하지만은 않다. 자신의 존재와 자신이 사는 집이, 욕으로 쓰이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다.

'청년' 주체를 지워버리는 논쟁
 

'안암생활'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1일 서울 성북구에 문을 연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에서 관계자가 시설을 시연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대학생·청년의 주거안정을 위해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을 공급하고 입주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우수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장기간 공실 상태에 있었던 도심 내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했다. ⓒ 연합뉴스

 
호텔을 개조한 '안암생활'에 청년들이 입주하려면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의 70% 이하, 월 185만 1630원 이하의 돈을 벌어야 한다. 월 최저임금이 179만원 정도이니,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청년들만 입주가 가능하다. 보증금은 100만 원이고, 면적에 따라 27만 원, 30만 원, 35만 원의 월세를 낸다. 안암 지역 주변의 시세를 아는 사람이라면 매력적인 가격이다.

그런데 여기에 진부하지만 생각해봐야 할 여러 가지 쟁점이 있다. 일단 면적이 13에서 17제곱미터다. 4평에서 5평에 불과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우니 지원은 해주겠는데, 대중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만 지원 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서 지원 받는 이들의 욕구는 삭제된다. 인간다운 주거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순간, 사회적 비난을 받기 쉽다.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걸 못마땅해 하는 정치인들과 기득권의 비난이야 정치적 공격이니 무시하고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해소되지 않는 문제가 남는다.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39세에서 벗어난 40대, 고려대를 비롯한 안암동 주변의 대학생이 아닌 이들, 월급을 200만 원 받는 청년, 무엇보다도 서울에 살지 않는 청년들이 있다. 과거 선별적 현물복지제도가 시혜적이고,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게 문제였다면, 오늘날은 '불공정'이라는 정당성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왜 하필 서울지역에 사는 '청년', 대부분이 대학생이나 창업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만 몇 개 되지도 않는 집을 지원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우리는 청년들의 꿈과 희망이 좌절되는 현실에 개탄하면서도, 그 논쟁이 왜 하필 서울 안암동에서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았다.

'청년'에 포함되지 않은 청년들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 입주 시작 1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장기간 공실 상태에 있던 도심 내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의 모습.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대학생·청년의 주거안정을 위해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을 공급하고 11월 30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88만원세대를 기점으로, '청년'이 우리 사회를 바꾸는 변혁의 주체에서, 우리 사회의 피해자로 뒤바뀐 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정치인들과 멘토들이 꿈과 희망을 주고 구원하려고 했던 청년들은 대부분 서울 수도권의 취업준비생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었다.

2010년 3월 31일은,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박지연씨가 사망한 날이다. 그가 공장에 입사한 나이는 19살, 사망한 나이는 22살이다. 삼성에 입사해서 가족들의 자랑이었다가 쓰러진 고졸청년은 박지연씨뿐 만이 아니다.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청년노동자 김태규,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 마스크가 검게 그을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청년담론'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김용균이 일했던 곳은 충남 태안군 원북면이고, 박지연씨가 일한 삼성반도체 온양사업장은 충남 아산시 배방읍이다. 그들이 일하다 죽은 곳은 노량진이나 강남이나 홍대처럼 보통명사로 쓰이는 지역이 아니다.

서울의 청년들과 꿈과 기회를 찾아 서울로 몰려든 청년들이 피해자로만 호명되는 게 문제였다면, 지역의 노동하는 청년들에겐 자신의 문제를 드러낼 '언어'와 '목소리' 자체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왜 청년이 사는 임대아파트는 4평이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과 왜 청년을 지원하는 값싼 공공임대아파트는 서울에만 지어져야 하냐? 는 질문이 동등하게 제기되지 않으면 청년문제는 보편적 문제가 아니라, 특정계층의 문제로 전락할 것이다.

이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다. 올해 초 방 1개와 거실 1개가 달린 2년짜리 청년임대아파트에 당첨된 이후 배달하는 동료들이 어떻게 당첨됐는지를 묻는 경우가 많다. 공공임대에 도전하려면 일단 청약부터 넣고 SH홈페이지에 항상 접속하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뜻밖의 질문이 돌아왔다. '청약은 뭐고, SH는 뭐예요?' 너무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다. 무성한 '청년담론'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배제된 청년들은 담론의 장에 입장할 기회 자체가 없다는 것 아닐까. 문제는 '돈'만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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