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2.01 12:59최종 업데이트 21.02.0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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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긴급사태선언이 발령된 다음날인 1월 9일 신주쿠역 서쪽 출구 풍경. ⓒ 박철현

 
"3월 7일까지 (긴급사태를) 연장하는 방향으로 조정중입니다."

당초 2월 7일까지로 예정돼 있던 일본의 긴급사태선언이 2월말 혹은 3월 7일까지로 연기될 전망이다.

1월 8일부터 시작된 제2차 긴급사태선언은 도쿄, 오사카 등 11개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주류를 제공하는 음식점 위주의 시간단축영업(저녁 8시까지)이 핵심이다. 정부의 시책을 충실히 따르는 업장에게는 1일 최대 6만 엔의 지원금이 지급되며, 이러한 '당근' 정책의 효과로 인해 야간의 통행량은 확실히 감소했다. NTT도코모 기지국의 통계를 보면 최대 60%(도쿄역)에서 최소 25%(긴자)까지 통행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 기대 이상의 코로나 보상... 일본 음식점들은 셔터를 내렸다 http://omn.kr/1rpcc)
 

임시휴업을 알리는 가게들이 즐비한 도쿄 유시마 유흥가. ⓒ 박철현

 
확진자 수도 1월 8일 7844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공식 통계치를 보면 5751명(1월 17일), 3965명(1월 27일)로 진정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담당상은 1월 30일 정례기자회견을 통해 "아직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고, 의료부담 가중이 염려된다"며 긴급사태선언을 연장할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그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NHK, TV아사히는 이미 자민당 내에서 긴급사태연장으로 결론이 났다고 보도하고 있다.

연장의 가장 큰 이유는 니시무라 대신이 밝혔듯 당초 예정인 2월 7일에 해제할 경우 일본의 의료시스템이 다시 붕괴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12월 말부터 1월 중순까지 일본의 의료시스템은 코로나19로 인해 엉망진창이 됐다. 늘어난 확진자와 중증환자들이 입원할 수 있는 병실 및 ECMO(체외막산소공급기)가 부족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자택에서 숨지는 환자들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혼자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자택격리자의 수는 작년 11월 4일 전국 1096명에서 12월 9일에는 6429명으로 늘어났고, 긴급사태선언 직전인 1월 6일에는 1만7484명, 긴급사태 중인 1월 20일에는 3만5394명으로 가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보다 큰 문제는 통상적인 의료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코로나19와 전혀 관련 없는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그 여파가 미친다는 것이다.

긴급 사태 연장, 최악의 통계들

자살자 수도 늘어났다. 1월 18일 경시청이 발표한 일본 자살자 통계를 보면 2019년의 2만169명에 비해 2020년 자살자는 2만919명으로 750명 증가했다. 전년도 대비 꾸준한 감소율을 보여주고 있던 자살자 수가 11년 만에 증가한 것이다. 이중 하반기의 증가폭이 심상치 않다. 상반기엔 예년과 마찬가지로 전년도 대비 감소를 보이다가 7월부터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해 10월에는 2199명으로 2019년보다 660명이나 증가했다.

특히 여성 자살 사망자 수가 466명에서 879명으로 약 80%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통계를 봐도 2020년의 남성 자살자 수는 전년도 대비 135명이 줄었는데(1만4078명→1만3943명) 여성은 6091명에서 6976명으로 885명이나 늘어났다. 이 점에 대해 코로나19 및 그로 인한 제반 상황의 악화에서 자살원인을 찾는 전문가들이 대다수이다. 사업장 폐쇄 및 휴업으로 인한 대량실직, 가정 내 폭력 등에 있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남성보다 더 피해를 입고 있다는 말이다.
 

일본 경시청에서 발표한 국내 자살자 동향 통계 자료 ⓒ 일본 경시청

 
아무튼 이런 급박한 상황 속에서 최근 그나마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서 겨우 숨통이 트이는 상황이 됐는데 만약 2월 7일 긴급사태를 예정대로 해제할 경우 다시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다시 의료시스템 붕괴라는 악몽을 경험해야 한다. 이 사태만큼은 막고 싶다는 의미에서 연장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 아닌가 한다.

터져 나오는 불만... 기름 끼얹은 스가

한편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각 분야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발 빠른 재난지원 대책으로 칭찬받았던 주류 제공 음식점에 대한 특혜 논란이다.

스가 총리는 1월 26일 정기국회에서 작년에 실시된 바 있는 일괄 현급급부금 정책(1인당 10만엔 지급)을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그러한 류의 정책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이 발언은 곧 긴급사태선언이 한 달 더 연장된다 하더라도 보통 직장인 및 음식점을 제외한 자영업자들은 이전과 다름없이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부분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지금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이를테면 정부 시책에 따라 휴업을 선언한 음식점에서 일했던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및 파트타이머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점주는 휴업 보상금을 받지만 갑자기 일을 쉬게 된, 즉 실질적인 실업자로 전락한 이들에게는 아무런 보상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총무성이 29일 발표한 2020년 평균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전년도 대비 75만 명 줄어든 2090만 명으로 집계됐으며 코로나19로 인한 해고 등은 8만 3713명이었다. 비정규직의 대다수를 여성과 고령층이 점유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직장을 잃는다는 것 자체가 당사자들에게는 심각한 생존위기로 다가온다.

하지만 스가 총리의 국회발언을 본다면 실업자들에 대한 금전지원 대책이 실시될 것 같지 않다. 그러다보니 불평등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점주는 가게를 닫는 것만으로 월 최대 180만 엔을 받는데 그 가게에서 일했던 나는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는 불만이다.

이 와중에 스가 총리는, 1월 27일 참의원예산위원회에서 이러한 부분을 지적하는 입헌민주당 이시바시 의원의 "정치는 누구를 위해서 존재합니까?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실업자가 되어 방황하고 종국엔 자살하는 분들도 계신데, 이러한 분들에게 정부의 정책이 닿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는 바람에 구설수에 올랐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 25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답변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정치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고용과 생활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용을 유지하고 생활을 지탱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정부로서는 최종적으로 생활보호가 있습니다. 이러한 안전망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가 총리의 '생활보호' 발언은 금세 트위터 등을 통해 논란이 됐다. 일본의 통념상 '생활보호'라는 단어는 극빈층 혹은 노숙자들의 그야말로 마지막 생명연장 제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즉 보통 사람들 입장에서 보자면 일국의 수반이라는 사람이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맞이해 긴급사태를 연장하니 마니 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실업자에 자살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고작 '생활보호제도'라는 기존의 정책을 언급했으니 실망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의원들은 유흥가서 흥청망청

설상가상으로 정부 여당 의원들의 유흥가 출입 스캔들마저 터져 나왔다. 아소 다로 재무상의 최측근이자 국가공안위원장을 역임했던 마쓰모토 준(70) 의원이 긴급사태선언 기간인 1월 18일 도쿄 최고급 유흥가 긴자의 '크라브' 등 세 곳의 음식점을 돌아다닌 사실이 발각됐다.

<데일리 신초>의 보도에 따르면 마쓰모토 의원은 시간단축영업을 하는 음식점에서 자신의 지부 후원회 간부들과 식사를 한 후 심야에 혼자 크라브 두 곳을 찾았다고 한다. 보통 크라브는 여자 종업원이 손님 옆에 앉는 일본식 단란주점을 의미하며 긴자의 경우 기본 세트 비용만 일인당 5-6만 엔(한화 60만원)에 달한다.

마쓰모토 의원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에게 (야간통행을) 참으라고 해놓은 상황에서 내 행동이 경솔했다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정황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편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의 중진의원 도야마 기요히코(51) 전 재무성 부대신도 22일 심야 도쿄 긴자 크라브를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역시 "불요불급의 외출을 삼가 달라고 해놓고 그것을 지키지 않은 내 행위에 대해 매우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 역시 구체적인 이유나 만난 사람 등에 관해선 함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가 총리의 든든한 뒷배이자 실질적 최고 권력자인 니카이 도시히로(81) 자민당 간사장의 발언이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1월 29일 NHK의 <클로즈업 현대+> 방송에서 다케다 신이치 캐스터의 "NHK의 여론조사 결과 스가 총리를 지지한다는 의견보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비지지율이 더 높게 나왔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건 뭐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가 없잖아요. 일단 다 해보는 거지. 야당의 모 정당은 '모든 책임은 너희들에게 있다'라고 말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죠. 코로나 정책에 관해서 그렇다면 자, 다른 정당은 뭘 할 수 있는데요? 다른 정치인이 제대로 할 수 있나요? 지금 우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파고들어서 불만을 말하는데 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여당이 된다고 해서 좋은 거만 있는 거 아닙니다. 그 어떤 때에도 여당은 여당으로서 책무를 다 해야 하니까요."

니카이 간사장은 여당은 여당으로서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일일이 거론하지 말라고 하지만, 정작 여당의 중진의원들은 긴자의 최고급 크라브에서 노닥거리고 있다. 그렇다면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집에서 히키코모리 생활하다가 급사하거나, 일터에서 잘려 거리를 배회하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서민들의 삶은 도대체 누가 책임지는 것인가. 정치의 존재 의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밖에 없는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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