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2.10 20:50최종 업데이트 21.02.10 20:50
  • 본문듣기
2월 7일 일요일 플로리다 주 탬파 슈퍼볼 결승전 경기장. 거리 두기로 기존의 30%인 2만여 명의 관객만이 입장 대기하던 스타디움 주변에서 피켓을 든 이들이 소리를 치고 있다. 

"새 엠알엔에이(mRNA) 코로나 백신은 위험한 기술이다."
"코로나 백신 제조사들은 책임지지 않는다."
"백신은 발작성 뇌염 자가면역을 유발해."


줄무늬 옷을 맞춰 입고 피켓을 흔드는 그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시위대. 55회 슈퍼볼 결승전이라는 미국인의 관심이 초 집중된 장소에서 백신 반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날 관객 대다수는 의료계 종사자였다. 1년 넘게 코로나19와 치열하게 싸우는 이들을 위해 주최 측이 배포한 7500장 초대장의 주인공들이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제55회 슈퍼볼 결승전에서 백신 반대 피켓 시위를 벌였다. ⓒ 데일리메일 화면 캡처

 
하지만 경기장 밖 풍경에서 그들은 병원에서의 사투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여겼을 것이다.

코로나19보다 더 힘든 가짜뉴스와의 싸움 

캘리포니아 다저스 스타디움에도 시위대가 등장했다.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리던 이 곳은 하루 8000여 명의 주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맞는, 미국에서 가장 큰 백신 접종센터가 됐다. 예약을 완료한 노약자와 기저질환자, 필수 직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이 중요한 장소가 일시 폐쇄됐다. 차례를 기다리는 주민들을 향해 백신 반대론자들이 공격적인 방해 시위를 벌인 것이다. 

"코비드(COVID, Coronavirus disease)는 사기다."
"당신의 영혼을 구하려면 당장 돌아가라." 
"셧다운을 끝내라."


백신을 맞으려고 줄 서 있는 이들을 마스크도 안 쓴 채 위협하던 시위대는 경찰의 출동에도 시위를 멈추지 않았고, 결국 구장은 일시 폐쇄됐다. 

81세 어머니의 백신 접종을 위해 경기장 입구에서 기다리던 아들이 이들의 소란을 지켜보며 트윗했다.  

"예방 접종을 안 하겠다는 이가 있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다른 사람이 맞는 걸 방해하는 건 정말 새로운 차원의 악인 것 같아."

다른 이도 동의했다. ​

"69세의 고위험군인 우리 엄마가 충격을 받으셨네요. 이 백신을 맞기 위해 1년이나 기다린 우린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발 백신 좀 맞자고요."

​백신의 위험을 얘기하는 이들이 경기장 밖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4일 위스콘신주 오로라 건강 병원 약사인 스티븐 브란덴버그가 기소됐다. 자신이 관리하던 11만 달러 상당의 모더나 백신을 폐기한 혐의다. 46세인 이 남자는 음모론 신봉자로 대체 역사(하나 또는 여러 실제 사건이 다르게 전개되는 역사)사이트도 구독하고 있었다. 마이크로칩이 들어 있는 백신이 불임을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코로나19가 속임수라고 믿었던 그는 당직 근무를 서던 지난해 12월 24~25일 모더나 백신 570도스를 냉장고에서 꺼내 3시간과 9시간 동안 바닥에 놓았다 들여놓는 행위를 했다. 동료 약사의 신고로 연방경찰에 기소된 남자는 곧바로 병원에서 해임됐고 약사면허가 정지됐다. 그가 손상한 백신은 최소 57명의 환자에게 투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제품 조작과 다른 사람이 사망하거나 신체 부상의 위험에 처할 위험을 간과한 두 가지 혐의로 기소된 그는 10년의 징역과 25만 달러의 벌금에 처해졌다. 

"내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고 내가 초래한 피해에 대해 깊이 사과합니다."

1월 13일 신청된 ​FBI의 영장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행동을 사죄했다. 그러나 매우 늦은 후회였다. 
 

화이자-바이오앤텍의 코로나19 백신 ⓒ 연합뉴스

 
우왕좌왕 백신 백태 

"경찰이 두 명씩 일곱 단계에 걸쳐서 ID 체크, 카드 확인, 건강 문진 등등을 하더라고. 그렇게 주사를 맞고는 앉아서 15분을 기다렸는데 별 이상 없는 거야. 그제야 다음 접종 날짜 카드 받아서 왔지. 복잡하고 다들 고생이 많더라고."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노인 아파트에 사는 이모와 이모부는 지난달 17일 백신을 맞았다. 주사를 맞은 왼쪽 어깨가 며칠 뻐근하다 괜찮아졌다고 했는데 한 달 후인 오는 2월 14일 2차 접종을 기다리는 중이다. 70대 고령에 당뇨까지 있어 걱정이 많았는데 그래도 전보다는 좀 안심이 되나 보다. ​​이모는 백신 접종 과정을 무용담처럼 들려주었다. 

내셔널 가드(미군의 일종)가 백신을 배송하고 이렇게 지역 경찰까지 동원된 백신 접종에는 우여곡절이 많다. 

지난 1월 27일, 로키산맥 줄기인 오리건 주에선 백신을 실은 의료진 차가 눈길에 갇혀 버렸다. 백신 사용기한인 6시간 내 다음 장소 도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오리건주 조세핀 카운티 공중 보건 직원들은 도로 위 운전자들을 상대로 즉석에서 백신을 접종하기로 한다. 직원들은 영문을 모르는 운전자의 차창을 두드려 신분증을 보여주고서는 남은 백신 모두를 무사히 사용 완료했다. 

지난 2월 4일 플로리다 주에선 백신을 실은 차가 도난당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플로리다 플랜트 시티 예방접종센터에서 사용될 예정이었던 이 백신을 실은 차를 운전자가 길을 물으려고 내린 사이 누군가 끌고 달아났다. 얼마나 많은 백신이 차 안에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인데 플로리다 경찰은 지금껏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 

​1월 22일 버지니아주 메디컬센터에선 1900회 분의 백신이 폐기 처리됐다. 청소업체의 실수로 냉동고 플러그가 빠져 영하 20도에서 보관되어야 할 모더나 백신이 상온에 방치됐던 것. 버지니아 하원의원까지 조사에 들어간 이 사건의 후속 조처로 버지니아 내 모든 백신 보관 냉장고 플러그가 고정되고 경고 시스템이 정비됐다. 

1월 28일 ​시애틀에서도 백신을 보관하던 냉장고가 파손됐다. 그 안엔 1650회분의 백신이 있었는데 일찍 발견한 직원들은 폐기 위기에 처한 백신을 제때 사용하려고 총출동했다. 밤 11시 SNS에 긴급 메시지를 올리고 다음 날 예약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했다. 새벽 2시가 넘으면 폐기해야 해니 지금 당장 지역 병원으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잠옷 바람으로 병원 앞에 줄을 섰다. 지역 병원에 분산 배포된 백신은 금요일 새벽 2시 반까지 1650회분 전량이 접종됐다. 

​​"우린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주의 지침에 충실히 따랐습니다. 백신 한 방울도 낭비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지요." 

​사고가 난 스웨디시 병원 책임자는 밤새 고생한 직원들의 눈부신 활약을 자랑했다. ​​한밤중 비상사태에 한몸처럼 움직여준 병원 관계자와 거기에 호응한 시애틀 주민들의 콤비 플레이가 1650회분 백신을 살려낸 것이다. 

이런 일들을 거치며 2월 9일 현재 미국에서는 백신 총 4200만 회 이상의 도스가 투여됐다. 지난해 12월 14일 시작해 약 두 달 사이 미국 전체 인구의 9.7%가 한 번이라도 접종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 병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소를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번 방문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9일 만의 첫 외부 공식 일정이다. 2021.1.29 ⓒ 연합뉴스

 ​
연말까지 집단면역 가능할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 100일까지 1억 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공언했다. 현재까지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정부로부터 충분한 백신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뉴욕 등 많은 주정부들은 예약된 환자들에게 2차분을 미리 접종하고 있다. 저온 수송 등 까다로운 운반 과정에서 실수를 남발하고 숙련된 인력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 백인보다 백신 신뢰도가 낮은 흑인 등 유색 인종의 접종을 독려하는 것도 큰 과제다. 무엇보다 음모론과 잘못된 신념으로 백신 접종을 방해하는 이들에 대한 처리가 골칫거리다. 

다행히, 최근 1주일간 미국 내 신규 확진자 수는 82만 5천 명 수준으로 전주보다 25% 감소했다. 가장 심각한 캘리포니아의 경우 전주보다 48%나 감소했다. 이미 미  전역에 퍼졌다고 판단되는 변이 바이러스가 또 다른 걱정이지만 마스크 의무화를 공표한 바이든 정부에서 점차 정상을 찾아가는 시스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 <시비에스(CBS)>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계획을 수정했다.

"올여름이 끝나기 전 집단 면역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백신이 생산되도록 최대한 노력 중입니다."

방송은 올 연말까지 미국인 75%가 백신을 접종한다면 비로소 집단 면역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의 견해를 전했다. 가짜뉴스를 비롯한 무수한 태클을 돌파해야 집단 면역이란 트로피를 거머쥔다는 것이다. 그 길은 멀고도 험하다. 2월 9일 화요일 밤 10시 현재 미국의 확진자 수는 2700만, 사망자 수는 46만 8103을 기록 중이다.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10만인클럽후원하기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