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21 12:01최종 업데이트 21.05.2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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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1일 오후 6시 30분]

전 세계 코로나 확산세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일별 단위의 그래프는 매일 출렁이지만 거시적 관점으로 본 추이는 확실히 하락세다. 올해 2월 이후 꾸준히 늘던 신규 확진자 수는 4월 24일 95만 7163명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이어가고 있다. 5월 15일 이후부터는 60만대 이하를 유지 중이다.

국가별로 관찰하면 하락세가 더욱 선명하다. 누적 확진자가 가장 많은 미국은 꾸준히 하강 그래프를 그리면서 15일 이후 일평균 3만대의 신규 확진자를 기록 중이다. 4월 이후 최대 피해 국가 인도도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조금씩 하락세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17일 일별 사망자가 최고 기록인 5239명을 기록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서유럽의 최대 피해국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 5개국도 신규 확진자 하락세가 뚜렷하다. 서유럽보다는 상황이 나은 동유럽의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헝가리 등 4개 최대 피해국에서도 예외 없이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다만 남미의 경우는 예외적이다. 대부분의 상위 피해국들이 상승도 하락도 없이 출렁이는 평행선을 유지 중이다.
 

화이자 백신 ⓒ 이희훈

 
대부분의 정부와 보건당국,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이러한 급진전을 백신 접종의 영향으로 판단한다. 각국은 다시 대유행이 번지기 전에 최대한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려 지금의 추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전략에 기생하는 몇몇 퇴행적 장애 요소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언론과 과민한 여론의 백신에 대한 몰이해, 심지어 고의적 왜곡 등으로 방역당국들이 최근 부쩍 경계하는 모양새다.

[퇴행 ①] 코로나19 안전 국가와 백신접종률은 비례하지 않는다

첫번째 퇴행적 왜곡은 백신 보급/접종률과 관계된다. 백신 확보 문제가 상대적으로 시급하지 않음에도 정치적 공격 대상으로 전락해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경우로, 한국이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23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는 백신 지원 문제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백신 지원을 받아오라는 압력과 함께 떠나는 모양새로 외신들에 비치면서 협상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한국 정치권의 백신 논란은 그래서 국익에 반하는 정치 공방의 좋은 예가 된다.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 환영 인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어떻든 한국의 백신과 관련한 야권의 비판은 정쟁의 산물에 가깝다. 물론 백신을 사실상 전략 무기화 하려는 미국의 속내 또한 비난의 소지는 많다. 미국은 최대 백신 생산국으로 자국민들용으로 충분한 양을 확보하면서도 수출은 하지 않아 전 세계 백신 수급에 큰 기여를 하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백신 처방 이전에 방역-보건 당국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 확진자 수를 관리해 왔다. 그 결과 인명 피해뿐 아니라 선진국 가운데 팬데믹 기간 동안 경제 피해를 가장 덜 입은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관련기사 : "한국이 또 입증할 것" 국내언론과 상반된 해외의 극찬 http://omn.kr/1t4xx)

유럽연합(EU)은 회원국 국민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역외 국가 가운데 방문해도 좋은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를 세 범주로 나눠 권고사항으로 마련해 놓고 있다.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그린카드로 분류된 나라는 한국,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태국, 이스라엘, 르완다가 해당된다(이 가운데 태국은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의 백신 접종률이 비교적 낮은 이유는 바이러스 발생률이 낮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백신 물량은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이 독점적인 확보에 나선 것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수요에 만족할 만큼의 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도 있다. 하지만 접종률과 바이러스 발생률의 상관관계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공통적 현상이다. 아래 표는 이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국가별 코로나19 발생률/백신접종률 비교. Ourworldindata 참고 ⓒ 임상훈

 
조사 방법은 다음과 같다. 13일 기준 조사대상 192개국의 인구 100만 명 당 코로나19 발생률을 조사해 내림차순으로 순위를 정했다. 그 국가들 가운데 접종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비율) 자료가 나오지 않은 나라는 비교가 불가능하므로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그렇게 해서 발생률과 접종률 자료가 모두 있는 103개국을 비교대상국으로 삼았다. 

그 국가들을 발생률 기준 내림차순으로 10개국씩 묶어 집단을 만들면 10개의 집단이 나온다. 단 마지막 집단에는 13개국이 포함된다. 마찬가지로 103개국 가운데 접종률 기준 내림차순으로 10개국씩 묶어 집단을 만들면 역시 10개의 집단이 나온다. 여기서도 마지막 집단에는 13개국이 포함돼 있다.  

조사 자료는 영국의 통계 전문 매체 아워월드인데이타(ourworldindata)를 근거로 했다. 발생률 상위 10개국의 평균값을 구해 점으로 표시하고, 같은 방법으로 모든 집단의 평균값을 점으로 표시해 점들을 직선으로 연결하면 위의 파란색 그래프가 나온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접종률 기준 10개의 집단 평균을 점으로 만들어 직선을 연결하면 주황색 그래프가 나온다. 

그림에서 보듯 집단별 접종률 순위는 집단별 발생률 순위와 거의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3개국을 개별적으로 비교하면 예외의 경우가 많이 나오지만 10개국씩 묶어 그룹별로 비교를 하면 큰 추이를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이 그래프에도 4번째 그룹처럼 예외는 있지만 그 그룹 안에는 모나코, 몰타와 같이 접종률이 극도로 높은 작은 국가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유럽연합이 분류한 코로나19 안전 국가 7개국은 백신 접종률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인구대비 접종률 세계 2위지만(1위는 대서양의 작은 섬나라 세이셸로 이스라엘이 사실상 1위) 싱가포르는 16위, 뉴질랜드는 74위, 한국은 83위, 태국은 95위다. 르완다와 호주는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국가들이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 국민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역외 국가 가운데 방문해도 좋은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를 세 범주로 나눠 권고사항으로 마련해 놓고 있다.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그린카드로 분류된 나라는 한국,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태국, 이스라엘, 르완다다 ⓒ 르피가로

 
이처럼 백신접종률은 개별 국가들의 상황에 따라 각자의 전략에 따른 조치일뿐이다. 적어도 앞서 언급된 두 변수(일부 국가들의 횡포와 생산 수급 불충분)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태국의 경우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문제를 낮은 접종률 때문으로 보는 것도 무리다. 이는 백신 접종률이 높은 칠레(39.8%, 4위)가 최근 확진자 급증세를 보인 것을 백신 무용론으로 결론짓기 어려운 것과 같은 논리다.
 
[퇴행 ②] 억울한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전략과 관련한 두 번째 퇴행은 아스트라제네카 관련 논쟁이다. 요약하자면 화이자, 모더나 등 다른 백신에 비해 아스트라제네카는 효과도 떨어지고 위험은 높다는 것이 관련 논란의 핵심이다. 백신 보급/접종률과 마찬가지로 이 또한 도를 넘어선 정쟁 수준에 가깝다.

아스트라제네카 관련 언론의 과도한 여론몰이는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 대륙의 많은 언론들은 지속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영국은 모함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다른 목소리에 묻히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개발국과 생산국이 미국과 유럽연합 국가들이기 때문에 의도적인 아스트라제네카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언론들도 미국과 유럽 대륙의 언론 보도를 인용 보도하고 있다.

결국 언론의 과도한 여론몰이가 지속되자 이에 지친 유럽연합 집행부는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유럽연합 공식입장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음해를 차단하고 나선 것. 유럽연합은 부설 유럽의약품기구(EMA)에 (<르몽드>에 따르면 명령에 준하는) 관련 조사를 요청했고 유럽의약품기구는 지난달 이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유럽의약품기구(EMA)의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의 이점과 혈전 발생 위험 조사' 결과를 다룬 르몽드 보도. ⓒ 르몽드

 
조사에 참여한 한 전문가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억울함을 주장하는) 영국보다 더 엄격하게 조사됐"으며 아직 기간과 대상이 충분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이 조사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위험 가능성 대비 효능이 월등하기 때문에 여전히 백신 접종에 적극 활용을 해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위험 가능성 대비 효능이 월등하다 해도 위험 가능성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위험 가능성 제기는 혈전 생성과 관련이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한 대상의 경우 드물게 혈전증상이 발견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실제 많은 언론들이 관련 보도를 하고 있다.

이번 유럽의약품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한 사람 1천명 가운데 0.1명(0.01%)에서 혈전이 발견됐다고 한다. 참고로 8시간 이상 비행기 여행을 하는 사람의 1천명 가운데 28명에게서 혈전이 발견된다고 한다.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을 때 장단지가 딱딱해지는 경우가 그것)

또한 임산부 1천명 가운데 9명에게서 혈전이 발견되며, 피임 여성 1천명 중 2~3명은 역시 혈전 증상이 있다고 한다. 비만 1천명 중 2.8명이 혈전 증세를 가지고 있고, 그냥 일반인 가운데 1천명 중 1.2명도 혈전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유럽의약품기구는 일상의 혈전 발생 경우와 비교를 하면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시 드물게 발생하는 혈전 발생이 심각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 르몽드 캡처

 
유럽의약품기구는 위의 몇가지 일상의 혈전 발생 경우와 비교를 하면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시 드물게 발생하는 혈전 발생이 심각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은 이 조사 결과와 함께 아스트라제네카 관련 논란을 종결지으려 하고 있다.

지난 13일 영국의학회의 공식 간행 매체인 영국의학저널(BritishJournal, bmj.com)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의 효능을 비교한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은 두 백신 모두 1회 접종만으로 코로나19와 관련된 증상 및 중증 질환이 현격하게 줄어든 사실을 담았다. 다만 이 논문 대상과 기간의 한계로 화이자 접종자의 경우 2차 접종에서 추가 보호 효과가 발견된 반면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결과를 유추할 만큼 자료가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영국의학회의 공식 간행 매체인 영국의학저널(BritishJournal, bmj.com)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의 효능을 비교한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은 두 백신 모두 1회 접종만으로 코로나19와 관련된 증상 및 중증 질환이 현격하게 줄어든 사실을 담았다. ⓒ BritishJournal

 
최근 한 정치인은 미국으로 소위 '백신외교'를 떠나 야당이 지자체장으로 있는 곳에라도 백신 지원을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또 다른 정치인은 한 방송에서 자신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아닌) 화이자나 모더나를 맞겠다'고 말했다. 이 두 경우가 이 글에서 지적한 두 퇴행에 해당한다. 

첫 번째는 부적절한 도발로 국가의 협상력을 저하시키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었고, 두 번째는 부정확한 정보로 국가 백신 전략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 물론 한국은 접종자가 백신을 선택할 권한이 없다. 프랑스, 벨기에 등에서는 접종자가 백신을 선택할 권한이 있다. 한국처럼 특정 백신에 과도한 몰매를 퍼붓지 않기 때문에 쏠림 현상이 상대적으로 적어서다.

언론과 정치권의 건전한 감시와 비판은 당연히 권력을 투명하게 하고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지킨다. 하지만 정쟁의 수단으로 왜곡과 은폐를 일삼는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퇴행을 의미한다. 정쟁을 목적으로 국가의 보건 안보를 무너뜨릴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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