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03 11:22최종 업데이트 21.07.0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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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 연합뉴스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하고 있으며, 6월말까지 1억 회분이 공급된다. 9월까지는 다시 1억 회분 이상의 백신이 확보될 예정이다. 적어도 6월중에는 예약상황 등을 보고 고령자 접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지자체를 중심으로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을 비롯한 일반접종을 개시할 것이다. 단체 직장접종, 대학접종도 실시할 계획이다."(5월 28일, 관저기자회견)

"중증화 가능성이 높은 고령자들에게 대한 백신접종은 7월말까지 끝낼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6월말까지 접종횟수가 4000만 회를 넘을 것으로 본다. 올해 10월에서 11월까지는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다."(6월 9일, 국회당수토론)
 
위의 두 발언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공식발언이다. 스가 총리를 비롯해 고노 다로 백신담당상,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담당상 등 백신 정국을 이끌고 있는 일본 정치인들의 발표를 살펴보면 6월말, 7월말, 10월말, 11월말이 자주 등장한다.


저번 화(올림픽 강행 일본, 각 가정으로 배달된 황당 우편물 http://omn.kr/1tzbe)에서 소개했듯 일본의 백신정책은 몇 번이나 수정됐고, 스가 총리가 공언했던 일일 백만 회 접종은 6월 넷째 주(20일-26일)에 달성하는 듯 싶더니 6월 27일부터 다시 평균 70-80만 회로 줄어들었다. 7월 1일에는 절반수준인 53만회 접종에 그쳤다.

백신 공급과 수요(접종희망자) 예측이 어긋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크다. 일본은 여전히 AZ와 화이자 혹은 모더나 백신의 교차접종을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AZ백신을 사용해도 된다는 승인을 5월 21일 내린 바 있지만, 해외에서 보고된 AZ백신의 혈전증 사례를 이유로 들며 국내사용은 금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승인 후 한 달여가 지난 6월 23일 고노 다로 백신담당상은 TV 방송에 출연해 "한국은 교차접종을 하고 있다"라는 패널의 질문에 "우리는 (교차접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생산은 됐지만 이러한 이유로 못 쓰고 있는 AZ백신은 현재 약 2천만 회 분량에 달한다. 일본정부는 이 백신을 대만, 베트남, 타이,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 '백신외교'라는 이름으로 무상 기부하고 있다.

아무튼 일본정부 관계자들이 항상 말하는 월말 중 하나인 6월말이 지났기 때문에 그들의 발언을 한번 검증해 보고자 한다.

백신정국을 이끄는 사람들의 말 바꾸기

처음에 밝혔듯 스가 총리의 공식 발언 중 6월말이 언급되는 것은 "6월말까지 1억회 분이 공급된다는 것"과 "6월말까지 접종횟수(1차, 2차 합계)가 4천만 회를 넘을 것"이라는 부분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1박스 195바이얼로 공급된다. 1바이얼(병)은 5회 접종분량이다. 그렇다면 1박스에 975회 접종이 가능하다.

먼저 의료종사자 분량으로 설정된 화이자 9600박스(1,2차 합계)가 이미 들어왔다. 936만회 분량이다. 고령자를 포함한 일반접종 분량은 6월 마지막주까지 8만4341박스가 들어왔다. 약 8200만회 분량이다. 여기에 모더나까지 가세하면 스가 총리가 언급한 1억 회 분량 확보는 충분하다. 7월 이후에 순차적으로 들어올 백신까지 계산한다면, 그리고 5월 중순부터 1바이얼당 6회 접종이 가능한 주사기를 사용하고 있으니, 스가 총리의 "1억 9천만 회 접종분량 확보"는 (물론 예측과 전망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거짓말은 아니다.

두 번째로 스가 총리는 애초에 6월말 고령자 접종완료를 발표했다가, 7월말 고령자 접종완료, 나아가 희망자에 한해 7월말 고령자 접종완료 등으로 말을 바꾸었다. 그리고 6월 9일 국회 당수토론에서 "6월말까지 4천만 회 접종완료"를 언급했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7월 1일 현재 일본 국내의 백신 접종횟수는 4491만 572회이다. 이중 의료종사자를 제외한 일반접종횟수는 3536만 6445회이다. 약 한 달 전의 1400만 회와 비교하면 하루 평균 75만-80만회의 속도로 총력전을 펼쳐왔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스가 총리의 '6월말'에 관련된 발언이 검증결과 사실로 밝혀졌다 하더라도 의문은 남는다. 일본은 현재 백신공급부터 접종까지 약 3-5일의 시간이 걸린다. 각 지역 및 접종기관에서 예약자를 받고, 그것을 모아 예약자 물량만큼 상급지자체에 신청한 후 백신이 도착하면 접종하는 시스템이다. 후생노동성은 백신 보관의 어려움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당일에 바로 접종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스가 총리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6월말까지 확보한 화이자 백신만 하더라도 9천만회 접종(936만회+8200만 회) 분량이 일본 국내에 들어왔다는 말이다. 여기에 현재 2천만 회 분량의 모더나 백신(9월말까지 5천만 회 접종분량 확보예정)까지 있다면 1억 1천만 회 분량이다. 예약에서 접종까지 며칠 걸리지도 않는다면 6월말 현재 접종누적횟수 약4491만회는 물량의 절반도 소화하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고노 다로 백신담당상은 6월 23일 "예약자가 폭증하고 있어 공급량(수급량)이 따라가지 못한다"며 모더나 백신을 접종하는 지역대량접종과 기업대량접종 예약을 당분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25일까지 각 기업과 대학 등에서 접종신청 횟수가 3642만회를 넘어 모더나 백신으로 도저히 커버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접종 현장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고 하루 100만회 접종도 가능하다는 것을 6월 셋째주에 보여줬다. 즉 접종 역량의 문제는 아니다. 주사기도 6회 접종가능한 것으로 바뀌었다. 물량이 남아도는 화이자 백신으로 대체하면 되는데 왜 예약을 받지 않는가라는 비판이 폭주했다.
  

고노 다로 백신담당상 ⓒ EPA=연합뉴스

 
이상한 매뉴얼

그러자 지난 6월 30일 고노 백신담당상은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접종으로 할당된 1200만회 분량의 모더나 백신을 화이자 백신으로 대체하겠다"며 지역접종 예약을 재개할 뜻을 내 비쳤다. 하지만 기업대량접종 예약은 여전히 중지 상태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기업접종 재개를 묻는 질문에 고노 장관은 "지금 상황에선 (예약재개) 일정이 아직 없다"라고 말했다. 보통이라면 지금 현재 적어도 4천만회 이상 남아있으며, 앞으로 순차적으로 계속 들어온 화이자 백신을 먼저 사용하고 나중에 다시 판을 짜 볼 법 같기도 한데, 결단을 주저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역대량접종 예약 해프닝만 보더라도 모더나를 화이자로 대체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에 무려 '일주일'이라는 귀중한 시간이 허비됐다.

솔직히 일본의 백신정국을 보고 있으면 다시 한 번 일본은 매뉴얼의 나라라는 것을 실감한다. 곳간에 물량을 아무리 쌓아놓고 있더라도 코로나19에 대한 매뉴얼이 없으니 최종적 목표인 '접종'까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6월 30일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 1차 접종은 아직도 2240만회이며, 2차 접종 완료자는 1000만 명을 겨우 넘어섰다. 해당 연령층은 3600만 명이니 1, 2차 접종 완료자는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백신이 없다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백신은 넘칠 정도로 많다. 결국 이걸 어떻게 활용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매뉴얼이 아직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소리다.
  

7월 2일 현재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는 6월말까지 고령자 3600만명 2회분 배포(접종) 완료가 적힌 표가 실려 있다. 물론 이 계획은 실패했다. ⓒ 후생노동성 홈페이지

 
'미증유'라는 변명이 통용되기엔 시간도 많이 흘렀다. 코로나19 정국이 시작된 지 벌써 1년 6개월이나 지났는데도 결정권자들의 행동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마치 과거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대처 매뉴얼이 없어 허둥지둥하던 그 때의 모습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결단을 내려야 할 정치인들이 '조정'이라는 명목 하에 회의에 회의를 거듭한다. 작년 3월 국민코미디언 시무라 켄의 죽음으로 인해 긴급사태선언이 처음으로 논의되었던 게 3월 30일이었다. 그리고 일주일간 최소 5차례 이상의 회의를 거듭해 4월 7일 긴급사태선언이 발령된 바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6월 29일 도의원 선거에 출마한 자민당 후보의 응원 유세에 참가한 고노 다로 백신담당상. (무사시노시 무사시사카이 역 앞) ⓒ 박철현

 
백신보다 선거유세가 더 중요한 백신책임자

지금 도쿄도는 127명의 도의원을 새롭게 뽑는 도의원 선거(투표일 7월 4일) 운동 기간이다. 6월 29일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큰 딸이 "역 앞에서 고노 다로 봤어"라며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 왔다. 무사시노 역 앞에 마련된 도의원 선거유세차량에서 자민당 츠치야 유코 후보를 응원하는 고노 다로의 모습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아무리 의원내각제의 나라라 하더라도 코로나19 백신 정국을 총괄하는 담당대신이자 차기 총리후보 1순위로 꼽히는 사람이 지자체 선거에, 그것도 도쿄23구도 아니고 나가타초에서 차량으로 편도 1시간 반은 걸리는 지역까지 와서 환하게 웃으며 응원할 일인가.

앞서 말했듯 고노 담당상은 이 응원유세 다음날인 30일 지역대량접종 예약재개를 발표했다. 그렇다면 응원유세날인 29일에 예약접수를 재개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백신 접종이 하루를 다투는 긴급사안이라는 의식 자체가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큰 딸이 바로 "근데 이 사람은 백신 때문에 바쁜 사람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다시 보내왔다. 고등학교 1학년생도 느끼고 있는 소박한 의문이 통용되는 사회로 돌아오지 않는 한 일본의 미래는 여전히 암울하지 않을까 한다.
 

고노 다로 백신담당상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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