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05 16:22최종 업데이트 21.07.0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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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금강송 숲이지만 금강송은 사라지고, 산사태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 최병성

 
산사태로 산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도로에 세워져 있는 자동차가 산사태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산사태는 한두 곳에서만 발생한 게 아니다. 깊은 산속에 건설된 임도를 따라 줄줄이 무너져 내렸다.

7월 1일, 현장엔 선명한 포클레인 공사 자국이 남아 있었다. 산사태 복구공사가 며칠 전까지 진행되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이번 주부터 장마가 시작되었다. 비록 복구공사가 이뤄졌지만, 배수로조차 제대로 없는 임도에 또 다른 산사태가 사방에서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위태로운 산사태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 최병성

 
지난 기사 <국유림 금강송도 싹쓸이 벌목... 들통난 산림청의 거짓말>(6.16, http://omn.kr/1txs2)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곳은 우리나라 최고의 금강송 서식지인 경상북도 울진이다. 입구에 '이곳은 산사태 취약지역이니 주의하라'는 산림청의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안내문에 따르면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2013년 1월 22일이다.
    

입구에 산사태 취약지역이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그럼에도 산림청은 싹쓸이 벌목을 했다. ⓒ 최병성

 
산사태 취약지역인 이곳의 아름드리 금강송들을 산림청이 싹쓸이 벌목했다. 카카오맵의 항공지도를 확인해보았다. ① 벌목하기 전 울창한 산림이다. ② 2012년 임도를 건설했다. ③ 2017년 싹쓸이 벌목이 진행될 때까지 큰 산사태가 없었다. ④ 2019년 산사태가 발생했고, 깊은 산속 정상에서 레미콘과 펌프카가 공사 중이다. 

2019년에 시작한 산사태가 점점 더 악화돼서 지금은 곳곳이 무너져 내리고 있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 계속 혈세를 산속에 퍼붓고 있다.
    

산사태의 원인은 임도뿐 아니라 무리한 싹쓸이 벌목 때문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카카오맵

 
산림청은 이곳이 2013년에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었음을 이미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을 산림청이 하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벌목을 할 경우 산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싹쓸이 벌목을 했다. 큰 나무가 사라진 숲의 산사태는 당연한 결과였다.
  

60년이 넘은 소나무들을 베어내고, 어린 소나무들을 심었다. 산사태는 당연한 결과였다. ⓒ 최병성

 
임도를 따라 산사태가 발생한 지점인 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깎아지른 급경사 지형이었다. 지질이 마사토처럼 연약했다. 집중호우 발생 시 쉽게 산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콘크리트 옹벽을 쌓아둔 현장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산사태를 막기 위해 쌓아두었던 검은 자루들이 곳곳에서 무너져 내렸다. 이는 지금까지 수차례 산사태가 발생해왔음을 말해준다.
 

급경사지형에 무리한 싹쓸이 벌목으로 산사태 재앙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 최병성

 
산림청이 무너진 곳에 콘크리트와 석축 옹벽을 쌓았지만, 큰 비가 오면 언제든 다시 무너질 수 있다. 이곳에 임도를 만들지 않고, 싹쓸이 벌목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산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벌목하지 않은 곳은 멀쩡하기 때문이다. 산림청이 국민 혈세를 산에다 버리고 있다.

산림청이 벌목한 국유림에 산사태

지난 기사에서 지름 80cm의 잘려나간 금강송 그루터기를 보여주었다. 1일, 임도를 따라 벌목 현장을 돌아보니 잘린 그루터기와 비슷한 지름 80cm 정도의 금강송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보는 순간 경이로움이 들었다. 약 100년 동안 이곳을 지켜온 나무들이다. 
  

약 100년 가까이 숲을 지켜온 금강송들이 산림청의 싹쓸이 벌목으로 사라졌다. 이들이 남아 있었다면 얼마나 멋진 숲이었을까? ⓒ 최병성

 
그런데 숲가꾸기라는 미명 아래 금강송을 싹쓸이 벌목하고 어린 소나무와 낙엽송을 심었다. 국유림의 금강송 소나무 숲에 일본잎갈나무인 낙엽송을 심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조림방법일까?

산림청은 지난 6월 16일자 오마이뉴스 기사에 대한 해명자료(목재수확 및 산림사업을 내실 있게 추진하겠습니다)에서 "이곳은 목재 생산이 주 기능인 경제림 육성단지로써 산림경영계획에 따라 임도를 활용, 솎아베기 후 수확벌채를 한 곳"이라며 아무 문제없는 벌목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6월 현장을 찾았을 때는 입구에 이곳은 인공림 29%, 천연림 71%라며, 사유림 산주들에게 숲가꾸기 모델을 보여주기 위해 벌목한 곳이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그러나 7월 1일 다시 찾아갔을 때는 안내문이 사라졌다. 싹쓸이 벌목이 국유림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알려주던 안내문은 왜 사라졌을까.
 

싹쓸이 벌목이 국유림에서 시작했음을 알려주던 안내문이 며칠만에 사라졌다. ⓒ 최병성

 
인공림 29%, 천연림 71%라는 산림청의 안내문처럼 30~40여 년 전에 이곳에 낙엽송을 조림했다. 현장에서도 금강송 사이사이에 자라는 낙엽송 무리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림 육성단지로 수확벌채를 했다"는 산림청의 주장대로 낙엽송을 경제림으로 육성했다면 목재 사용을 위해 심은 낙엽송 위주로 수확 벌목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조림한 낙엽송은 그대로 둔 채 아름드리 금강송만 싹둑싹둑 잘라냈다.
 

낙엽송은 활엽수들이 잎사귀를 다 떨군 뒤에 노랗게 단풍이 들어 쉽게 구별된다. ⓒ 최병성

 
낙엽송은 활엽수들이 잎사귀를 떨군 후에 노란색으로 단풍이 든다. 가을이 되면, 초록 잎을 유지하는 소나무와 노랗게 물든 낙엽송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네이버 항공지도에 이곳 현장의 늦가을 사진이 실려 있었다. 벌목하기 전의 모습이었다. 벌목 후의 여름사진이 실린 카카오맵과 네이버의 가을 사진을 비교했다.
   

동일한 장소의 좌측은 네이버 항공 가을 사진, 우측은 카카오맵의 여름사진이다. 놀랍게도 낙엽송만 남겨두고 금강송만 싹쓸이 했다. ⓒ 네이버, 카카오맵

 
결과는 놀라웠다. 산림청은 낙엽송은 남겨두고 금강송만 골라서 벌목했다. 좌우 비교사진에서 보듯, 벌목 중앙에 물고기 모양의 낙엽송만 남았다. 그리고 벌목 현장 주변의 낙엽송들도 남겨졌다. 사라진 것은 산림청이 30년 전 인공적으로 심은 낙엽송이 아니라, 60~100년 전부터 이곳을 지켜 온 아름드리 금강송들과 천연림이었다.

바로 옆의 또 다른 벌목 현장을 비교해보았다. A, B 지역은 네이버 항공지도에도 이미 벌목이 이뤄진 후 사진이라 낙엽송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C지역을 살펴보자. 위의 네이버 가을 사진을 살펴보면 초록 잎의 소나무와 잎사귀가 다 떨어진 참나무 등의 활엽수가 서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C지역엔 노란색의 낙엽송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노랗게 단풍 든 낙엽송은 오히려 C지역 좌측 아래 주변에 흩어져 자라고 있다.
   

가을 사진인 네이버 항공지도에서 낙엽송을 확인할 수 있다. 산림청이 낙엽송은 남겨두고 국유림의 금강송들만 골라서 벌목한 것을 카카오맵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네이버. 카카오맵

 
그런데 아래의 카카오맵을 보면, 산림청은 인공적으로 심은 낙엽송은 그대로 두고, 천연림인 소나무와 활엽수만 싹쓸이 베어냈다. A, B주변 지역의 낙엽송들도 그대로 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낙엽송은 놔두고 금강송과 참나무만 싹쓸이 벌목하는 것이 산림청의 경제림 경영 방식인가?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 경북 울진 깊은 산속의 구불구불한 임도를 따라 하루 종일 현장을 둘러봤다. 벌목한 B지역 끝머리에서 낙엽송을 만났다. B벌목 현장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름드리 금강송을 베어내고, 어린 소나무들을 심었다. 그런데 바로 곁의 낙엽송은 그대로 남겨두었다.
    

좌측 B지역 싹쓸이 벌목으로 사라진 금강송들이 끝이 없다. 그런데 우측 낙엽송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어떤 기준으로 벌목을 한 걸까. ⓒ 최병성

 
산림청은 위 해명자료에서 "기사에서 친환경벌채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보도된 곳은 2014년, 15년 벌목한 것으로 당시 규정에는 반드시 군상 또는 수림대로 존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었으며, 이는 2017년 12월 개정된 것으로 이전에는 군상·수림대 관계없이 ha당 잔존목 50본 이상을 남기도록 했으며, 그동안 태풍과 설해 등의 재해에서 소실되어 일부만 남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지난 6월 16일자 기사 <국유림 금강송도 싹쓸이 벌목... 들통난 산림청의 거짓말>에 대한 산림청의 해명자료 ⓒ 산림청

 
그러나 산림청의 이 해명 역시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에 불과하다. 카카오맵에 따르면, 2017년 이전에 싹쓸이 벌목된 현장은 두 곳이다. 좌측의 18.8ha 면적을 벌목했다. ha당 50그루를 남겨야하는 규정에 따르면, 약 900그루 이상의 나무들이 남아 있어야 하지만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싹쓸이 벌목이 이뤄진 약 18ha와 40ha의 금강송 산림 ⓒ 카카오맵

  

약 18ha의 산림을 싹쓸이 벌목하고, 어린 소나무를 심었다. ⓒ 최병성

 
우측의 40ha 면적의 벌목 현장엔 남겨진 나무들이 있다. 면적 40ha일 경우, 약 2000그루의 나무가 남아있어야 한다. 지난 7월 1일 현장을 살펴보았다. 남겨진 나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카카오맵을 확대해 남은 나무 수를 모두 세어 보았다. 겨우 450여 그루에 불과했다.
   

약 2000 그루의 나무가 남아 있어야 하지만, 450그루도 채 안 남았다. 애초에 규정을 지키지 않고 싹쓸이 벌목을 한 게 아닐까. ⓒ 최병성

 
산림청은 2014년과 2015년 벌목 후 태풍과 설해로 소실되어 일부만 남겨진 상태라고 해명했다. 카카오맵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 2019년과 2017년을 비교해봤다. 큰 차이가 없었다. 규정을 지켜 정말 2000그루를 남겨두었다면, 짧은 시간 동안 태풍과 설해로 1500그루가 사라질 수는 없다. 애초에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벌목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거짓 해명만 늘어놓는 산림청... 이제는 바뀌어야

지난 1일 싹쓸이 벌목 현장을 돌아보는 내내 새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저 멀리 까마귀 한 마리의 희미한 울음소리가 몇 시간동안 들은 유일한 새소리였다. 임도를 따라 이동하며 싹쓸이 벌목지역에서 살짝 벗어나자 숲에 가득한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산림청은 국가 예산을 퍼부어 새들도 살지 못하는 침묵의 숲을 만들고 있다. 이는 '숲 가꾸기'가 아니라 '숲 전멸'이다. 새들도 살지 못하는 침묵의 숲은 그야말로 공포였다.

산림청은 금강송을 어떤 용도로 쓰기 위해 대규모로 벌목한 것일까? 굳이 낙엽송이 아닌 금강송을 벌목한 이유가 뭘까? 산림청이 1년에 정한 국-사유림의 벌목 면적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싹쓸이 벌목을 한 건 아닐까?
   

엄태원 소장은 무너져내린 산사태 현장을 돌아보며 국가 산림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최병성


이날 현장 조사엔 숲 전문가인 숲복원생태연구소 엄태원 소장도 동행했다. 엄 소장은 "지금까지 임도 산사태를 보았지만 이렇게 심각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애초에 급경사지의 능선부에 만들어진 임도 설계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산사태를 초래하고, 환경훼손이 심각한 '모두베기'라는 싹쓸이 벌목은 시대에 맞지 않는 방법으로써 이제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제부터라도 후손들에게 물려 줄 국가 산림정책의 100년지 대계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벌목'과 '조림' 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 재앙에 불과한 30억 그루 심기 계획을 중단하고, 산림정책 전체를 새롭게 혁신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결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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