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12 12:41최종 업데이트 21.07.1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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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9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의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적용 발표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김부겸 국무총리가 수도권의 코로나 확산세를 고려해 12일부터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간은 25일까지. 4단계가 되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을 하나씩 확인해 봤습니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에 나온 거리두기 4단계 주요 내용 ⓒ 보건복지부

  
- 사적모임은 18시 이전에는 4인까지, 18시 이후에는 2인까지 허용.
- 결혼식·장례식은 친족만 참여 허용(친족도 49인까지).
- 다중이용시설 중 유흥시설 전체는 집합이 금지, 나머지 모든 다중이용시설은 22시까지만 운영가능.
- 스포츠 관람 및 경륜‧경마‧경정은 무관중 경기로만 가능하고, 숙박시설은 전 객실의 2/3만 운영 가능하며, 숙박시설 주관의 파티 등 행사는 금지.
- 종교시설은 비대면 예배만 가능하며, 각종 모임·행사와 식사‧숙박은 금지.


주요 내용만 정리해도 벌써 맘이 불편해집니다. 이 조치로 인해 생계에 타격을 입을 소상공인의 한숨도 들리는 듯합니다. 그렇다고 코로나 확산을 막지 않고 언제까지 어정쩡한 거리두기 단계만 반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번에는 확실히 안정화시킬 수 있도록 정부도 노력하고 시민들도 협조해야 하는 것 밖에 달리 방도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코로나 확산세가 잡힐까요? 강력한 거리두기는 2주면 충분할까요? 4단계는 거리두기 단계 중에 "가장 최후의 단계"인데 이렇게 해도 안 잡히면 다음에는 어떤 게 기다리는 걸까요? 그에 대해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습니다. 최근에 2차 대유행을 겪은 싱가포르입니다.
  

싱가포르 코로나 발생 현황 (2020~ 2021) 지역감염 통계 ⓒ 싱가포르 보건부

 
싱가포르는 지난해 4월 1차 대유행 당시 두 달 간의 봉쇄를 통해 코로나 확산세를 진정시키고 10월 이후 7개월 이상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하여 올해 4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코로나에 안전한 나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델타 바이러스가 싱가포르에 들어오면서 올해 5월부터 다시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 2차 대유행이 시작되었고, 싱가포르는 다시 한번 강력한 거리두기를 선택했습니다.

5월 8일 실시된 거리두기 강화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 사적모임은 5인까지 허용. 가구당 방문자 하루 5명으로 제한.
- 재택근무가 가능한 회사는 최대 50%까지만 회사에서 근무 가능.
- 실내 체육시설 폐쇄, 대형 스포츠 행사는 중지
- 결혼식 참석자가 50명 이상일 경우 사전 검사 필수. 장례식 참석자 수는 30명으로 제한
- 종교행사는 최대 250명으로 제한, 사전 검사 필수
- 외국에서 오는 방문자의 격리 기간을 21일로 연장


한국에서 발표한 내용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싱가포르는 거리두기 강화 전에도 대부분의 식당들이 밤 10시 30분이면 문을 닫았습니다. 대신 기간은 5월 8일부터 5월 30일까지 3주로 한국보다 1주가 더 깁니다. 3주 후 결과는 어땠을까요?

안타깝게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이 조치가 발표된 후에도 하루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자 5월 16일부터는 사적 모임을 2명으로 줄이고 외식을 전면 금지시킨다는 추가 발표를 합니다. 더불어 결혼식 피로연 금지, 쇼핑몰의 단위 면적당 받을 수 있는 손님의 수 축소, 박물관이나 도서관 등은 정원의 25%만 입장 가능 등의 지침도 함께 나왔습니다. 기간은 6월 13일까지로 봉쇄를 시작한 5월 8일부터 계산하면 한 달이 넘는 기간입니다.
  

봉쇄가 시작된 후 테이블과 의자를 모두 치워 버리고 포장 판매만 하고 있는 싱가포르 스타벅스 매장 ⓒ 이봉렬

 
그렇다면 6월 14일에는 계획대로 봉쇄조치가 해제되었을까요?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사적 모임 최대 인원을 2명까지 허용하던 것을 5명으로, 종교행사 참석인원을 250명으로 늘린 정도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확진자 수 감소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외식을 허용하고 실내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건 한 주가 더 지난 6월 21일부터 가능했었습니다. 그마저도 외식은 2명까지만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러한 강력한 거리두기가 효과가 있어서 거리두기 7주째가 되던 6월 말 부터는 지역감염을 기준으로 하루 확진자 수가 5명 이내로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그러나 싱가포르 정부는 거리두기 완화를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확진자 수가 줄어든 걸 확인한 이후에도 2주를 더 지켜보다가 한국에서 4단계 거리두기로 격상하는 첫 날인 7월 12일부터 봉쇄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식당에서 5명까지 모여 식사를 할 수 있고, 결혼식 피로연도 사전 검사를 조건으로 허용이 되었습니다.

7월 초부터는 각 가정에 산소포화측정기를 하나씩 무료로 배포했습니다. 코로나에 걸려도 무증상인 경우가 많은데 개개인이 산소포화도를 측정하여 기준치 이하면 지정 병원에서 검사를 하도록 한 겁니다. 코로나에 걸리면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무증상자에 의한 감염을 막기 위한 방안입니다.
  

각 가정에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하나씩 배포되었습니다. 개개인이 산소포화도와 맥박수를 측정하여 변화가 있으면 검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 이봉렬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봉쇄에서 해제까지 두 달 걸렸습니다. 같은 기간동안 백신 접종에도 박차를 가했습니다. 7월 6일 기준으로 싱가포르의 백신 1회 이상 접종자는 65.4%, 접종 완료자는 38.6%로 아시아에서는 가장 빠르게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확진자 감소에 백신 접종과 외식 금지가 가장 큰 효과가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입니다. 외식을 금지하면 외출 자체를 줄이기 때문에 거리두기에 큰 효과가 있습니다.

한국은 1회 이상 접종자 비율이 29.9%, 접종 완료자는 10.7%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인원규제도 하고, 시간규제도 한다지만 식당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이 가능한 가운데 2주만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강화된 거리두기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가게 문을 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지원책입니다. 싱가포르는 이들을 위한 지원책을 함께 발표했습니다. 해당 기간동안 어쩔 수 없이 무급 휴가를 써야 하거나 50% 이상 소득이 준 노동자에게 일회성 보상이 있습니다. 소상공인이나 기업들도 해당 기간 동안 전년 대비 수입이 줄었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에 감염되는 바람에 수입이 줄어든 저소득층에게도 보상을 해줍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을 보조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 ⓒ 싱가포르 MSF

 
한국에는 어떤 보상책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를 다시 봅니다. 전체 53페이지에 하면 안 되는 것에 대한 건 자세히 나와 있는데, 정부 방침대로 거리두기를 하느라 손실을 본 이들에 대한 보상책은 없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피해를 온전히 회복시켜 드리기는 힘들겠지만 정부는 손실보상법에 따라 향후 최선의 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총리의 발언 외에 아직 구체적인 보상책은 알려진 게 없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1년 반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정부의 거리두기 정책을 따르다가 발생하는 시민의 손실에 대한 보상책이 정리된 게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번 거리두기 4단계가 계획대로 2주만에 끝날지 싱가포르처럼 두 달이 필요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민들의 고통이 커질 텐데 지금이라도 명확한 보상 기준을 잡아야 합니다. 이른바 K방역이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이루어지는 거라면 마냥 좋아할 만한 건 아닙니다.

이제 막 시작된 거리두기 4단계. 백신 접종과 개인위생 관리,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적극 동참해서 봉쇄에서 해제까지 두 달 걸린 싱가포르 보란 듯이 우리는 더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 기간에 발생하는 시민들의 고통에 일정한 보상 받을 수 있기 바랍니다. 이른바 '국난극복이 취미인 나라'니까 이런 바람이 금방 가능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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