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23 07:01최종 업데이트 21.07.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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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에서 5월 사이 열린 인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현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을 비롯한 보수세력이 압승을 거뒀다. 재선에 성공한 모디 총리는 3선을 향한 탄탄 가도를 달리나 싶었지만 코로나 방역에 실패, 2년만인 올해 5월 5개 지역 지방선거에서는 3곳을 내주며 패배의 쓴 맛을 보게 된다. 방역보다 선거에 골몰하는 정치공학적 집권당의 모습이 국민들의 반감을 산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2018년 7월 멕시코 대선에서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이 이끄는 국가재건운동(Morena)이 집권당에 두 배 이상 큰 차로 승리하면서 세기적 정권교체를 이뤘다. 수십 년 이어져 온 보수 정치세력의 부정부패와 부의 불평등, 범죄의 일상화에 지친 국민들의 심판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2006년, 2012년에 이어 세 번째 도전 끝에 집권에 성공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의 고질적 사회 문제들과 정치 부패를 치유해야 하는 어려운 도전 속에 놓여 있다.


인도와 멕시코는 정치적, 사회적 불안정에 발목 잡혀 잠재적 발전의 가능성을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는 공통점도 있다. 현재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미국, 브라질에 이어 인도가 3위, 멕시코가 4위를 기록 중이다. 확진자 규모는 방역 역량, 인구밀도, 교역 규모 등 다양한 변수의 결과지만 사망자 수는 어찌됐건 공공 보건 체계의 관리 능력과 직접적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정도 외에 다른 관련성은 찾기 쉽지 않던 두 나라가 같은 파문에 연루돼 있다는 정황이 나온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전 세계 17개 언론사가 참여한 국제 탐사 언론 프로젝트가 수년간 휴대전화 해킹 의혹과 관련해 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는데 내용이 충격적이다. 이른바 '페가수스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번 조사 발표에 따르면 최소 9개(그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 국가에서 정치인, 언론인, 유명인 상대로 불법 휴대전화 도감청이 행해졌다는 것이다.

대규모 휴대전화 도청 밝힌 페가수스 프로젝트
 

이스라엘의 정보전문업체 엔에스오(NSO)가 개발한 해킹 프로그램 '페가수스'는 일종의 스파이웨어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전화기 시스템에 침투해 전화기 안에 있는 메모리의 모든 데이터에 접속이 가능하다고 한다. ⓒ pixabay

 
'페가수스 프로젝트'란, 프랑스의 언론인 로랑 리샤르(Laurent Richard)가 2017년 설립한 국제 언론인 컨소시엄 '포비든 스토리즈(Forbidden Stories 감춰진 이야기들)'의 후원 하에 진행된 국제 연대 탐사보도 계획이다. 국제엠네스티의 지원 하에 정보통신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된 이번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다수의 국가 권력이 이스라엘의 정보전문업체 엔에스오(NSO)가 개발한 해킹 프로그램 '페가수스'를 이용해 엄청난 규모의 휴대전화 도청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젝트의 설명에 따르면 페가수스는 일종의 스파이웨어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전화기 시스템에 침투해 전화기 안에 있는 메모리의 모든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사용자의 저장된 정보뿐 아니라 메신저 소통 기록도 빼낸 것으로 추정한다.

이 방법으로 인도에서는 2019년 총선 당시 야당 유력 후보 라훌 간디와 그의 측근, 지인들 뿐 아니라 언론인들의 휴대전화까지 해킹 당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페가수스의 직접적 공격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인도에서 스파이웨어에 의한 감염 사례는 그보다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선거 당시 라훌 간디 인도국민회의(진보 성향) 대표는 모디 총리가 이끄는 보수 정권의 집중 표적이 됐고, 적어도 2019년 여름(총선 직후)까지 페가수스를 통한 도감청 대상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감염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라훌 간디는 이 사실이 알려진 후 "(이 같은) 표적 감시는 개인 정보에 대한 공격을 넘어 … 민주주의 기반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책임자를 가려낼 것을 주장했다.

지금 관점에서 볼 때, 2019년 인도 총선 당시 이상한 일들이 몇 가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선거관리위원회 3인방 중 한 명 아쇼크 라바사(Ashok Lavasa)는 선거 운동 당시 모디 총리와 그의 최측근 아미트 샤(Amit Shah)의 연설을 문제 삼고 선거법 위반을 지적했다. 그들의 연설 가운데 '라훌 간디가 힌두교도들을 테러리스트 취급했다'는 내용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하지만 몇 주 후 아쇼크 라바사의 아내와 아들은 세금 조정 대상자(납세금 인상)에 올랐고 결국 그는 선거관리위원회를 떠났다.

인도의 선거관리위원은 국가 원로가 맡는 지도자 격의 자리로, 물러나는 일이 거의 없다. 독립 이후 선거관리위원회 지도자가 사임한 것은 역대 두 번째에 해당한다. 페가수스 프로젝트는 아쇼크 라바사의 선거법 위반 지적과 전격 사퇴 사이의 수 주 동안에 주목했다. 실제 그 기간 동안 그의 휴대전화는 페가수스의 집중 타깃이 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의 사퇴는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인도판 선택적 정의일까?

멕시코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현 대통령 오브라도르가 야권 지도자로 있을 때 당시 권력은 수억 달러의 비용을 페가수스를 이용한 휴대전화 감시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멕시코는 인구의 절반이 절대빈곤에 처해 있는 나라다. 프로젝트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멕시코에서는 약 1만5천명이 페가수스의 표적이 됐다.

2018년 선거 당시에도 오브라도르는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야당 후보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오브라도르 후보와 그의 아내뿐만 아니라 그의 50여명의 측근들까지 실제 휴대전화 도감청의 표적이었다. 도감청 대상에는 오브라도르 후보의 형제 중 3명, 아들 3명, 운전기사 2명, 심지어 그의 심장수술을 집도한 의사까지 포함됐다.

고삐 풀린 권력기관, 국내외 안 가려

이번 사건은 국가 간 외교 문제로 번질 소지도 있다. 인도의 이웃나라 파키스탄 임란 칸 총리가 사용하는 두 개의 휴대전화 역시 2019년 집중 표적이 된 것으로 밝혀졌는데, 보고서는 인도에서 도청한 것으로 기록했다. 2019년 당시 인도와 파키스탄은 48년 만에 국경분쟁의 여파로 폭탄테러와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던 때였다.

모로코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모로코는 2019년 즈음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휴대전화까지 감청을 시도한 의혹을 받고 있다. 프로젝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모로코 도감청 리스트는 전 세계 페가수스에 의한 5만 건의 도감청 리스트 가운데 1만 건을 차지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2018년 11월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1918년 11월 11일 제1차 세계대전 휴전 100주년 국제 행사에 앞서 엘리제궁에서 모하메드6세 모로코 왕(오른쪽)을 환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모로코의 정보기관은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과 에두아르 필립 총리를 포함한 다수의 정부 관계자가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표적으로 삼았다. 마크롱 대통령이 당시 사용한 전화번호는 2017년 대선 때도 사용된 것으로, 심지어 국가 주요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보안 시스템이 적용된 것이었다. 

모로코의 대규모 휴대전화 사찰 의혹은 그 주체가 모호할 정도로 대상 범위가 넓다. 분쟁 중인 이웃나라 서사하라(모로코와의 영토 분쟁 중. 유엔 비공인 국가)의 주요 정치인과 측근들의 휴대전화는 예상된 결과다. 물론 예상된 결과라는 것이 용인될 수 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대상이 누군지에 따라 도감청의 목적이 예상되기도 하는데 그 맥락에서 모로코의 도감청 범위는 예외적이다.

심지어 국왕 모하메드 6세와 그 측근들까지 페가수스의 표적이 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국왕 자신뿐 아니라 가족, 개인비서, 친위대 간부, 주치의, 심지어 정기적으로 왕궁을 방문하는 인사들의 전화번호가 대상에 올라 있다. 사드에딘 엘 오트마니 총리 역시 도감청 대상 리스트에 올라있다. 보고서의 내용이 맞다면 모로코는 왕가, 집권세력, 우방국 대통령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정보를 끌어 모은 셈이다.

그렇다면 누가 누구의 명령으로 이 같은 마구잡이 도감청을 행한 걸까?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모로코의 두 정보기관이 주도한 것이라는 사실 뿐이다. 앞으로 책임 소재를 놓고 외교적 차원뿐 아니라 국가 내부에서의 소요도 예상된다. 현재 모로코에는 국내 정보 동향을 총괄하는 DGST, 대외 정보를 담당하는 DGED 두 기관이 있다.

앞으로 필요한 조사가 첩첩이 쌓여있다. 어쩌면 많은 경우 그대로 묻혀버릴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이번 페가수스 프로젝트에 참가한 17개 언론은 기성 미디어의 클릭 장사와 무분별한 개인 미디어가 판치는 현재의 저널리즘 위기 속에서 앞으로 언론이 추구할 하나의 예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모로코의 경우처럼 균형 잃은 정부 소속 기관의 초국가적 권력남용도 눈여겨봐야 한다. 많은 국가의 권력구조가 집권세력이 모든 정부기관을 통제하는 시대에서 권력이 분점 되는 시대로 이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전환기를 틈 타 정부의 통제도, 그렇다고 시민의 통제도 받지 않는 고삐 풀린 권력기관들이 고개를 든다.

집권세력으로부터의 독립성 보장이 권력남용의 용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민주사회에서 이들의 돌출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시민의 감시 밖에 없다. 시민 권력이 혼란을 통제하지 못하면 권위주의로의 회귀는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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