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29 06:35최종 업데이트 21.07.29 06:35
  • 본문듣기
 

십자가 ⓒ unsplash

 
20세기 한국 기독교와 21세기 한국 기독교의 차이점 중 하나는 기독교 내부 극우세력의 동향이다. 지난 세기와 달리 21세기에는 기독교 극우세력이 거리나 광장으로 뛰어나와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많아졌다.

물론 20세기에도 그들은 정치·사회 문제에 개입했다. 그들의 역할이 한반도 냉전의 지속적 유지에 커다란 몫을 했다. 냉전을 신학적으로 뒷받침했을 뿐 아니라 인력과 물질적 측면의 지원도 제공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정교분리 원칙을 준수하는 듯했다. 교회 밖으로 뛰어나와 대중에게 호소하거나 대중을 위협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일에도 커다란 에너지를 투자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정치와 긴밀하면서도 외형상으로는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은 독재정권 시대의 민주화 투쟁으로부터 그들 자신을 보호하는 방편이 되기도 했다. 민주화운동에 가담할 수 없는 그들에게는 정교분리 원칙이 '민주화운동에 가담하지 않아도 되는 명분'으로 작용했다. 그런 모습은 그들과 독재정권의 제휴 관계를 어느 정도로나마 은폐해주는 데도 기여했다.

그랬던 그들이 새천년에 접어든 뒤로는 마치 커밍아웃이라도 하려는 듯 교회 밖으로 뛰어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잠해지기는 했지만, 자신들의 종교적 색깔보다는 정치적 본색을 더욱 선명히 드러내면서 스피커를 울리고 있다.

이런 극우세력의 투쟁이 기독교 극우세력의 분열은 물론이고 피아 구분도 못할 정도의 혼선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7월 27일 열린 기독교 학술대회에서 제기됐다. 한국전쟁 휴전 68주년이 되는 날이자 남북 연락채널이 복원된 날인 이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한국기독교사회운동사 제3차 학술 심포지엄: 냉전과 한국 기독교'에서 그에 관한 설명이 나왔다.
  

발표에서 제시된 기독자유당 선거 홍보물 ⓒ 기독자유당

 
거리로 나온 기독교 극우세력

화상회의로 진행되고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Hwo7wWmqim8)로 생중계된 이 행사에서 두 번째 발표자는 서명삼 이화여대 교수였다. 그가 다룬 주제는 '현대 한국사회에서의 기독교와 정치참여: 냉전과 문화전쟁 사이'다. 이 발표에서는 기독교 극우세력이 지난 20년간 보여준 정치·사회 참여 및 그 배경과 더불어 그들이 노출한 전략적 문제점 등이 거론됐다.

서명삼 교수의 발표에서는 기독교 극우세력이 '기독교 우파', '보수적 복음주의자' 등등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미리 배포한 발표문에서 그는 "2003년 초 이후로 계속, 보수적인 복음주의자들은 정치적 중립성 혹은 정적주의(초월적 신에 대한 전적 의지)의 허울을 벗고 친미·반공주의라는 냉전의 도그마를 지켜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정치·사회운동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한다.

그것을 보여주는 사례들과 관련해 그는 "2003년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10만여 명의 우파 개신교 신자들이 집결했다", "2004년 초, 대학생 선교회 한국지부 소속의 김준곤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를 비롯한 일군의 복음주의적 지도자들과 정치가들은 기독교라는 이름을 명시적으로 표현한 새로운 정당 즉 한국기독당을 창설하는 작업에 참여한다" 등등의 설명을 한다.

하필이면 2003년부터 그런 움직임이 활발해진 이유를 그는 한·미 양국 정세에서 찾는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이 이완되는 한편, 2002년 미군 장갑차 사건(미선이·효순이 사건)으로 반미 촛불시위가 타올라 한반도 냉전세력의 위기감이 고조됐다.

한편, 조지 부시 대통령이 2002년 1월 29일 연두교서를 통해 이란·이라크와 더불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정하고, 2002년 10월 제1차 북·미 핵위기가 시작하는 일이 있었다. 기독교 우파는 '악의 축' 지정과 핵위기 발발을 햇볕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증거로 활용하고, 이를 발판으로 정치적 행동에 뛰어들었다고 서명삼은 말한다.

"친미·반공주의라는 냉전의 도그마를 지켜내기 위해" 시작된 2003년 이후의 움직임이 뉴라이트운동과 기독교 우파의 결합, 이명박 장로의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지다가 2011년경부터는 새로운 현상에 직면하게 됐다고 그는 말한다. 냉전을 위해 투쟁하던 그들이 새로운 의제를 내걸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내부 분열이 가속화된 이 시기부터 그들은 동성애와 이슬람을 주된 타깃으로 삼게 됐다고 말한다.
  

20년 8월 한국교회수호결사대, 반동성애 기독시민연대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교회 탄압 중단과 예배 허용, 외국인 유입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냉전보다 동성애·이슬람 혐오에 집중

동성애나 이슬람에 대한 한국 기독교의 반대는 그 전에도 있었지만, 2011년 이후로는 그것이 냉전적 가치보다 우선시됐다는 게 서명삼의 분석이다. "한국의 개신교 우파는 기존의 냉전 패러다임에 기반한 정치적 메시지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대신, 동성애와 이슬람교에 대항하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며 그들의 관심을 문화전쟁에 집중시키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이 시기부터는 기독교 우파가 공산주의와의 냉전보다는 동성애자·무슬림과의 문화전쟁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은 2016년 제20대 총선 때 기독자유당이 배포한 홍보물이다. "이 배포물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총선 국면에서 기독자유당이 당시 한반도 내에서 벌어지고 있던 군사·외교적 갈등에 관해서는 거의 언급조차 않는 반면, 그보다 훨씬 더 노골적으로 동성애 혐오와 이슬람 혐오를 자신들의 정치적 메시지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라고 서명삼은 말한다.
   
김정은 정권과의 대결 국면이 상대적으로 선명했던 2010년대 전반·중반에 기독교 우파가 냉전보다 문화전쟁에 치중했다는 점은 이들이 2012년경부터 '종북게이'라는 표현을 폭넓게 사용한 데서도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성소수자의 증가가 군인의 감소를 가져와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로 등장한 종북게이는 '새로운 적(성소수자)'의 위험성을 강조하고자 '오래된 적'의 이미지를 결합시키는 기독교 우파의 의도를 드러내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종북과 게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용어를 결합해 적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냉전의 그림자가 미세하게나마 뒤틀리고 있는 상태를 드러내주고 있다"고 서명삼은 분석했다.

그 같은 '뒤틀림'은 미국에 대한 태도에서도 나타났다. 2013년 6월 26일 미국 대법원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으로 결혼을 규정한 결혼보호법을 폐지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한기총은 이틀 뒤 발표한 성명서에서 "미국이 하나님의 축복으로 말미암아 세계 제1의 강대국이 될 수 있지 않았는가?"라며 "성경을 거스르는 행위를 하는 것은 어쩌면 그 축복이 옮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들게 하는 것"이라며 미국을 맹렬히 비판했다.

이 성명서는 '엉뚱하게도' 러시아를 극찬한다. "러시아 법안은 외국의 동성결혼자나 동성결혼이 합법인 국가의 미혼자가 러시아 고아를 입양하는 것도 규제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미국을 대비시킨다. 서명삼은 "한국의 개신교 우파는 이제 자유주의적인 미국보다는 보수적인 러시아와 더 가까운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며 피아 구분도 못할 정도로 문화전쟁에 매몰된 기독교 우파의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7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냉전주의에 대해 기독교 우파 역시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며, 2011년 이후로 그들의 분열이 가속화돼 한기총의 세가 크게 위축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기독교 우파가 냉전이라는 주제에 천착하지 못하고 전혀 새로운 문화전쟁에 뛰어들어 의제를 분산시킴은 물론이고 피아 구분마저 제대로 못하게 된 데는 그런 점들도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냉전 이슈로는 더 이상 대중을 설득하기 힘들다는 점, 기독교 우파를 결집시킬 강력한 구심점이 부재하다는 점 등이 기독교 우파의 지금 현실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
  

2019년 10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범국민투쟁본부의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재오 전 장관, 전광훈 목사 등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전광훈의 등장, 또 새로운 국면

발표문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전광훈 목사의 등장이 2011년 이후의 상황을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점이 발표 말미에 언급됐다. "2019년 광화문 집회에서는 냉전이 주된 프레임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물론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광화문 집회에서도 반동성애·반이슬람 메시지가 나오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문재인 정권 내에서 주사파가 잡고 있고 북한이 주적이다'라는 식의 냉전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문화전쟁 프레임은 뒤로 물러나는 경향이 보인다"고 서명삼은 발언했다. 2011년 이후로 시들해졌던 기독교 우파의 냉전주의적 주장이 전광훈의 등장을 계기로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서명삼 이화여대 교수의 발표에서 설명된 지난 20년간의 현상은 기독교 극우세력이 크게 약해지는 추세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거리로 뛰어나와 지지 기반을 다져야 할 정도로 기독교 극우세력의 교회 내 기반이 취약해지고, 2003년에 정치참여를 본격화한 지 10년도 안 돼 그들의 분열이 가속화되고, 8년 만인 2011년 무렵과 다시 8년 만인 2019년에 의제 설정에 변화를 줘야 할 정도로 대중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시사 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10만인클럽후원하기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