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30 06:49최종 업데이트 21.07.3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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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올림픽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거리두기 안내문을 들고 있다. 2021.7.24 ⓒ 연합뉴스

 
3177명, 3865명...

7월 28일과 29일 일본 도쿄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 수다. 전국 확진자 수는 1만명을 넘어섰다. 일일 최대 확진자 수를 연일 갱신하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한국 언론에선 잘 다뤄지지 않았지만 일본은 원래 7월 19일이 '바다의 날'(국가 지정 공휴일)이다. 그런데 '바다의 날'을 도쿄올림픽 개막에 맞춰 7월 22일로 옮겼다. 또한 본래대로라면 10월 둘째 주 월요일이어야 할 '체육의 날'(법정공휴일)을 7월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 날로 옮겼다. 8월 11일인 '산(山)의 날'도 8월 8일로 옮겼다. 도쿄올림픽 폐회식에 맞추기 위해서다. 내각부 홈페이지는 이 조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공휴일 변경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 패럴림픽 경기대회 개최 기간 중 선수들과 관객들의 원활한 이동과 경제활동, 시민생활의 공존을 꾀하기 위해서 공휴일을 이동합니다. 이로 인해 올림픽 개회식이 예정된 7월 23일 전후는 4일 연속연휴가 되며, 올림픽 폐회식 8월 8일 전후는 3일 연속연휴가 됩니다. 도쿄 중심부의 혼잡 완화가 기대됩니다.

또한 일본정부는 2018년 8월에 도쿄도,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경단련 등과 함께 '2020 TDM 추진 프로젝트 팀'을 결성했다. 위에서 언급한 교통 혼잡 완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현재 5만 1878개 기업과 91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말이 거창해 기업협력이지 TDM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별 내용은 없다. 정부가 위의 기간을 연휴기간으로 설정할 테니 이 기간 동안 가급적이면 쉬어달라는 요청을 하고, 이에 협력하겠다는 회사 및 단체가 약 6만개 존재한단 소리다. 내가 운영하는 회사도 협력동의서를 작년 이맘때 제출했다. 그 땐 아직 공휴일 변경이 결정되지 않았을 때였지만 어차피 '빨간 날'은 쉰다, 뭐 이런 걸 협력해달라는 거지?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도 난다.

도쿄 탈출 부른 최악의 한 수

하지만 이 결정은 확진자 최대 수를 기록한 '지금' 돌이켜 보면 최악의 한 수가 되고 말았다. 집계된 확진자도 가장 많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확진자 수까지 포함하면 몇 십만은 족히 될 것으로 예상되는 도쿄지역 사람들이 4일 연휴를 맞아 '긴급사태선언'이 발령된 도쿄를 떠나 타 지역으로 '여름피서'를 떠나버린 것이다. 7월 22일 아침부터 도메이 고속도로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최악의 교통체증을 겪었다. 도카이 신칸센의 좌석점유율은 90%를 웃돌았고, 국내선 항공편도 거의 만석을 기록했다.

NTT 도코모 기지국 통행량에 기반한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니 22일부터 25일까지 도쿄도에서 전국 각지로 이동한 인원은 전주(7월 17일, 18일)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 또한 도쿄에서 10개 광역지자체로 간 사람도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증가율 순으로 보자면 와카야마 현(121%), 후쿠이 현(115%), 이시카와 현(113%), 도야마 현(113%), 돗토리 현(112%), 니가타 현(104%) 등이다. 이는 곧 어느 특정지역이 아니라 일본 전국으로 다 빠져 나갔다는 뜻이다. 유일하게 감소한 지역은 36% 감소율을 기록한 오키나와 현,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도쿄도민들이 타 지역으로 놀러간 이유는 '긴급사태선언' 때문이다. 29일 도쿄 인근 지역인 지바, 사이타마, 가나가와는 확진자가 늘어난다며(가나가와 현은 처음으로 일일 확진자 1000명 돌파) 스가 내각에 긴급사태선언 발령을 요구했지만, 연휴가 시작되었던 22일 당시만 하더라도 코로나19와 관련한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도쿄와 오키나와만 긴급사태선언 대상지역으로 각종 유흥시설 사용이 제한됐었다.
 

긴급사태선언 기간중 도쿄. ⓒ 박철현

 
특히 도쿄도민들은 올해 들어 긴급사태선언만 3차례 경험했고, 그 아래 단계인 만연방지중점조치기간도 약 한 달간 경험했다. 6개월간 참아왔던 인내력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을 무렵 정부가 4일 연휴를 선물한 셈이다. 거기에 올림픽이 주는 무형의 들뜸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도쿄만 벗어나면 자유롭게 술도 마시고 가라오케도 즐길 수 있다.

잠복기간 등을 고려한다면 지금 나오고 있는 확진자 수는 연휴기간에 걸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타 지역 사람들도 도쿄올림픽 때문에 마음이 들떠 평소보다 더 자유롭게 유흥을 즐겼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28일 지역별 확진자 수를 보면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자체가 7곳(도쿄 3177명, 가나가와 1051명, 사이타마 870명, 지바 577명, 이바라키 194명, 교토 175명, 이시카와 119명)이나 된다. 교토와 이시카와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도쿄 인근 지역으로, 도쿄에서 한 시간 거리다. 이들 지역에서 사상 최대의 확진자 수가 나온 것이 과연 우연일까.

도쿄 활보하는 회색감염자들

가마쿠라와 요코하마 지역에서 조그마한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지인은 전화통화에서 "(연휴기간 중) 간만에 거의 만실이었다"며 "숙박자는 거의 대부분 도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해수욕 및 서핑장으로 유명한 쇼난 지역에도 도쿄 넘버를 단 승용차가 엄청났다"고 덧붙였다.

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 수치가 내려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양성률(1일 검사건수 대비 확진자) 때문이다. 후생성 홈페이지에 따르면 PCR 검사의 일일 최대치는 7월 29일 현재 22만 6516건이다. 하지만 실제 검사수는 10만 건이 한계다. 최대 확진자 수를 기록한 28일의 경우 PCR 검사 수는 9만 2345건에 그쳤다. 3차 긴급사태선언이 있었던 5월 중순에는 하루 14만 건의 PCR 검사를 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떨어졌다. 의료시스템이 감당을 못하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PCR 검사수도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일본은 밀접접촉자들조차 PCR 검사일이 며칠 뒤로 밀린다. 코로나 의심증상이 나와 보건소에 전화를 하면 호흡곤란 여부를 반드시 물어보는데, 호흡곤란이 없을 경우 경증으로 취급되며 며칠 후에 검사를 받으라 한다. 예약까지 해놓고 안 간다. 며칠 지나면, 지금 일본 확진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20-30대 이상은 대부분 낫기 때문이다. 이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즉 코로나19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회색감염자들이다. 이들이 다시 거리를 활보한다. 도쿄 번화가의 노상음주자들은 대부분 20-30대들이다. 이젠 손 쓸 방도가 없는 상태에 도달했다.
  

긴급사태선언 기간중이지만 문연 가게들도 많고 여기저기 노상음주의 흔적이 남아있다. 대부분은 젊은 층이다. (도쿄 우에노, 아키하바라 일대) ⓒ 박철현

 
자포자기 의료진... 그래도 올림픽은 고고

내각부 산하 코로나분과회 오미 시게루 회장은 28일 중의원내각위원회에 출석해 "이미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으며 일반의료, 예를 들어 응급의료나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수술 등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분과회에 참여하고 있는 다테다 가즈히로 도호대학 의학부 교수 역시 28일 일본기자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선언으로부터 2주가 지난 이 시점에서 이러한 숫자가 나왔다는 것은, 다들 마음속으로 느끼고 있겠지만, 앞으로도 당분간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감염자는) 늘어나고 의료시스템 붕괴는 조금씩 더 확실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내각부 산하의, 일본의 코로나 대책을 이끌어 온 전문가들이 자포자기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고노 다로 백신담당관은 "올림픽보다 코로나 대책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냐, 올림픽을 지금이라도 중지할 의향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올림픽 관련 부서에 물어봐라"라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스가 총리는 "도쿄의 인구 유동량은 줄고 있기 때문에 올림픽 중지는 없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의 말은 일견 맞다. 도쿄 사람들이 연휴기간 동안 타 지역으로 빠져 나갔으니 도쿄 유동량은 줄 수밖에 없다.
 

일본 오사카시에 있는 오사카부립 국제회의장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대규모 접종센터에서 24일 노령층 시민들이 백신 주사를 맞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1.5.24 ⓒ 연합뉴스

 
일본의 방역은 모든 면에서 이젠 손쓸 수가 없는 상황까지 왔다. 부족한 PCR 검사 및 의료시스템의 붕괴, 한계에 봉착한 국민들의 인내력, 설상가상의 도쿄올림픽 등등 방역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그나마 유일한 해결책이라 불렸던 백신접종 역시 올림픽이 끝나고 난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백신접종 완료는 11월로 예정돼 있는데, 그 때쯤 되면 걸릴 사람 다 걸리고 백신접종 효과도 나올 것이므로 일종의 집단면역 상태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 그 전에 걸려서 죽거나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생하게 될 사람들은 운이 없었던 '희생자'로 잊힐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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