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24 12:38최종 업데이트 21.09.24 12:38
  • 본문듣기

그룹 BTS(방탄소년단)이 20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2차 SDG Moment(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뷔, 슈가, 진, RM, 정국, 지민, 제이홉. ⓒ 청와대 제공

 
...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했고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연설했습니다. 그리고 BTS도 연설을 했는데요, 그들은 유엔 본부 건물 안에서 뮤직비디오까지 찍었습니다. 진짜로 말이죠. 아마 나이 든 사람들은 그랬겠죠. "BTS? 도대체 누구야?"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며 봤을 겁니다. "UN? 대단한 곳인가 봐?"

9월 21일 밤 <더 데일리 쇼> 진행자 트레버 노아는 유엔 총회에서 연설한 BTS에 대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정반대 반응을 전한다. 그는 팬데믹 와중에 열린 총회에서 전 세계 정치 지도자들과 나란히 연설한 보이밴드에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BTS가 유엔 무대에 선 것은 당연합니다. 그들은 전 세계에서 아마도 가장 강력한 군대(ARMY)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ARMYvaccinatedtoo

미국 시간 9월 20일 아침 9시, BTS의 유엔 연설이 시작됐다. 허드슨 강 너머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BTS의 한국어 연설은 나같은 해외에 있는 한국인들에겐 가격을 가늠할 수 없는 추석선물 같았다. 7분여의 따뜻하고 설득력 있는 그들의 연설은 또래인 미래 세대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니라 웰컴 제너레이션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변화에 겁먹기보다는 '웰컴'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 나가는 세대라는 의미에서 말이죠.

<보그>(Vogue)의 표현에 따르면 유엔총회는 '무미건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BTS의 등장으로 나를 포함해 전 세계 약 100만 명이 실시간 시청을 했고 동영상은 640만 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UN 본부를 배경으로 찍은 '퍼미션 투 댄스' 뮤비도 가뿐히 2100만 뷰를 넘어섰다.

여타 토크쇼처럼 CBS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제임스 코든도 BTS의 UN 총회 등장을 언급했다. 그는 전 세계 열다섯 소녀들이 UN 사무총장이 되고 싶어 한 역사적 순간이었다고 말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BTS 팬들을 어린 소녀로 한정한 것은 케이팝에 대한 선입견이라는 것이다. 그 영상은 더 이상 스트리밍 되지 않는다.
 

그룹 BTS(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20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2차 SDG Moment(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9.20 ⓒ 연합뉴스

  
무엇보다 BTS 연설 중 내 귀를 사로잡은 말은 백신에 대한 발언이었다.
 
우리에게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았는지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 7명 모두 예방접종을 받았습니다.
... (중략) ...
이 백신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팬들을 만나고 오늘 여러분 앞에 설 수 있는 일종의 티켓입니다.

제이홉과 RM이 7명 멤버 모두 백신을 맞았고 이는 일상으로의 빠른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한 수순이라고 설득한 것.

이들의 백신 접종 발언은 즉시 SNS에서의 인증 물결을 불러왔다. 2014년부터 아미였다는 로산(Rosan)은 #ARMYvaccinatedtoo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BTS는 전 세계인들에게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항상 자신의 영향력을 사용해왔다고 말했다. 간호사인 데시(Dessy)도 '환자와 가족의 안전을 위해 백신을 맞았다. 하루빨리 콘서트에서 보고 싶다'고 트윗하며 '아미인 나도 접종 완료!' 해시태그를 달았다.


<포브스>(Forbes)는 제이홉의 발언 12시간 후까지 24만 6000여 개의 #ARMYvaccinatedtoo 해시태그가 올라왔고, 이 단어가 미국 트윗 트렌드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백신반대주의자들의 저항
 
당신은 코로나 19 백신을 맞았나요? BTS는 맞았습니다.

21일 유엔 아동기금(UNICEF) 공식 트위터는 BTS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트윗을 올렸다.

그들이 BTS의 메시지를 더욱 고마워한 이유는 미국 내 산재한 백신에 대한 오해와 왜곡 때문이다. 특히 영향력 큰 샐럽들의 안티 백신 메시지는 관계당국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 정도다.
 
(내 고향) 트리니다드토바고에 사는 사촌은 백신을 맞지 않기로 했어. 그의 친구가 백신을 맞고 발기불능이 되었기 때문이지. 결혼을 몇 주 앞뒀던 그는 여성으로부터 결혼을 취소당했대.

성공한 래퍼이자 젊은 싱어송라이터인 니키 미나즈(Nicki Minaj)의 트윗에 많은 이들이 황당해했다. 미국 샐럽들의 축제인 메트 갈라 참석을 위해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규정에 반발한 그가 자신의 2300만 팔로어에게 백신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트린 것.

젊은 흑인 세대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이 트윗은 백악관 기자 브리핑에서도 언급될 정도로 심각히 다뤄졌다. 잡지 <복스>(Vox)는 미나즈의 발언이 백신에 대해 조심하자는 미명 하에 위험한 안티 사이언스 세력들을 돕고 있다고 비난했다. 잡지 <롤링스톤>도 이제 니키 미나즈는 트럼프 지지 음모론자인 큐어넌(QAnon)의 영웅이 됐다고 비꼬았다. 수많은 팔로어들의 요구에도 니키는 자신의 친척에게서 들은 말을 어느 과학자의 말보다 더 신뢰하는 중이다.

인플루언서의 안티 백신보다 더 심각한 건 주 차원의 반대 무드다. 플로리다의 경우, 주정부 차원에서 바이든 정부의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에 반기를 들고 있다.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를 노리는 플로리다 주지사는 정부의 백신 및 마스크 의무화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한다. 마스크를 강제하는 학교는 주정부가 주는 학교 예산을 삭감할 것이라 공언했고 백신 접종 증거를 요구하는 기업과 학교, 정부 기관엔 5천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플로리다 주 코로나 확신자는 하루 평균 1만 2000여 명, 지난 16일 기준으로 사망자는 5만 811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역시 공화당 주인 텍사스의 경우도 접종 의무화를 금지하는 주지사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다. 그는 학교 등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금지한 상태인데 지역 내 몇몇 카운티는 주지사의 명령을 어기고 마스크 쓰기를 시행 중이다. 텍사스에선 하루 평균 283명이 코로나로 사망해 플로리다와 더불어 미 전체 사망자의 33%를 차지중이다.
 

그룹 BTS(방탄소년단)이 20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2차 SDG Moment(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뷔, 슈가, 진, RM, 정국, 지민, 제이홉. ⓒ 청와대 제공

 
안티 과학과 전쟁 중인 미국에서

현재 미국의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자 비율은 55.6%. 예약 없이 집 앞 약국이나 식료품점만 가도 언제든 맞을 수 있는 백신이 준비되어 있지만 미국인들 절반 가까이는 아직 맞지 않았다.

9월 21일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ld in Data)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을 적어도 한번 접종한 사람들의 비율에서 미국은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일본, 독일 등 G7 국가 중 꼴찌다.

미국 접종자 수는 올 상반기 백신이 처음 보급되었을 때 급격히 증가했지만 이후 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약 8천만 명에 해당하는 의료 종사자와 연방 공무원들에게 접종을 지시했지만 저항이 크다. 정부와 과학과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팬데믹에 극렬하게 드러나는 모양새다. 이 상황을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이용하려는 정치인들과 언론인들, 유명인들도 큰 걸림돌이다.

이런 와중에 BTS가 전 세계 100만이 지켜보고 있는 UN 총회장에서 접종 사실과 백신의 필요성을 얘기한 것은 신선하고 용감했고 매우 감사한 발언이었다.
 
사람들이 백신을 맞도록 여러분이 목소리를 내주었습니다. 이 팬데믹을 끝내기 위해 당신들이 큰 역할을 해준 것에 감사합니다.

BTS에 대한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의 인사는 코로나 확진자 4250만, 사망자 68만인 미국 땅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고마운 마음을 안고 나도 소심하게 인증대열에 동참하고 싶다. #ARMYvaccinatedtoo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