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25 07:00최종 업데이트 22.08.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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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한 공공기관의 거울 유리벽 앞에 쓰러져 있는 되지빠귀 ⓒ 김영준

 
시작은 아주 작았습니다. 국립생태원 동물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 여기저기서 새들의 죽음이 들려오기 시작했죠.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니 온 건물의 외벽과 창문이 반사유리로 되어 있었습니다. 새들이 이 외벽과 창문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것입니다.

죽은 새를 신고받고, 다친 새들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원인을 제거하는 게 맞다 판단했죠. 당연히 처음에는 '맹금류 스티커'를 떠올렸지만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도 생태원인데'라는 자존심으로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자료를 찾고 해외에서 검증된 저감제품을 구해 적용했습니다.


이듬해에는 추가 조치와 더불어 자그마한 소개 스티커를 주요 통로에 붙였습니다. 새들이 유리창에서 죽는다, 생태원은 이들의 죽음을 막으려 노력한다는 내용이었죠. 무심코 본다면 건물 유리의 무늬 하나에 불과하니까 적어도 생태원을 찾는 분들에게 이 죽음을 알리고자 한 것입니다.

 

국립생태원 구름다리 유리창에 붙인 ABC 자외선 반사 테이프 ⓒ 김영준

 

결국 이 안내 스티커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환경부 사무관님이 안내 스티커를 본 후 사업추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연구와 조사가 힘을 얻었고, 우리나라 피해 규모도 나오게 된 것이죠. 그 결과가 바로 하루 2만 마리, 연간 800만 마리라는 수치입니다.

미국에서는 연간 3.5억~9.9억 마리, 캐나다에서는 2500만 마리 가까이 희생된다고 합니다. 무척이나 좁은 한국에서 연간 800만 마리가 가당키나 할까요? 하지만 좀 더 깊게 바라보면 달라집니다. 미국에는 약 1억 3800만 동의 건물이 있고, 캐나다 인구와 건물 수는 약 3800만 명에 1천만 동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5100만 명에 730만 동의 건물이 있습니다.

국토 크기와 상관없이 유리창 면적과 수는 인구나 건물 수와 비례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구조센터에서 했던 경험으로만 봐도 흔한 가정집, 카페, 심지어 시골 창고 작은 유리창에서도 새들은 죽습니다.
 

하루 동안 조사하며 이리 많은 새들을 만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 김영준

 

물론 모든 건물에서 사고가 똑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죠. 새가 많이 죽는 건물이 있고, 아예 안 죽는 건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 모이통이 있는 시골집과 새 모이통이 없는 도시 건물 중 어디가 많은 희생을 보일까요? 건물당 희생률로 보자면 당연히 시골집입니다. 하지만 전체 건축물 수를 생각해본다면 당연히 도시 건축물에서 많은 희생이 나타납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투명 방음벽이라는 또 하나의 큰 함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투명 방음벽은 정확한 통계 추정도 불가능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생기는 신도시와 아파트 단지는 거대한 방음벽을 거의 항상 동반합니다. 여기에 유리 난간, 버스정류장과 지하철 출입구 등 어디건 서 있는 투명 구조물은 쉴 새 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새들을 죽여왔습니다.

어쨌거나 새들의 죽음을 막으려는 노력은 이제 고작 한 삽을 떴습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투명 방음벽이나 버스정류장과 같은 사회 시설에는 국가 의지를 관철할 수 있지만 민간 건축물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체 희생량 중 대다수는 분명히 건물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공공건물의 비율은 고작 3%에 그치고 있습니다. 80%에 달하는 사유 건물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 흐름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과 개발이 상충하지 않는 공존의 개발방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녹색건축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녹색건축은 에너지 효율 향상과 유발 오염원의 최소화에만 맞춰진 것이라 야생생물과의 공존 의지는 부족해 보입니다.

야생생물에 대한 존중이 가능한 건축이야말로 명실상부한 녹색건축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동물을 모아 죽이는 역효과가 발생합니다. 녹색건축을 위해 친환경 생물서식지(비오톱)를 조성하면 동물은 모여들지만 다른 예방 방안이 없는 한 충돌 사고가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문제인지 감도 잡지 못하고

간혹 강의를 하며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인간이 미필적 고의로 야생동물에 미치는 해악 중 하나인 로드킬의 처참한 모습은 좋건 싫건 운전하다 보면 봐야만 합니다. 만에 하나라도 직접 차로 치는 경험을 하게 되면 로드킬 문제를 더욱 체감하게 됩니다. 문제는 투명창 충돌의 경우 찾으려 애쓰지 않는 한 이런 느낌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류 충돌로 인해 유리창이 깨지거나 핏자국이 낭자했다면 이미 이 문제를 사회가 해결했을 것이라 봅니다. 차라리 새가 토마토와 같았다면 유리창엔 수많은 새의 핏빛 흔적이 남았을 테고, 돌과 같았다면 경제적 이유를 들어서라도 문제를 해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토마토나 돌과 같지 않은 새들은 여전히 건물과 방음벽 아래 조용히 썩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문제가 이토록 큰 것인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자 이제 문제는 제기되었습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해결에 앞서 어떤 문제를 우리가 더 알아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유리의 특성
 

유리 면에 반사된 풍경 ⓒ 김영준

 
유리는 투명한 것이 문제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유리는 크게 두 가지 속성을 갖습니다. 반사성과 투명성입니다. 이 특성에 따라 예방법은 달라집니다. 투명한 특성으로 문제가 일어난다면 어디라도 문양을 넣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반사가 문제라면 가급적 유리 바깥 면에 뭔가 조치해야 합니다. 반사는 제일 바깥 면에서 일어나고 새들은 밖에서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건축물의 높이

새들은 높이 날기에 대형빌딩에 영향을 많이 받을 거라 쉽게들 생각하곤 합니다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해외 안내서를 보면 12~18m 구간이 제일 취약한 높이라고 합니다. 도심 가로수가 대개 이 높이까지 자라기 때문입니다. 즉 4층 이하 낮은 건물에서 충돌이 많이 일어납니다. 우리나라 4층 이하 건물은 약 690만 채로 전체 건물 중 94%가량을 차지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물론 고층 빌딩도 영향을 줍니다. 특히 인천 송도와 같이 인근에 갯벌이 있어 봄과 가을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수많은 조류들이 거쳐 가는 지역에 위치한 고층 빌딩은 그렇지 않은 지역의 빌딩보다 영향이 훨씬 큽니다. 한 예로 2017년 미국 텍사스의 한 고층빌딩에서는 하룻밤 사이에 거의 400여 마리의 새가 죽은 적도 있습니다. 폭풍우 속에서 비행하던 새들은 낮게 날 수밖에 없었고, 빌딩의 조명이 새들을 현혹한 것입니다. 이동 경로에 위치한 고층 빌딩의 인공조명은 엄청난 수의 이주성 조류를 죽일 수 있습니다.
 

송도의 고층빌딩들. 야간조명이 특히 새들에게 위험하다. ⓒ 셔터스톡

 
방음벽도 반드시 크고 거대한 것만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지방도와 국도 확장에 따라 1~2단의 낮은 투명 방음벽이 도처에 설치되고 있습니다. 같은 비용으로 더 길게 설치할 수 있기에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날아다니는 새들로서는 하단의 콘크리트 부위만 피해 가면 된다고 생각하겠죠. 그러나 낮게 비행하는 조류들, 예들 들면 지빠귀류나 붉은머리오목눈이나 물총새, 참새들에게는 낮은 방음벽이라 할지라도 큰 위협이 됩니다. 

건축물의 위치

건축물의 위치도 중요합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는 조류 서식밀도가 워낙 낮기에 충돌사고는 많지 않지만, 시골의 펜션이나 단독주택, 통창을 가진 카페 등은 단일 건물로서는 가장 많은 조류를 죽이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캐나다 연구에 따르면 조류 먹이통이 있는 시골집에서는 연간 3.1마리가 죽는데, 먹이통이 없는 도심 건물에서는 0.1~0.4마리가 영향을 받습니다. 숲 안에 들어선 유리 온실은 실로 죽음의 건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멕시코나 싱가포르 연구에 따르면 건물 주위에 식생이 잘 발달한 장소에서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합니다. 물론 도심 건축물의 수가 시골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숲 안에 들어선 유리온실은 새들의 무덤이라 불러도 된다. ⓒ 픽사베이


인공 조명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바로 인공조명 문제입니다. 특히 광공해는 이주성 조류, 즉 철새나 도요새와 같은 나그네새에게 치명적 문제를 낳습니다. 대부분 조류 유리 충돌사고가 대낮에 발생하지만 야간 조명 역시 조류 충돌사고에 한몫합니다.

충돌사고로 많이 죽는 참새 같은 명조류는 대부분 한낮에 활발히 활동하므로 다양한 색상과 밝은 빛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죠. 그러나 이주성 조류는 주로 밤에도 바다를 건너 장거리 이동을 합니다. 이들은 야간 시력이 좋지 않거니와 매우 힘든 여정을 보냅니다. 따라서 밤하늘에서 밝은 빛을 보면 그쪽으로 날아와 머무르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미 100년 전에 아일랜드 조류학자 찰스 패튼이 기록한 바에 따르면, 엄청난 수의 철새 떼가 등대를 향해 날아오다가 등대 창문에 충돌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에는 인공조명이 흔하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곳에서 볼 수 있죠. 이렇게 모여든 새들은 유리라는 투명 벽을 만나 충돌합니다. 특히 안개나 구름이 자욱한 날에는 고공 야간비행이 어렵기에 지상부 가까이 접근하게 되는데 이때 도심지 불빛에 영향받으며 많은 새들이 유리에 충돌하게 됩니다.
 

유리창에 희생되는 조류 이동성 특성. 우리나라에서는 텃새들의 피해가 심하다. ⓒ 김영준

 
새들에게 투명창이 있다고 알려주자

발생 원인이 다양한 만큼 해결방안도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설치된 유리 구조물을 모두 떼어 낼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는 것이 문제 인식의 출발점입니다.

무엇보다도 새들에게 여기 투명창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새들이 지나갈 수 있는 틈은 없노라 우리의 뜻을 전달해야 합니다. 바로 그 기준이 5×10 규칙입니다. 위아래로 5㎝ 또는 좌우로 10㎝ 이내 간격으로 무늬를 넣으면 됩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이보다 작은 공간은 새들이 빠져나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숲 안에 사는 새들은 좁은 공간을 빠져나가는 능력이 뛰어나기에 위 아래 5㎝ 이하 간격이 필요하다. ⓒ 김영준

  

날개를 펼치고서는 날아갈 수 없는 공간인 좌우 10㎝ 이내의 간격이 중요하다. ⓒ 김영준


새롭게 짓는 건축물은 유리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유리를 효과적으로 가리면 됩니다. 계획단계에서 조류 친화적 설계를 하는 것이라면 바로 디자인 요소가 되겠지요. 깍두기 형식을 벗어나 예술적 요소를 넣는 것이 건축미라는 측면에서도 멋집니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건축물도 많습니다. 지난 2019년 문을 연 전태일기념관도 다소 부족하기는 하지만 전면 파사드(façade)에 새 충돌을 줄일 수 있는 열사의 편지글이 도드라져 있습니다. 이런 양식의 건축 외관 디자인도 충돌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전태일기념관 건물 전면 디자인도 조류 충돌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 김영준

 
만약 유리를 사용해야 한다면 충돌 예방효과가 있는 유리를 사용합니다. 경험상 건물은 반사성이 주요 문제고, 방음벽이나 유리 난간, 버스정류장 등은 투명성이 문제입니다. 유리의 반사성을 막을 수 있는 에칭 유리나 프리트 문양 등을 인쇄한 유리를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접합유리는 유리 내부에 세라믹 인쇄를 하여 원하는 문양을 넣을 수 있습니다.

5×10 규칙에 따라 다양한 문양을 선택해볼 수 있습니다. 이때 가급적 두 가지 색상이 들어간 문양을 교차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좋습니다. 보통 검정과 주황색의 배합이 좋습니다. 이 밖에도 색유리나 유리블록을 사용하여 건물을 꾸밀 수도 있습니다. 또한 기능적으로 자외선 반사 무늬 유리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검정과 주황색 대비의 도트 문양. 어두운 배경에서는 주황색이 도드라져 유리를 알릴 수 있다. ⓒ 김영준

 
이미 지어진 건물이라면 어쩔 수 없이 유리에 뭔가를 처리해야 합니다. 그것이 스티커가 될 수도 있고,  필름이나 스프레이, 아크릴 물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매우 많은 제품이 개발되어 있어 다양한 예산 범주에서 선택 가능합니다. 아크릴 물감 점찍기와 같이 집에서 직접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10㎝ 간격으로 낙하산 줄(뻣뻣해서 잘 꼬이지 않습니다)을 매달 수도 있고, 유리창 앞에 굵은 그물을 매달 수도 있습니다. 우리 눈으로 봐서 보인다면 새들도 피해갑니다.
 

유리 블록을 활용한 건물의 미적 요소. 굳이 투명할 필요가 있을까? ⓒ 픽사베이

 
그럼 아파트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파트는 투명 방음벽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층 거주민의 조망권과 소음 차단을 위해 투명하게 만듭니다. 이때도 충돌을 줄일 수 있는 무늬유리로 방음벽을 만들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면 각 층의 유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4층 이하의 저층에서 주로 사고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저층 유리는 반드시 저감 처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고층의 경우 개인이 유리 바깥 면에 뭔가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때는 수직 블라인드 등이 도움이 됩니다. 물론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만 그나마 집에서 손쉽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이죠.

이 밖에도 유리 난간이나 버스정류장, 지하철 출입구와 같은 유리 구조물도 완전한 투명성이 꼭 필요하지 않다면 예술적 요소를 살리며 문양을 넣을 수 있습니다.
 

제주도 탐라교육원 앞 버스정류장. 이렇게 새들은 안전해질 수 있다. ⓒ 김윤전

 
투명 방음벽은 기존 방음벽과 신규 또는 갱신 방음벽을 나눠 생각해봐야 합니다. 기존 투명 방음벽에는 어쩔 수 없이 내구 기간이 한정적인 제품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즉 테이프나 필름을 활용한 방법이 되겠지요. 다만 높은 방음벽이 많은 이상 재료비보다 시공비가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소 비싸다 하더라도 내구성이 뛰어나고 효능이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입니다.

신규 투명 방음벽이라면 우선 반드시 투명재료를 사용해야 하는지 질문해야 합니다. 지역 주민의 조망권이나 영농을 위해서 혹은 도로 위의 눈을 녹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투명 벽을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투명 벽을 써야 할 목적이 명확하다면 조류 충돌을 막을 수 있는 무늬가 들어간 투명판을 사용해야 합니다. 완벽하게 막지는 못하지만 매우 효과적으로 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투명 방음벽에 시공한 도트형 테이프 ⓒ 김영준

 

도트형 테이프 시공 구역(남측)은 215일간 단 두 마리만 희생되었으나 미시공 구역(북측)은 현재도 희생되고 있다. ⓒ 김영준

 
법과 제도만으로는 부족해

야생조류는 그동안 끊임없이 감소 추세를 이어왔습니다. 주된 위협은 서식지 소실과 파괴, 파편화가 첫 번째고 다음으로 네오니코티노이드와 같은 저독성 농약, 들고양이 피해 그리고 유리창 등을 꼽습니다. 지난 50년간 북미 지역에서 번식하는 조류 30%가 감소했다는 보고는 충격적입니다. 기후위기로 그 추세는 가속화할 것이라는 추정도 이어집니다. 야생조류는 일종의 공공재입니다. 따라서 공공재 보전을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무척 중요할 수밖에 없지요.

2019년부터 지방자치단체들에서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을 막고자 조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8월 현재 전국 27개 지자체에 관련 조례가 있습니다. 환경부에서는 2021년 3월 '방음시설의 성능 및 설치 기준'이라는 행정규칙을 변경해 야생조류 충돌 예방 문양의 삽입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벌칙조항은 없어 이를 어긴다고 하여 다른 제재를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그동안 수차례 법률이 개정되어 왔습니다. 최종적으로 2022년 5월에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2023년 6월부터 시행합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야생동물이 인공구조물에 충돌하거나 추락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국가기관 등이 인공구조물을 설치‧관리하도록 하였죠. 다만 기존 인공구조물에는 실태조사를 해서, 피해가 심각하다면 시정요청을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 많은 건축물을 매일 쳐다보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까요.

이렇게 법적 장치가 정비되었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인식 증진일 것입니다. 공공건축물 3%를 제외한 건축물은 여전히 법적 사각지대에 남아있으니까요. 일반인이 직접 사유건물에 저감 또는 예방조치를 하려면 비용이 들고 투명한 경관이 사라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공공재 보전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중요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문턱을 낮출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지원책은 법적 근거를 가질 때 장기적 대안이 됩니다. 따라서 사유 건물에서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야 하며, 지역 언론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이용하여 우리 지역의 문제를 알리는 일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대형 건축회사가 이를 인지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야생동물은 사회 공공재이기 때문입니다. 특정 회사 이익을 담보로 사회 공공재를 해칠 수 없을뿐더러, 희생자는 우리와 공존해야 하는 자연환경 구성체인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여전히 시민참여 모니터링이 중요합니다. 건물에서 발생하는 충돌 문제를 전문조사원이 관찰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민간에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조사 미션을 통해 충돌사고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모든 지역에서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을 기록하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많은 분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코로나19로 2년이 넘게 허덕이는 요즘, 인수 공통 감염병 중 야생동물로부터 넘어오는 질병이 60%를 넘는다는 사실이 새롭게 와 닿습니다. 생물다양성 감소 때문에 특정 종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야생의 질병이 인간에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는 경고는 이미 1980년대부터 있어왔습니다. '공존'이라는 거창한 이야기에 앞서, 새를 살리자는 구호 이전에, 새를 죽이지 말자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김영준 /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 김영준


* 필자 소개: 이 글을 쓴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야생동물 수의사입니다. 관심 영역은 야생동물의학과 생태질병, 야생동물 보전입니다. 오랫동안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조난당하거나 병든 야생동물의 치료와 재활을 도와왔고, 현재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예방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의 질병>을 번역했고 <한국 고라니>,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 등을 공동으로 펴낸 바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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