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18 11:55최종 업데이트 22.10.1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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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국민주거안정 실현방안인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으로 핵심은 5년 임기 내 주택 27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 연합뉴스


정부의 8·16 아파트 공급 대책 발표와 지속되는 금리인상으로 전국과 서울의 아파트 시장은 물론 견고했던 '강남불패' 신화도 흔들리고 있다. 서울 강남 3구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하락 폭도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매매시장뿐만 아니라 전세시장도 2012년 아파트 전셋값 통계 작성 이후 최대의 하락 폭을 보였다.

지난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영끌족들이 연말 7~8%로 예상되는 주택담보대출 고금리와 집값 추락에 대한 불안으로 소위 '공포매도'에 들어서고 있다. '패닉바잉'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패닉셀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서울 집합 건물 전체 매도인 중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3월 13.31%에서 7월 16.04%로 증가했다.


언론에서는 마치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처음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1998년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전년 대비 -15%로 그야말로 곤두박질쳤다. 10일 기준 현재 보여지는 아파트 매매가 하락률, 전국 -0.23%, 수도권 -0.28%, 그리고 서울 -0.22%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어머니의 친구분인 옥자 아주머니가 강남 아파트를 매입한 건 바로 그때였다. 모두들 위기가 언제까지 갈지 두려워했지만, 오히려 부동산 투자의 절대 기회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국가경제위기로 1995년 8.8%였던 정기예금 금리가 1998년 13.3%로 올랐다. 옥자 아주머니는 마침 만기 된 적금도 높은 이자를 받게 되면서 경제적 여유가 충분해 1998년 여름 드디어 강남에 입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2018년 개봉된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위기는 반복됩니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합니다"라는 금융인 윤정학(유아인 역)의 대사처럼 옥자 아주머니는 신반포에 낡은 아파트를 매입했다. 윤정학은 당시 경제관료들의 '무능력함'에 수십억 원을 베팅해 돈을 버는 인물로 나온다. 모두가 패닉셀링 할 때 윤정학은 강남 아파트를 헐값에 매입해 큰돈을 벌게 된다.

사람들은 이제 부동산은 끝났다고 이야기했지만, 옥자 아주머니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나라에서 '집'과 '땅'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맹목적이고도 지나칠 정도의 '집'과 '땅'에 대한 소유욕은 쉽게 버려지는 게 아니었다. 최소한 해방둥이 세대인 어머니 세대에게는 그랬다. 

또한 옥자 아주머니는 자산적 가치를 갖는 주택의 특성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다. 거주환경이 아무리 뛰어나도 좋은 학교와 병원, 쇼핑, 서비스센터 같은 편의시설과 대중교통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곳에 주택을 매입하면 자산적 가치가 오르는 데 제한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옥자 아주머니의 판단은 옳았다. 국가부도 위기의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0년대로 들어서자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수도권 신도시로 떠났던 탈강남 거주자들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고 땅을 치며 후회했다.

사회적으로 경계화된 독특한 공간

202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 5178만 명의 약 3%, 서울 인구 960만 2000명의 약 16%가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에 거주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과밀화되어가는 구시가지의 인구 분산과 서울의 균형발전을 위해 개발되기 시작한 '강남'은 세인들의 많은 관심과 비판을 동시에 받는, 사회적으로 경계화된 독특한 공간이다. 개발과정에서 이미 집중적인 투기의 대상이 되었던 강남은 우리 사회에서 '복부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공간이기도 하다.

강남에 대한 남다른 사랑은 고위 공직자들도 마찬가지다. 복부인의 상징이었던 '빨간 바지'의 주인공 역시 고위 공무원의 아내였고, 이후 대통령의 부인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어떻게 평범한 일반인이 토지개발에 대한 정보를 남들보다 빨리 알 수 있단 말인가.

2017년 3월 공개된 4급 이상 고위 공직자 2351명의 재산 내역을 보면, 서울에 건물을 가진 이가 약 43%였고, 이 가운데 강남 3구에 건물을 보유한 이는 약 22%로 나타났다. <중앙일보>에서 코드나무와 함께 고위 공직자가 보유하거나 임차한다고 신고한 건물 밀집지역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1위는 서초구 서초동, 2위는 강남구 대치동, 3위는 서초구 반포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지역 중 9개 동네가 강남 3구에 있었고, 유일한 비강남 지역은 용산구 이촌동(9위)이었다.

2020년 3월 공개된 고위 공직자들 2390명의 재산 내역도 비슷했다. 고위 공직자들의 주택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은 여전히 서초구(198명)와 강남구(185명)로 나타났고, 3위에 세종시가 올라온 점이 2017년과 다른 점이다. 하지만 송파구가 세종시 다음인 4위로 나타나 고위 공직자들의 강남 3구 사랑은 여전함을 알 수 있다.
 

강남3구에 집중한 고위 공직자 보유건물 ⓒ 윤여경

  
이는 강남이라는 지역이 갖고 있는 부동산 가치뿐만 아니라 소득 수준, 가구주의 학력, 주거환경 만족도, 건강 수준 등에서도 강남과 비강남 지역 간의 차이가 뚜렷이 나타난다.

2020년 1월 19일 부동산 114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강남 3구 지역의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는 약 17억 2000만 원(2019년 12월 기준)으로 강북 3구(노원, 도봉, 강북) 지역(약 4억 3300만 원~5억 10만 원)의 최대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 3구의 아파트 4채를 팔아야 강남 3구 지역의 아파트 1채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 3구 지역과 강북 지역의 평당 아파트 가격의 차이는 지난 몇 년간 더욱더 확대됐다.

소득 수준을 살펴보자. 2018년 서울연구원에서 발표한 '2016 서울서베이'를 살펴보면, 월평균 200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 가구의 비율이 높은 생활권은 강북 지역의 도심권, 동북 1 생활권 순으로 나타난 반면, 5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층 가구의 비율이 높은 생활권은 강남 지역의 동남 1, 2 생활권으로 나타났다.

'2016 서울 서베이' 자료를 바탕으로 <헤럴드경제>에서 서울 25개 구별로 산출한 가구당 월평균 소득 결과에서 월평균 가구소득이 가장 높은 서초구(500~550만 원)와 가장 낮은 중구(345만 원)와의 소득 격차는 약 170만 원 정도다. 연 소득으로 따져보면, 연간 약 2000만 원 정도 차이가 나며 5년이 지나면 1억 원 넘게 차이가 난다.

더욱 심화된 쏠림현상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가구주의 학력은 어떠할까? '2016 서울서베이'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주의 학력 수준간 지역적 편차 또한 크게 나타났다. 4년제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고학력 가구주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남구(56%), 서초구(51.1%), 그리고 강동구(49.1%)였다. 반면 4년제 대졸 이상 학력의 가구주 비율이 가장 낮은 강북구(30.8%)의 경우, 강남구와 약 25%p 차이가 났다.

자치구별 주거환경 만족도 결과에서도 만족도 10점 만점에 서초구가 6.5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중랑구가 5.77점으로 가장 낮았다.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이 발표한 '2020 서울시 지역사회 건강 프로파일'에서도 강남과 강북 지역 간의 차이가 뚜렷이 나타났다. 노인 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구는 강북구(20.6%)였고, 가장 적은 구는 강남구(13.9%)였다.

2017~2019년 출생 시 기대여명은 서초구 84.48세로 가장 길고, 강북구가 81.89세로 가장 짧았으며, 동기간 총사망률도 서초구가 228.1명으로 가장 낮았고, 강북구가 326.2명으로 1.4배 격차를 보였다. 암사망률과 심장질환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구는 강북구, 종로구로 나타났으며, 가장 낮은 구는 강남구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 자치구별 인구 1만 명당 코로나 발생자 수가 가장 높은 구는 강남구였지만, 사망자수가 가장 높은 구는 종로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만 명당 보건의료기관 수가 가장 높은 자치구는 강남구(49.9개소)로 가장 낮은 자치구인 도봉구(11.3개소)의 4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1960년대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장화 없이는 걸어 다니지도 못하던 시골이었던 강남은 강북의 과밀화를 억제하고 서울의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강남유인정책에 의해 누구나 입성을 꿈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동네가 되었다. 정부에 의해 창출된 이 공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정부에 의해 수요가 가장 억제되는, 규제의 대상이다.

그러나 재건축, 대출, 청약, 세금 등과 같은 정부의 규제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강남에 대한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의도대로 시장이 움직여지던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1970년대 강남이라는 공간을 생산해 낼 때와 같은 유인정책이 필요하다. 강남에 대한 쏠림현상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동산 가치뿐만 아니라 소득 수준, 가구주의 학력, 주거환경 만족도, 건강 수준 등과 같은 다양한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강남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아니라 수요자들에게 강남 이외의 지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강남에서의 인프라를 누릴 기회가 있다면, '가성비'를 가장 중요시 여기는 밀레니얼들이 이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참고문헌
정선언, 조혜경, 고위 공직자들이 사랑하는 동네는? <중앙일보> 2017.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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