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14 13:20최종 업데이트 22.11.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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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COP27 기후정상회에서 연설 후 청중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에 한나절 일정으로 들렀다. 8일 치러진 미국의 중간 선거에서 하원의 경우 공화당의 승리를 의미하는 '붉은 파도'를 막았고 상원은 민주당이 장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손에 쥔 상태였다. 예상외의 고무적 결과에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10일 하루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COP27 회의장이 꽉 찼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환영의 표시이자 기후 변화 관련 사상 최대 규모 법안을 어렵게 통과시킨 바이든에 대한 관심이었다. 법안에 명시된 전체 7400억 달러(974조 원) 중 기후 관련 예산은 3690억 달러(486조 원)다. 미 프린스턴대 제로랩은 이 법안으로 미국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의 50% (2005년 대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여느 정상들과 마찬가지로 바이든 대통령 연설 역시 기후 문제의 심각성과 자국의 성과를 언급했다. 특이한 점은 바이든의 젊은 세대 언급이었다. 그는 "이같은 성과는 미국 전역의 젊은 세대가 견인했다"고 말했다. 그의 최대 업적으로 기록될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탄생할 때까지 그린 뉴딜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선거 고비마다 힘을 보탰던 젊은 세대 노력에 대한 인정이었다.  

미국 중간 선거 예측이 빗나갔다. 공화당으로 향하는 각종 통계, 대부분 여당에 불리했던 중간 선거의 역사, 그리고 40% 초반의 낮은 바이든 지지율을 근거로 주류 언론은 공화당 압승을 예상했다. 반면 2018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맞혀 유명해진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민주당 승리를 예측했다. 그는 미국 선거는 양당 지지자가 아닌 '선거에 무관심한 이들'이 결정한다며 이들이 이번 선거에 대거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과는 양쪽 모두 틀렸지만 양쪽이 제시한 근거는 맞았다. 통계로 나타난 공화당 우세가 선거에 무관심했던 이들의 참여로 상쇄된 것이다. 이처럼 선거 향방에 변화를 줄 만큼 의미 있는 세력으로 부상한 존재가 바로 젊은 세대다.

미국의 20대(18~29)는 전통적으로 투표 참가율이 20% 미만이었지만 2018년 트럼프 대통령 중간 선거 때 31%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정확한 통계는 선거가 완전히 끝나야 알 수 있겠지만 터프츠대의 시민 학습 및 참여에 관한 정보연구센터(CIRCLE)는 2022년 중간 선거에서 젊은 세대 투표율을 27%로 보고 있다. 1990년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들은 민주당으로 확연히 기울어져 있다. CNN 출구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는 공화당이 13%p, 45~64세 구간에서는 공화당이 11%p 우위를 보였다. 반대로 30~44세 구간에서는 민주당 2%p, 18~29세 구간에서는 민주당이 무려 28%p 우위를 보였다.

정치권도 젊은 세대의 역할을 인정했다. 선거 후 바이든 대통령은 "이 나라 젊은 세대에 감사한다. 이들은 2년 전처럼 내가 본 적 없는 숫자, 역사적인 숫자로 투표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은 "이들의 투표가 없었다면 지난 밤 선거 결과는 무척 달랐을 것"이라는 소감을 트위터에 남겼다.

선라이즈 운동
 

미국 중간선거 직후인 지난 10일 워싱턴 하워드 극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 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청중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누가 미국 젊은 세대를 투표장으로 불러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선라이즈 운동이다. 2017년 35세 미만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결성해 경제 정의와 기후 정의를 동시 실현하는 그린 뉴딜을 목표로 내걸었다. 2018년 11월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집무실 점거 사건을 계기로 순식간에 팽창하면서 현재는 미국 전역에 400개 넘는 지부가 있다.

2020년 대선 당시 온건파 바이든이 그린 뉴딜을 수용하자 그의 당선을 도왔다. 2021년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법안이 상원에서 고전하자 2022년 중간 선거 때 보다 공세적인 정치 운동을 예고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우리가 민주당을 차지하자" 젊은이들의 의미 있는 도발)

이번 중간 선거에서 선라이즈 운동은 그린 뉴딜 수용을 밝힌 민주당 후보 10명을 공식 지지하고 위스콘신 주와 펜실베이니아 주를 전략적 중요 지점으로 삼았다. 둘 다 공화-민주 지지가 자주 바뀌는 경합지다.

여론 조사에서 위스콘신은 공화당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펜실베이니아는 백중세였다. 선거 직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동시에 유세장을 찾아 지원할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곳이었다. 선라이즈는 하원의 섬머 리와 상원의 존 패터맨을 지지했다.

선라이즈 운동의 바시니 프라카시 대표가 선거 다음 날 자신들의 선거 활동을 밝혔다. 위스콘신의 경우 11만 4605통의 전화 통화를 하고 44만 2032개의 문자를 보냈으며 거리에서 수천 명을 만났다고 했다.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41만 7241명에 달하는 젊은 세대, 노동자, 첫 투표 유권자를 직간접으로 접촉했고, 직접 집을 방문한 것은 약 7000건이었으며, 투표일까지 200만 번 이상 소셜 미디어 광고를 노출시켰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선라이즈가 지지한 10명 중 8명이 당선됐다. 공을 많이 들였던 두 곳 중 위스콘신 상원 선거는 1%p 차이로 패했다. 하지만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선라이즈가 지지한 상·하원 두 명 모두 당선되었다. CIRCLE에 의하면, 펜실베이니아 18~29세 유권자의 70%가 민주당을 지지했다. 두 후보의 전체 격차가 3%p에 불과했음을 고려할 때 70%에 달하는 20대 지지는 결정적인 셈이다. 

선거 다음 날인 9일 선라이즈 운동의 바시니 프라카시 대표는 "젊은 세대가 이번 선거를 구했다. 두 선거 연속해서 Z세대가 민주당의 기반이 될 수 있고 될 것임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펜실베이니아 상원에서 승리한 패터맨을 향해서는 "지지한 젊은 세대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펜실베이니아 젊은층 53%가 기후 위기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11월 초 선라이즈 조사 결과를 상기시켰다.

양쪽에서 압박받는 바이든
 

지난 1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의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라이즈 운동이 중간 선거 동안 젊은 세대를 설득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다. 법인세 인상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투자해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의료 영역의 복지 확대를 골자로 한다. 다시 말해 그린 뉴딜의 범주에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최대 경제 문제였고 기후를 선거 전면에 내세우기에는 시기상조라 법안의 취지를 가리는 '괴상한' 이름이 붙여졌을 뿐이다.

이 법안은 바이든과 젊은 세대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낙수 효과 경제에 신물이 난다"고 신자유주의 경제를 비판하며 "아래로부터 중산층 중심으로 경제를 건설한다"는 바이든의 경제관을 반영한다. 이는 낙수 효과 경제의 부작용을 직격으로 맞아 부모 세대보다도 빈곤하고 기후 변화에 가장 위협을 느끼는 젊은 세대의 이익과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이들은 중간 선거에서 바이든을 지지했다.

하지만 미완성된 공감대다. 인플레이션 감축법(혹은 그린 뉴딜)의 필연적인 보호 무역주의 속성, 다시 말해 자국 노동 시장 강화 및 제조업 양성에 대해 한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연합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양쪽에서 압박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고 다른 하나는 12월 6일 치러질 조지아 주 상원 결선 투표다. 13일 네바다 주에서 개표 역전으로 민주당은 상원 과반수를 지켰다. 며칠 전만큼 절실하지는 않지만 의석차는 클수록 좋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지난 2년간 다수당이었지만 당내 조 맨친 상원의원 단 한 명의 반대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1년을 고전하고 원안보다 후퇴해야 했다.

조지아 주는 2020년 최대 격전지였다.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한 주 가운데 가장 근소한 차이였다. 민주당이 지난 2년간 상·하원 모두 주도할 수 있던 것은 결선 투표까지 간 조지아 주 상원 두 자리를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선라이즈 운동은 그린 뉴딜을 수용한 바이든과 상원의 라파엘 워녹, 존 오소프을 지지하고 도왔다.

정치적 무게감을 장착한 미국 젊은 세대의 요구와 아시아-유럽 동맹국의 불만 사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과연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인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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