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15 12:04최종 업데이트 23.11.1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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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참사 현장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4대종교기도회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작년 10월 29일 서울 한복판 이태원에서 159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을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10.29 이태원 참사는 안전을 책임져야 할 모든 기관을 대상으로 사고원인과 대응의 적절성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서울시도 여기에서 빠질 수 없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서울특별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 조례에 따라 지역의 재난을 예방·대비하고, 사고 발생 시 이에 대응해야 하는 책임이 분명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 직후 서울시의회도 조사와 대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2022년 11월 1일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성명을 발표하고 이태원 참사 대책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에서는 당장 진행될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우선 사안을 조사하고 이후 특위 구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위 구성에 대한 생각은 달랐지만, 서울시의회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서울시의 대응 적절성,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11월 2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2022년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참사의 구체적 원인이나 대응 주체 등을 파악하는 진상규명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경찰청과 지자체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할 자치경찰위원회가 서울시로부터 뒤늦게 참사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을 지적한 것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재발 방지와 재난안전 시스템 정비 요구에 그쳤다.

특히 이태원 참사 당시 직접 재난을 관리하고 수습하는 재난안전관리실이 소속된 안전총괄실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시의 역할과 책임을 묻는 질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와 지자체가 개발한 '재난안전통신망'이 이태원 참사 대응 시 작동하지 않았기에 재난 안전통신망을 신속히 정비할 것을 요구하고, 서울시 도시안전 기본계획 수립 시 이태원 참사와 같이 주최자가 불분명한 다중운집 행사에 대한 계획을 포함하여 수립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서울시가 사전에 해당 참사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 참사 인지 후 현장 대응을 위해 언제 누가 출동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질의는 제외된 것이다. 참사 직후 서울시 대응을 확인할 수 있는 재난안전관리실 운영일지에 대해서는 행정자치위원회의 자료요구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자료요구만 보더라도 서울시의회는 재난안전관리실 운영일지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한 것이다. 

지난해 행정사무감사 마지막 날인 11월 15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입장을 달리한 서울시의회 특위 구성에서 그나마 진척이 있었다. '이태원 사고 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통과된 것이다. 특별위원회는 여러 상임위원회 소관과 관련되거나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한 안건을 효율적으로 심사하기 위해 따로 위원회를 둘 수 있는 제도다.

이태원 참사는 서울시의 안전총괄실, 소방재난본부, 다산콜센터, 교통실 등 여러 부서의 내용을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측면에서 특위 구성이 필요했다. 참사 원인 파악과 유사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특위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던 것이다.

서울시의회 특별위원회 구성 소식은 당시 정부나 지자체에서 각자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던 상황에서 참사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희망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태원 사고 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통과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울시의회의 이태원 참사 관련 특위는 구성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참사 1년, 서울시의회 차원의 진상규명 진척 없어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0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해 추모사를 듣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그렇다면 참사 1주기를 맞은 시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행정사무감사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에 얼마나 다가갔을까? 작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주로 지적되었던 도시안전건설위원회의 재난안전관리실과 소방재난본부, 행정자치위원회의 행정국과 자치경찰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를 살펴보았다.

재난안전관리실 대상 행정사무감사에서는 2023년 수립된 서울시 안전관리계획에서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1. 위험을 예측하지 못했다, 2. 군중이 사고 인지를 늦게 했다, 3. 군중심리로 위험을 회피하지 못했다'라고 파악한 것에 대해 행정의 책임에 대한 언급 없이 사고 원인을 시민의 탓으로 전가하는 것을 지적했다. 또한 행정안전부 예산삭감에 따라 재난안전통신망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경우 대비를 촉구했다. 

소방재난본부 대상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이태원 참사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통과된 조례에 따라 다중 운집 행사 시 주최자 유무와 관련 없이 안전관리에 대해 소방재난본부역할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행정국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적절한 처분인지에 대한 질의가 진행되었다.

자치경찰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 당시 제도적으로 자치경찰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이 부재했던 점을 인정하면서 자치위원회가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건의했고 다중운집 지역을 파악할 수 있는 지능형CCTV의 운영 관리를 당부했다.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진상규명이 우선인데, 참사 1주기에 진행된 행정사무감사 역시 피상적인 평가와 소극적인 재발 방지를 언급하는 데 그쳤다. 서울시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사전에 미리 위험을 인지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이미 핼러윈 행사와 관련해 많은 인파가 모일 것이 예상되었기에 이에 대한 안전관리 인력 배치나 지하철 무정차 통과 등을 계획하거나 협조 요청 같은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매년 발생했던 행사에 대한 안전을 대비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서울시뿐만 아니라 시의회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서울시의회는 서울시민을 대신하여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참사에 대해 서울의 행정이 제대로 작동되었는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서울시가 참사 발생을 처음으로 인지한 시각과 이후의 참사 대응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했는지, 이에 대한 대응은 신속하고 적절했는지 확인했어야 하지만 이러한 역할을 하는 서울시의회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검찰의 수사가 지연되고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독립된 조사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하는 '10.29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은 국회에서 6개월 넘게 계류 중이다. 앞서 살펴본대로 서울시의회가 결의했던 '이태원 사고 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도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유가족과 피해 생존자, 그리고 시민들이 참사의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이태원 참사는 단순히 한 행정기관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 경찰과 소방 그리고 지자체와 정부 기관 어느 하나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다. 때문에 수사기관과 국회뿐만 아니라 서울시의회 차원에서도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서울시의회는 조속히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관련 활동을 펼쳐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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