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29 17:07최종 업데이트 23.11.2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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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의 모습. ⓒ 연합뉴스

 
2024년 예산 약 657조 원을 결정하는 회의가 또 밀실로 들어갔다. 정부 예산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수년째 예결위의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의 소위원회인 '소소위'에서 결정돼왔다.

법적 근거가 없는 소소위는 기록을 남길 의무가 없다. 언론과 시민사회가 입을 모아 '정부 예산이 밀실에서 결정된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 모든 소위원회는 논의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소소위는 절차를 갖춘 회의가 아니다. 불가피한 상황에 임시방편으로 하는 회의다 보니 회의록을 남길 의무도, 논의 내용을 공개할 의무도 없다. 문제는 임시방편이어야 하는 소소위원회를 통한 예산심사가 관례처럼 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는 27일, 정부 예산 심사를 소소위원회로 넘겼다. 소소위에는 예결특위 위원장인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예결위 여야 간사인 송언석, 강훈식 의원 등 최소인원만 참석한다. 수백조 예산이 국회의원 세 명의 깜깜이 논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올해 예산심사가 소소위까지 넘어간 이유는 쟁점 예산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훈식 의원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특활비, 특정업무경비, 원전·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R&D) 예산 등 쟁점에 대해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비공개 밀실에서 '특수활동비 예산' 결정해도 괜찮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 특활비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어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권력기관 쌈짓돈'인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의 결정 과정조차 비공개로 결정된다는 것은 큰 문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특수활동비 예산은 1237억 3646만 원으로 전년도보다 1.3%(16억4800만원) 늘었다. 그 중 부정사용과 오남용집행 관행이 드러나 문제가 된 검찰의 특수활동비 예산은 80억 원에 달한다.

검찰 특수활동비는 현금으로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고, 명절 떡값, 연말 몰아쓰기, 퇴임전 몰아쓰기, 격려금, 포상금, 비수사부서 지급 등 예산 부정 집행 사례가 숱하게 드러난 상태다. 

'기밀수사'에 사용되어야 할 검찰 특수활동비는 나눠갖기식으로 엉뚱한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4번의 명절을 앞두고 무려 2억 5천여만 원의 떡값 돈봉투가 돌려졌다. 2017년 12월에는 연말에 일선 검찰청에 특수활동비를 한 번 더 배분하는 '13월의 특수활동비'가 지급되기도 했다. (관련 기사: 2억 5천 떡값 사용한 윤석열, 답변 피하는 한동훈... 그대로 둘 건가, https://omn.kr/26jde)

그 외에도 퇴임이나 이임을 앞둔 지검장이 특수활동비를 몰아 쓰거나, 지청장이 특수활동비를 '셀프 수령'한 사례들도 드러났다. 기밀수사를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때에 지급되어야 하는 특수활동비가 '쌈짓돈'처럼 쓰인 것이다. 기밀 수사와 관련성이 없는 명백한 부정사용 사례들도 상당수다. 광주지검 장흥지청에서는 공기청정기 렌탈비, 기념사진비용으로 특수활동비가 사용됐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는 국정감사 격려금으로 특수활동비가 사용됐다. 휴대폰 요금으로 사용된 사례도 있다. 정보공개 자료를 수령하는 과정에서 회식비나 경조사비로 쓴다는 검찰청 관계자의 진술도 있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 불법적 집행이 드러나며 사회 각계에서 검찰의 불법적 특수활동비 집행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 와중에 검찰은 어떠한 소명도 하지 않은 채, 내년에도 국민 세금 80억 원을 특수활동비로 쓰겠다고 제출한 것이다.

제2의 특수활동비라 불리는 특정업무경비도 2024년 예산이 크게 늘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부처의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는 모두 올해보다 수십억 원 증액되어 1조원 넘게 편성되었다"라며 "민생, 복지, 미래예산을 깎아 정부가 쌈짓돈처럼 쓰는 돈은 늘렸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합, 함께하는시민행동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사회단체는 검찰 특수활동비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 예산이 밀실에서 결정되다 보니 예산 심사와 결정 과정에 이해충돌 상황이 벌어져도 이를 확인할 방법도, 조치할 증거도 없다는 게 문제다.

예산 결정에 대해 국회가 설명책임성을 갖기 위해서는 적어도 소소위원회 같은 밀실회의가 아닌 전 국민에게 공개되고 기록되는 회의에서 책임을 갖고 결정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예산 긴축이라는 명분으로 청년예산, 서민예산, 복지예산은 감액되었지만,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등은 감액은커녕 늘어난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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