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31 18:47최종 업데이트 21.03.3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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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열흘 앞둔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우편함에 투표안내문ㆍ선거공보물이 꽂혀있다. ⓒ 연합뉴스

 
- 文정부 '내로남불 공정'에 성난 민심…서울 野 지지율 40% 돌파 〈매일경제〉
- 文 지지율 34.1% 최저치… 부정평가는 62.2%로 최고 〈조선일보〉
- "일주일 안에 규제푼다"… 한강변 재건축 오세훈 효과로 '들썩' 〈아시아경제〉
- 오세훈 승리하면 민간 재개발·재건축 '훈풍'… 박영선땐 공공에 초점 〈머니투데이〉


LH 직원들의 비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을 끝없이 끌어내리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34.4%, 부정평가가 62.5%였다는 여론조사(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22~26일 전국 18세 이상 2516명 조사.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의 수치도 언제 갱신될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정부를 향한 민심 이반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며 조사와 처벌, 재발방지 대책 등 어느 것 하나도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이런 중에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고전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이 있다. LH 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에 정권 지지율을 최대치로 끌어내린 민심이 서울시장 당선 후 일주일 안에 재개발 규제를 풀겠다는 야당 후보의 공약에 들썩인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율배반적 현상이다.

선택적 공정을 택한 민심이 아니라면 의심해 볼 것은 일부 언론의 여론 호도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야당 후보가 앞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내놓은 재개발 공약을 두고 '오세훈 효과' '훈풍' '들썩인다'는 식의 기사들을 쏟아내는 것은 선거의 감시자 역할보다는 승자 만들기에 뛰어들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무모한 승자 만들기

LH 사태에서 보듯 비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와 재개발의 수혜자는 정보력과 권력, 금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계층이다. 돈 없고 집 없는 사람들은 투기를 할 처지도 아니거니와 설령 사는 곳이 재개발된다고 해도 내 집 마련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보금자리를 잃고 외곽과 지방 도시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당선 일주일 만에 재개발 규제를 풀겠다는 공약에 민심이 술렁이더라도,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훈풍이라고 부풀리기보다는 부작용에 주목하고 검증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장 오세훈 후보는 뉴타운을 25곳에서 50곳으로 확대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때도 언론들은 뉴타운 건설 공약이 재개발 특수를 가져올 것이라며 반색하는 기사를 내놓았다.

오 후보 당선 후에도 <강북 뉴타운이 달아오른다… 오세훈 당선에 개발 탄력>(동아일보), <강북 재개발 '오세훈 특수'>(세계일보) 등 뉴타운 건설의 장밋빛 청사진을 연이어 실었다. 이런 후과로 개발 예정지에 속한 평당 750만~1000만 원이던 노후 빌라는 2000만 원까지 치솟았다(5·31 후폭풍…강북 투자열기 '후끈', <문화일보> 2006.6.7).

2009년 1월 20일 6명(경찰 1명 포함)의 생명을 빼앗아간 용산 참사. 그 또한 무자비한 재개발로 빚어진 참극이다. 뉴타운 공약을 언론이 제대로 검증만 했더라면, 나라 전체가 재개발 광풍에 휩쓸리는 일도, 시민 모두가 뉴타운이 내 집이 될 수 있다는 환상을 품지도 않았을 것이다.
  

2009년 1월 20일 6명(경찰 1명 포함)의 생명을 빼앗아간 용산 참사. 당시 퇴로 없는 옥상에서 불길을 피하고 있는 철거민들 ⓒ 권우성

 
이랬던 언론들이 집값이 오를 때마다 서민 주거난 해소를 주장하는 것도 우습지만, LH발 부동산 투기에 문재인 정권 비판과 재개발 공약 후보 찬사를 한 지면에 싣는 모습은 보기조차 민망하다.

선거 때마다 언론의 중립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더구나 부동산 공약에 있어서 부자 편들기 현상은 더욱 그렇다. 뉴타운과 한강 르네상스 공약, 검증 없이 꽃단장 해주고 선거가 끝나면 재개발 공약 이행을 부추겨왔던 언론들. 이번 재보궐 선거도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재개발 공약 검증도 없이 '효과' '들썩' '훈풍' 등의 용어를 동원한 떴다방 행세에 바쁘다. 언론사의 욕심에 부합하는 후보를 승자로 만들고, 당선된 후보를 통해 부자를 대변하려는 양수겸장의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반등하자, 많은 언론이 일제히 찬사의 기사를 쏟아냈던 게 얼마 전이다. <'반짝스타' 윤석열?... "고건·반기문과 다르다">(쿠키뉴스)처럼 윤석열 전 총장의 정치 행보가 고건·반기문처럼 단명할 것이라는 여권의 의견에 많은 반론을 할애한 뉴스부터 <윤석열 "절이나 좀 다녀볼까"… 새삼 떠오른 '걸레스님' 예언>(중앙일보)처럼 검찰총장 사퇴시 퇴임사 원고를 보지 않고 외워서 발표했다고 무대 울렁증이 없다고 칭송한 보도까지 있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윤석열 장모' 아산신도시 땅투기... LH 132억 보상금, 102억 차익> 기사는 다른 언론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고, 오히려 정상 투자였다는 윤 전 총장 장모 측 해명 기사만 비중 있게 보도됐다.

언론, 부동산 근절 의지 있나

언론의 사명은 진실을 알리는 것이지 승자 만들기가 아니다. 선거 때마다 한쪽으로 치우친 보도가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유독 심하다. 윤석열 총장의 승자 만들기는 관상과 예언까지 끌고와 미화하는 지경에 왔다.

허울뿐인 중립을 지키는 언론도 찾아보기 어렵지만, LH 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국민의 분노가 증폭되는 시점에 무차별적 재개발 공약을 아무런 검증 없이 꽃단장해 내보이는 언론이 너무 많다. 이러고도 공정한 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부동산 투기는 근절되어야 한다는 민의를 언론이 올곧게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가 말이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9일 밤에 열린 TV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거듭 말하지만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드러난 건 진보와 보수, 정부 여당과 야당의 문제가 아니다. 정보력·권력·금력을 움켜 쥔 권력층과 노동으로 삶을 유지하는 국민의 간극이 LH 직원 투기 의혹에서 드러난 대척점이다.

재개발 공약이 치유책이 될 수 없다는 건 뉴타운 광풍 이후 수차례 확인된 사실이다. 언론이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가지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재개발 공약을 해결책인 양 주장하는 건 여론 왜곡이다. 

재개발 공약에 반색하는 언론들. LH 직원 투기 의혹으로 드러난 권력층과 국민들의 대척점. 어느 편에 설 것인가 그것부터 정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공정을 말하는 언론의 불공정을 날마다 목도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재개발 공약으로 서울시를 온통 투기판으로 만들 거라는 우려를 대변하는 언론은 왜 잘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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