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타이거즈 선동열 감독은 현역시절 전설 같은 숱한 기록을 남겼고 지금도 롯데 최동원 투수와 더불어 후배들에게 여전히 레전드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이러한 전대미문의 기록 소유자 선동열 감독의 투수 운용 능력은 삼성 감독시절 전문가들로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금 리그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삼성 라이언즈가 투수왕국을 이루며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것도 선 감독의 이러한 탁월한 투수 조련 능력의 영향임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타이거즈는 전통적으로 선발투수가 강한 팀이다. 그 선발 투수의 힘을 바탕으로 2009년 리그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선발투수가 강하더라도 끝까지 리드를 지켜낼 수 있는 불페진이 허약하다면 결코 리그를 제패할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대 야구는 투수의 분업화가 완전히 정착되어 불펜의 투수력이 더욱 중요시 되고 있다. 타이거즈가 2009년 우승에 이르기까지는 로페즈를 필두로 한 탄탄한 선발 투수진과 0점대의 방어율을 자랑하는 유동훈이 굳건히 뒷문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선동열 감독이 타이거즈 감독을 맡고 난 이후 타이거즈 투수 운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2012년, 국보급 투수 선동열 감독이 타이거즈에 부임하자 많은 야구 평론가와 펜들은 투수운용 능력이 탁월한 선 감독의 매직을 믿으며 타이거즈를 단박에 우승 후보 반열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허약한 불펜진과 이범호, 최희섭 등 주축선수들의 잦은 부상으로 결국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하고 5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런 결과를 보면서 아무리 투수능력이 탁월한 선 감독일지라도 팀의 고질적인 문제(허약한 불펜진)를 단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매직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래 표는 조범현 감독과 선동열 감독 재임 시 주요 불펜 투수의 방어율을 중심으로 단순 비교해 보았다. 2010~2011년, 조범현 감독 재임시 두 시즌 동안 주요 불펜진의 평균방어율은 4.64, 선동열 감독의 2012~2013년 불펜진의 평균방어율은 4.66으로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감독
연도
주요 불펜진의 방어율
평균
방어율
김희걸
심동섭
박경태
박지훈
최향남
한기주
송은범
신승현
유동훈
엔서니



2010
5.26
6.75
4.98
-
-
-
-
-
2.85
-
4.96
2011
5.08
2.77
6.63
-
-
4.08
-
-
3.93
-
4.50
방어율
5.17
4.76
5.80
-
-
4.08
-
-
3.39
-
4.64



2012
5.29
6.23
7.34
3.38
3.98
3.20
-
-
5.29
-
4.96
2013
-
-
4.30
-
6.23
-
6.16
4.11
2.25
4.02
4.51
방어율
5.29
6.23
5.32
3.38
5.11
3.20
6.16
4.11
3.77
4.02
4.66

2013년 시리즈가 시작하기 전 선 감독은 우승에 대한 욕심을 언론에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여전히 허약한 불펜진을 보강하기 위해 지난 5월 SK와 김상현, 진해수와 송은범, 신승현 2:2 트레이를 통하여 불펜진을 강화시킴으로써 타이거즈의 우승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기대를 갖게 만들었지만 고비 때마다 연일 등판하면서 볼끝은 점점 무뎌져가고 있다.

6월 들어 연패를 딛고 현재 5연승을 이어가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허약한 불펜진에 의한 잦은 불쇼(?)를 연출함으로써 9회말 경기가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는 야구의 속설이 현실화되어 팬들의 간담을 서늘케 만들고 있다. 6월 14일 현재, 앤서니, 송은범, 신승현의 방어률은 각각 4.02, 6.11, 4.11로서 당초 기대와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특히, 마무리 앤서니는 6월 들어서 블론 세이브가 2개, 방어율은 무려 9.45에 이르러 마무리로서 존재감을 완전히 상실하고 있어 4~5점 여유있게 앞선 경기마저 지켜보는 선수와 펜들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목요일 NC와의 경기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는데, 8회까지 7:2 5점차로 여유 있게 앞서가던 경기를 9회초 NC의 마지막 공격에서 신승현은 연속 안타와 볼넷 등으로 만루를 만들어주자 선 감독은 3게임 연속 앤서니를 마무리로 투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5실점을 하고 7:7 동점을 만들어주는 불쇼를 연출했다.

또한 지난 6월 2일 LG와의 경기에서도 9회까지 4:0으로 앞서던 경기를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4실점한 후 연장에 가서 5:4로 뒤집히는 등 앤서니를 마무리로서 계속 밀고 가야하는지에 대한 의문만 쌓여가고 있다.

이렇게 믿음을 주지 못한 앤서니를 선 감독은 마무리로 계속 밀고 갈 수 있을까? 그리하여 종국에 가을 잔치에 초대받을 수 있을까? 아니라면 연일 불쇼를 연출하고 있는 불펜진을 어떻게 손을 볼 것인가? 투수운용 능력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선 감독의 복안은 과연 무엇일까? 현재로선 별 묘책이 서지 않는데 그냥 이 상태로 계속 갈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NC를 상대로 스윕을 하고 5연승을 달리고 있는 선 감독의 머릿속은 5월 연패에 빠졌을 때보다도 더욱 하얘져 가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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