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은 택배기사 밖에 없어."

 

친구의 이 말에 여운이 남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다는 '쓸쓸한 사실'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여자는 자신의 이름대신 아이의 이름으로 불린다. 하물며 누군가는 무심코 자신의 물건에 아이의 이름을 써 놓은 적도 있다고 한다.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 '엄마'의 인생이 우선이 돼야 맞는 걸 테니까.

 

 <섹스 앤 더 시티2> 포스터

<섹스 앤 더 시티2> 포스터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섹스 앤 더 시티 2>의 샬롯은 너무나 간절히 아이를 바랐지만 아이가 둘인 지금 그 아이들 때문에 미칠 지경이다. 자신이 완벽한 엄마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마음 아프다. 울거나 보채는 아이들을 두고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근 후 펑펑 울어 버린다.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이야기다. 그래서 그 감정을 절실하게 공유한다. 그렇기에 샬롯이 뭘 해서든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기를 바랐다.

 

<섹스 앤 더 시티> 1편이 나온 후 2년의 시간이 흘렀고 2편이 개봉했다. 그 사이 네 명의 여자들은 모습이 변해가는 것만큼 조금씩 더 현실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주장이 강한 나이든 여변호사(미란다)는 자신을 무시하는 사장을 버텨야하며 50대의 사만다는 호르몬제를 포함한 40여 가지의 약을 먹어야 하며 결혼 생활 2년을 맞는 캐리는 대화 없이 티브이 리모콘만을 끼고 사는 남편 빅에게 불만을 느끼기 시작한다.

 

"시간은 참 이상하다. 10년 동안 아무 일 없이 잘도 지나간다"로 시작된 캐리의 내레이션은 결혼을 하고 아이엄마가 되고 50대가 된 그들이 2년 동안 겪은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를 보고 '초상화가 될 뻔한 풍경화'라는 평을 한 사람이 있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지나치게 화려한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여자들의 눈요기를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난 그들에게 바란다. 더 화려해지고 더 당당하게 누릴 수 있는 여자들이기를.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는 여자일수록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뉴욕의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과 어려움을 겪어야 할 여자들이라면 말이다.

 

<섹스 앤 더 시티>는 10년을 이어오며 그녀들의 인생을 바라보게 했다. 처음 케이블을 통해 등장한 그녀들은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섹스를 얘기했다. 그래서 신선했고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성생활에 쿨한 사만다와 보수적이며 여자다운 샬롯, 냉정한 현실주의자인 미란다 평범하지만 감성적인 캐리. 각자 다른 캐릭터의 다른 인생과 사랑 결혼을 통해 여자들만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시리즈를 보고 '된장녀'를 연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놓치지 말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아이를 꼭 낳아야 하느냐의 고민, 아이 엄마로서의 고민, 일을 하는 여자의 고민과 나이 들어가기 시작하는 여자들의 고민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지금 곁을 걷고 있는 여자의 고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변화된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그녀들에게 여행이라는 일탈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친구들과 아부다비행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수많은 여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더 당당하게 '일탈'을 꿈꾸라고. 엄마는 강하다는 말보다 엄마는 울고 싶다가 먼저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으니 말이다.

2010.06.16 15:15 ⓒ 2010 OhmyNews
섹스 앤 더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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