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속 이탈리아에서의 리즈  리즈가 이탈리아에 도착해 시내전경을 바라본다. 정말로 매혹적이다. 내 아내도 이 모습 때문에 여행을 떠나고 싶다 했을까?

▲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속 이탈리아에서의 리즈 리즈가 이탈리아에 도착해 시내전경을 바라본다. 정말로 매혹적이다. 내 아내도 이 모습 때문에 여행을 떠나고 싶다 했을까? ⓒ Francois Duhamel/Columbia

결혼 생활은 꿈이 아니다. 현실이다. 서로 다른 남녀가 함께 한 길을 가는 것이다. 성격과 학력과 문화적인 틈새는 둘 사이에 불순물처럼 끼어든다. 요즘처럼 키우기 힘든 아이 문제는 더 많은 다툼을 불러온다. 다산이 복이라던 관념은 이미 고전으로 물러난 지 오래다.

 

서로 지닌 입장차는 신혼 초에는 곧잘 드러난다. 성격이 가장 큰 몫을 한다. 문화적인 습관도 그 뒤를 잇는다. 개인의 취향과 직업적인 병은 종종 싸움거리가 된다. 적응하기 힘든 친정과 시댁의 풍토는 머리를 쥐어짜게 만든다. 그래도 정말로 살기 어려운 지경이 아니면 정을 붙이고 사는 편이 낫다. 

 

어떤가? 요즘 그렇게 권하면 몰매 맞지 않을까? 무슨 고전강독 하냐며 야단치지 않을까. 서로가 맞지 않아 갈라선다는데 누가 조정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나도 헤어지기 전 단계에 있는 부부에겐 그렇게 권한다. 하지만 헤어진 사람들에게는 무엇을 권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머리를 식힐 겸 여행을 떠나라고 하지 않을까? 물론 그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영화 같은 일이다.

 

첫 남편과의 춤을 첫 결혼한 남편과 멋진 춤을 췄던 그 혼인식을 연상하는 장면

▲ 첫 남편과의 춤을 첫 결혼한 남편과 멋진 춤을 췄던 그 혼인식을 연상하는 장면 ⓒ Francois Duhamel/Columbia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끝내 이혼을 선언한 서른 한 살의 저널리스트 리즈가 세계 여행을 떠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2시간 20분 상영작이라 그런지 지루한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세 나라의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적응해 가는 리즈의 모습은 마치 나를 보는 듯 빨려든다.

 

그 첫 번째 등장하는 곳이 이탈리아다. 그곳 광경은 그리 낯설지 않다. 2002년 그곳을 며칠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으로 로마 전체를 감상했다는 건 무리다. 그래도 그곳이 어떤 색감인지는 느낄 수 있다. 영화도 줄곧 내가 돌아다닌 길목들을 쫓아다니고 있었으니까. 자유로운 노천 카페와 얇은 피자, 트레비 분수, 콜로세움, 폐허가 된 고대 로마의 유적지가 그랬다. 그 역시 점이 아니라 선으로 점철된 로마 역사였다. 결코 로마는 하루 아침에 무너진 게 아니었으니까.

 

두번째 만난 애인 첫 남편과 헤어진 사이에 만난 남자. 그가 인도의 아쉬람 명상을 소개한다.

▲ 두번째 만난 애인 첫 남편과 헤어진 사이에 만난 남자. 그가 인도의 아쉬람 명상을 소개한다. ⓒ Francois Duhamel/Columbia

인도. 그곳은 아직 가보지 않는 나라다. 후배 녀석이 1년 전에 그곳을 다녀왔다. 듣기로는 빈부의 격차가 심한 곳이고, 오염된 물도 곳곳에 넘쳐난다고 했다. 영화 속 인도는 가난과 복잡다단한 삶이 어우러져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아쉬람 명상센터가 서 있었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아쉬람은 영화 <WATER>에서 보여주는 아쉬람과는 사뭇 달랐다. 여성의 조혼 풍습이나 과부들의 집합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으니까. 오직 명상 하나로 모든 논란의 요소들을 불식시키는 듯했다. 하지만 명상이란 일시적인 충전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하루하루의 삶으로 귀결되는 몫이다. 그것 없이 참된 명상은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니까.

 

발리. 그곳은 자연과 낭만이 풍부한 곳이다. 여성의 부드러움과 남성의 강인함이 매력적인 곳이다. 해변과 바다와 농촌과 산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곳이다. 그 때문일까? 신혼객들이 대부분 그곳을 찾는다는 까닭이. 아직 나는 가보지 못했다. 하여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많은 신혼객들이 그곳에서 허니문 베이비를 만들어 온다고 한다. 나도 그곳에서 늦둥이를 볼까? 하지만 밤새 만리장성들을 쌓는다 한들 그걸 이룰 수 있을까? 어림없다. 만리장성은 하루아침에 쌓은 게 아니었으니까. 모두가 하늘의 순리에 따라 하루하루의 사랑 속에서만 생명과 가치가 잉태되는 법이다.

 

세번째 남자 발리에서 만난 그녀의 세 번째 남자. 그와 함께 미지의 세계로 뛰어든다.

▲ 세번째 남자 발리에서 만난 그녀의 세 번째 남자. 그와 함께 미지의 세계로 뛰어든다. ⓒ Francois Duhamel/Columbia

어떤가?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이. 이탈리아와 인도와 발리의 색다른 모습에 취하지 않았나. 그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던 리즈도 결국 자기 짝을 만나 미지의 세계로 또 한 번 뛰어들었다. 진한 감동이었다. 그 때문일까? 아내가 이 영화를 본 후에 곧장 여행을 떠나겠다고 선포한 게. 아이들과 집 문제로 피곤해 하던 아내에게 여행은 재충전이 될 것이다. 허나 리즈에게 있는 여유가 아내에게 없다는 게 차이다.

 

주술사와 만남 발리의 주술사와 만남. 주술사의 말이 그녀의 심장을 울리지만 그 인생은 결국 그녀의 선택이다.

▲ 주술사와 만남 발리의 주술사와 만남. 주술사의 말이 그녀의 심장을 울리지만 그 인생은 결국 그녀의 선택이다. ⓒ Francois Duhamel/Columbia

이 영화가 무엇을 생각토록 하는가? 초반전과 종반전에 보여주듯 결혼은 결코 운명의 장난이 아니다. 결혼은 미신이 점지해 주는 대로 만나고 헤어지는 게 아니다. 영화 속 발리의 점술사도 그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늘 준비된 멘트를 하지 않던가. 결혼을 위한 사주팔자는 통계로 보면 족하다. 그걸 신적인 명령으로 믿는 이들은 그 신주단지 안에서 헤매다가 결혼생활을 종치고 말 것이다. 결혼은 자기 의지의 결과요, 신도 두 사람의 의지를 존중해 법이다.

 

또 하나 생각할 게 있을까? 있다. 결혼은 결코 점이 아니라 선이라는 것. 그녀가 정체성을 찾아 떠난 것도 그랬다. 그녀는 이탈리아와 인도와 발리라는 세 점을 연결하는 한 선상에 있었다. 결혼생활도 한꺼번에 몇 단계를 뛰어넘는 점이 아니다. 매일매일 되풀이 되는 삶의 연속이다. 힘들고 괴롭다고 매번 자기 자리를 떠나면 될까. 아니다. 아등바등 결혼생활을 헤쳐 나가는 부부에게 특별한 이벤트 여행이라면 모를까.

2010.10.06 11:45 ⓒ 2010 OhmyNews
결혼 줄리아 로버츠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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