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빛과 그림자> 주인공 강기태(안재욱 분)

MBC 드라마 <빛과 그림자> 주인공 강기태(안재욱 분) ⓒ MBC


지난 14일에 방영한 MBC 드라마 <빛과 그림자>주인공 강기태(안재욱 분)이 소속 가수 이혜빈(극중 본명 이정자, 나르샤 분)의 데뷔 앨범이 성공을 거두면서 돈방석에 앉았다.

기태 집에 신세를 지게 된 왕년의 쇼단 실력자 유단장(김용건 분)으로 이정자의 데뷔곡을 만들었지만 이제 막 가요계에 뛰어든 '빛나라 기획'인지라 방송 출연은 어려운 상황.

강기태보다 연예계 생리를 훤히 꿰뚫고 있는 신정구(성지루 분)은 방송국 관계자에게 뇌물을 주면서 방송 활동을 뚫어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기태는 아직 소속 가수의 파워나 자금력이 딸리기 때문에 결국은 돈이 아닌 관계자의 마음을 얻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어떠한 연고도 없이 그리고 물질적인 공세없이 콧대 높은 방송국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란 쉽지 않은 법. 그러나 PD의 상갓집까지 찾아가 온갖 수발 다 들면서 어떻게든 PD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하는 기태의 정성에 반한 그의 주선으로 간신히 라디오 방송을 타게 된다.

이혜빈의 데뷔곡인 '당신의 여자랍니다'는 라디오 방송을 타자마자 소위 대박을 터트리게 되었고, 그녀를 키운 기태 또한 성공의 열매를 맞보게 된다. 간만에 기태에게도 웃을 일이 생긴 것이다.

유단장이 쓴 곡과 좋은 가수의 환상적인 만남인터라 대박은 당연시되는 일이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곡을 어떻게 알리느나가 중요한 과제였다. 거기에다가 기태는 이제 막 가수를 키우는 초보 제작자였던터라 스스로의 힘으로 방송 연줄을 잡는 것은 힘겨워보이기까지 한다.

다행히(?)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중정부장과 절친한 연예계 대부 송미진의 눈에 들었던 기태인터라 굳이 PD의 수발을 들지 않고도 얼마든지 그들의 도움으로 쉽게 방송에 진출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정정당당히 실력과 사람과 사람 과의 마음이 오가는 진심으로 승부하려는 기태였다.

하지만 든든한 권력의 힘을 빌릴 수 있음에도 스스로 성공할 수 있었던 기태와 달리, 수많은 젊은 미모의 여인들이 반강제적으로 궁정동을 들락나락 거린다는 암울한 시대. 그 '궁정동 여인'이라는 주홍글씨가 기태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인 이정혜(남상미 분)과의 사랑을 더욱 힘겹게하고, 오직 기태만을 바라보던 유채영(손담비 분)을 독기에 가득찬 악녀로 변신케 한다.

70년대 유신의 마지막 어둠 한복판에서 고통을 겪은 가수 심수봉

또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에서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신병원에까지 갇혀야하는 비극적인 인생을 거쳐야했던 가수 심수봉도 있었다. 묘하게도 <빛과 그림자>가 방영한 14일 당일 KBS <승승장구-심수봉편>에서도 드러난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가 화려해보이기만 하는 <빛과 그림자>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KBS <승승장구>에서 정신병원에까지 감금당했던 아픈 기억을 토로하는 가수 심수봉

KBS <승승장구>에서 정신병원에까지 감금당했던 아픈 기억을 토로하는 가수 심수봉 ⓒ KBS


기태를 둘러싼 여인들이 모두 그 '궁정동' 때문에 비극적인 여주인공이 되어가는 사이, 다행히 기태는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난생 처음 대박의 기쁨을 맛보며 모처럼만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이제 막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기태의 행운도 그녀들의 불행과 맞물려 그리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개인적 의지와 상관없는 비극적인 역사의 회오리 속에서 그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고 살아가야하는 비극적인 운명. 그래서 드라마 속 픽션일뿐이지만 결국은 70년대의 빛과 그림자를 말하고자하는 강기태와 그 주변의 이야기가 21C를 살고있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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