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잭 더 리퍼>에 출연하는 배우 유준상

뮤지컬 <잭 더 리퍼>에 출연하는 배우 유준상 ⓒ 엠뮤지컬아트


2012년의 시작부터 그만큼 정신없이 달려온 사람이 있을까.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국민 남편' 칭호를 받더니 영화 <다른 나라에서>로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책 <행복한 발명>까지 냈다. 그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는 20일 개막하는 뮤지컬 <잭 더 리퍼>에도 변함없이 합류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잭 더 리퍼> <삼총사>...앙코르 공연 자주 나서는 이유는?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바쁜 일정 속 시간을 낸 배우 유준상과 마주했다. 그는 인터뷰 후 촬영하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 대본을 보다 기자를 맞았다. "이미 2011년부터 뮤지컬 일정을 계획해뒀는데 이렇게 바쁠 줄은 몰랐다"고 밝힌 그는 인터뷰 내내 <잭 더 리퍼>와 뮤지컬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잭 더 리퍼>는 2009년 초연 때부터 함께한 작품입니다. 예전 같으면 오랫동안 앙코르 공연을 하지 않았을 거에요. 새로운 작품을 원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점점 만들어가는 게 재밌더라고요. 회를 거듭할 때마다 조금씩 변하는데, 제게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이야기도 점점 더 풍성해지고, 연습하다가 '이런 부분이 있었구나' 하며 더 깊이 빠져들게 되거든요."

 뮤지컬 <잭 더 리퍼>에 출연하는 배우 유준상

ⓒ 엠뮤지컬아트


누군가는 "왜 뮤지컬이냐?"고 묻지만 사실 동국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유준상은 뮤지컬 배우의 꿈을 안고 있었다. 노래와 피아노를 좋아했던 20살의 그는 <싱잉 인 더 레인> <피터팬>을 재밌게 봤고, '어떻게 하면 뮤지컬 배우가 될까'를 고민했다. "성악, 발레 선생님을 모셔서 친구들과 레슨을 받기도 했다"면서 "무식하리만큼 열심히 했다"고 털어놨다.

"대학교 1학년 때, 4~5개월 만에 다리를 180도로 찢었어요. 그때는 그 목표밖에 없었어요. 벽만 보면 다리를 붙이고 매일 연습했거든요. 그때를 잊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도 연습하고 있어요. 50살이 넘어서도 다리가 찢어지면 사람들이 봤을 때 괜찮을 수 있잖아요.(웃음) 젊은 친구들과 대결해도 아직은 안 져요."

"배우는 정신 바짝 차리면서도 '멘붕'처럼 툭 놔야"

 뮤지컬 <잭 더 리퍼>에 출연하는 배우 유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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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무대에 선 배우들의 모습만 보지만 사실 공연 한 편을 무대에 올리려면 남들은 모르는, 수많은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과정은 힘들지만, 무대에 서서 관객과 마주하는 순간 모든 것은 가슴 벅참으로 바뀐다. 유준상 또한 "많은 경험치가 있지만 그럼에도 무대는 항상 긴장되고 설렌다"면서 "공연에 들어가기 전에는 심장이 쿵쿵 뛰지만 들어가면 냉정하고 침착하게, 페이스를 잃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먼 객석을 바라보며 '언젠가 여기에 서야지'했던 예전의 열정과 다짐을 되뇐다고.

"어느 순간, 또 다른 내가 날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툭 떼어놓고 훑어보는 거죠. 모자란 부분은 채워주고, 잘 왔으면 평정심을 잃지 말라고요. 절제력도 필요해요. 관객이 반응한다고 해서 더 가면 안 되거든요. 과하게 움직이면 작품과는 오히려 더 멀어지게 돼요.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연기해야죠."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귀남에서 다시 <잭 더 리퍼>의 앤더슨으로, 그리고 인간 유준상으로. 여러 명의 인생을 산다는 것이 때론 혼란스러울 법도 하다. 유준상은 "배우는 퍼즐을 맞추듯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이지만 어느 순간 아예 머리를 쓰지 않기도 한다"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지만 멘붕(멘탈 붕괴) 상태처럼 자신을 툭 놓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저를 편안하게 놔두는 순간, 흔들린다고 생각해요. 놔주는 시간도 물론 필요하지만 정신을 안 차리면 자꾸 잡생각이 드니까요. 어찌 보면 공연은 딴생각 들지 않게 하는 정말 좋은 훈련이에요. 나이를 속일 수 없을 때도 있죠. 무릎도, 허리도 아프고 기억력도 조금씩 나빠질 때가 있는데 그럴수록 정신을 번쩍 차려요. '힘내야 한다'고 스스로 주문도 외우고 노래도 꼼꼼하게 점검하고요. 관객과의 약속을 잘 지켜서 매번 새로운 공연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습니다."

 뮤지컬 <잭 더 리퍼>에 출연하는 배우 유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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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부터 뮤지컬 무대에 서는 유준상은 10월 초 <잭 더 리퍼> 일본 공연에도 나선다. 앞서 제작발표회도 열었는데 "일본 관계자들이 반응을 많이 보여줬다"면서 "'진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도 드라마, 영화, 무대를 넘나들며 '배우'로 활발히 활동할 계획이다.

"공연은 다 하고 싶어요. 잘할 수 있는 것만 잘하면 재미없잖아요. 제게 주어지면 어떻게든 만들어보는 편이에요. 스스로 '겁먹은 거야? 괜찮아. 할 수 있어'라고 하죠. 계속 절 혼내는 건데 재밌어요. 관객들이 무대에 선 제 모습을 보고 열정과 에너지를 받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도록 만들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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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앤더슨 잭더리퍼 뮤지컬 넝쿨째 굴러온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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