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해롤드 & 모드>가 국내에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신작인 것처럼 보이기 쉽다. 하지만 김혜자-고 김주승의 초연으로 알려진 <19 그리고 80>이 이번에 <해롤드 & 모드>로 제목이 바뀌어 공연되는 것.

tvN <미생>에서 장백기 역을 맡았던 강하늘이 연기하는 주인공 해롤드의 취미는 '죽음을 꿈꾸는 것'. 공연이 시작되면 강하늘은 목이 맨 채 공중에 매달려 있다. 이 광경을 본 해롤드의 엄마는 '꺅' 하고 비명을 지르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고는 해롤드에게 얼른 내려오라고 이야기한다. 해롤드가 죽는 놀이를 하는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어서다.

19살 청년 해롤드와 80살 할머니 모드의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양정웅 연출가는 이번 재연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주목받는 연출가 양정웅이 바라보는 <해롤드 & 모드> 이야기에 집중해 보자.

"청년과 할머니의 사랑?...'인간 대 인간'의 사랑"

 연극 <해롤드 & 모드>를 연출하는 양정웅.

연극 <해롤드 & 모드>를 연출하는 양정웅. ⓒ 박정환


- <19 그리고 80>으로 알려진 작품이 이번에는 <해롤드 & 모드>로 제목이 바뀌었다.
"그동안 공연 팬들에게 <19 그리고 80>으로 많이 알려져 있었다. 외화도 보면 영어 제목과 다르게 국내 정서에 맞게 바뀌는 경우를 볼 수 있는 것처럼, 19살 청년과 80살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라고 해서 <19 그리고 80>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이 작품의 저작권자가 공연 제목을 바꾸지 말고 원제대로 해달라고 요청을 해왔다."

- 해롤드는 다른 청년들과는 달리 죽음에 대한 꿈을 갖고 있다.
"해롤드는 아버지가 없다. 어머니와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세상의 균형이 깨어진 것에 대한 상처, 아버지에게 받지 못한 사랑, 엄마의 과잉된 사랑에 대해 균형을 잡지 못하고 방황한다. 해롤드의 방황은 죽음이라는 자기 파괴와 맞물린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엄마의 사랑을 갈구한다. 해롤드의 그런 상처들이 기존 질서에 대한 반항으로 표현되는 게 죽음이다."

- 대개의 남성은 젊은 여성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끼기 쉽다. 하지만 해롤드는 80살의 할머니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끼고 결혼까지 꿈꾼다.
"사람들은 '분리 의식'을 갖고 세상을 대할 때가 많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부자와 가난한 사람, 종교 등 모든 걸 바라봄에 있어 분리 의식을 가지고는 다투고 싸운다. 해롤드는 소통을 하지 못하지만 순수함을 가진 청년이다. 해롤드는 분리에 대한 상처를 갖고 있다가 모드를 만나서 분리의 벽이 허물어진다."

- <해롤드 & 모드>는 할머니 모드와 청년 해롤드의 사랑 이야기인가, 아니면 소통에 대한 이야기인가.
"로맨스 하면 젊은 남녀의 사랑을 제일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사랑은 젊은 남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해당한다. <해롤드 & 모드>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나이를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해롤드 & 모드>를 남녀의 사랑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사랑이 가능하려면 소통이 필수다. 사랑을 잃어버리는 게 소통이 부족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부모자식과 친구, 연인 사이에도 소통이 부족하다. <해롤드 & 모드>는 사랑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소통도 함께 이야기한다."

"강하늘, '미생' 촬영하느라 연습 빠져도 애타지 않았다"

'해롤드&모드' 제작발표회 에서 환하게 웃는 강하늘과 박정자

▲ <해롤드 & 모드> 박정자-강하늘 "이번 공연은 강하늘씨와 박정자씨의 조합이 가장 큰 무기다. 첫 공연을 보며 두 배우가 우정을 쌓아나가는 모습을 보며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는 걸 다시금 실감했다." ⓒ 박정환


- 강하늘씨는 <미생>을 촬영하느라 부족한 연습을 채우기 위해 애먹지 않았는가.
"<미생>이 방영하면 할수록 인기가 계속 높아져서 강하늘씨의 드라마 촬영 분량도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연출가 입장에서 배우가 없으면 애가 타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강하늘씨는 따로 과외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따라와 주었다. 한 번 스케치하고 두세 번 반복하면 동선을 금방 따라했다. 센스가 넘치고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본인이 드라마로 연습 일정을 놓치면 개인적으로 대본도 많이 읽고, 따로 연습도 많이 한 것 같다. 금방금방 따라 하니 연출가 입장에서 어려움은 없었다."

- 그렇다면 강하늘씨는 순발력이 뛰어난 걸까, 집중력이 뛰어난 걸까.
"순발력이 넘치고 집중력도 좋은 배우다. 순발력이 넘쳐서 제가 요청하는 디렉션에 금방 적응할 수 있다. 심지어는 제가 디렉션을 하기도 전에 강하늘씨가 알아서 동선을 따라올 정도였다."

- 1월 9일에 첫 공연을 마쳤다. 첫 공연을 보니 기존의 <19 그리고 80>과는 어떻게 달라진 점이 보였는가.
"그동안 초연작 연출이 많았지, 재연작을 연출한 적이 별로 없었다. <해롤드 & 모드>를 연출하기 위해 기존에 <19 그리고 80>을 녹화해놓은 5개의 비디오 테이프를 많이 보았다. 이번 공연은 강하늘씨와 박정자씨의 조합이 가장 큰 무기다. 첫 공연을 보며 두 배우가 우정을 쌓아나가는 모습을 보며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는 걸 다시금 실감했다. 시각적인 미장센과 배경음악도 기존 공연과는 차별화된 연출이다."

- 매 작품마다 연출을 함에 있어 추구하는 지향점이 있다면.
"긍정적인 면을 살리는 걸 좋아하면서 유머도 추구한다. 삶의 긍정적인 면과 유머 안에서 페이소스를 추구한다. 삶의 어려움과 고난 가운데서도 긍정과 유머가 숨쉬는 휴머니티를 추구한다."

강하늘 미생 해롤드 & 모드 양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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