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정통추리극'을 봤어요. 마지막 반전 때까지 범인이 누군지 진짜 몰랐다니까요. 영국 런던서도 지금도 공연 중이라죠? 뛰어난 작품을 배우들이 멋지게 소화해 냈네요. 더 많은 분이 이런 좋은 작품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보시면 좋겠어요.."

<쥐덫MOUSETRAP>을 보고 나오던 관객 이유명호(한의사)씨의 평이다.

<쥐덫>은 2월 1일부터 대학로 SH아트홀에서 MBC탤런트극단이 창단 기념공연으로 선보이고 있는 작품이다.

쥐덫  MBC텔런트 극단이 창간 기념으로 쥐덫을 공연 중이다.

▲ 쥐덫 MBC텔런트 극단이 창간 기념으로 쥐덫을 공연 중이다. ⓒ 극단 제 3무대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가 자신의 작품의 열렬한 팬이던 영국 메리 왕비를 위해 완성했다는 <쥐덫>은 <세 마리의 눈먼 생쥐>(Three Blind Mice)가 원작이다. 1952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이래 올해로 66주년을 맞았다. <쥐덫>은 모든 공연을 망라해 최강 공연 기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경 엘리자베스 여왕도 본 쥐덫은 2018년에도 영국 런던에서 공연 중이며 총 공연 횟수가 2만 5천 회를 넘어선 획기적인 작품이다.

원작을 <올인> <허준> <아이리스> 등으로 유명한 최완규 작가가 각색했다. 연출은 <청춘의 덫> <홍길동> 등을 연출한 정세호 전 MBC 피디가 맡았다. 정세호 전 피디의 명작을 선보이려는 열정과 뛰어난 연출력으로 작품의 구성력과 밀도가 더욱 높아졌다. 조금도 한눈을 팔 수 없게 만드는 스릴과 서스펜스 반전의 묘미를 그대로 살려낸 배우들의 연기도 관객의 흡인력을 높인다.

출연 배우들의 면면도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 찰진 연기를 펼치는 대배우 양희경씨를 비롯해 오미연, 허운정, 정욱, 윤순홍, 정보규 등의 중견 탤런트, 임채원 이시은, 박형준, 이정화 등 드라마나 연극에서 익숙한 배우나 탤런트의 연기를 눈앞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을 맞이하는 모습도 여느 공연장과는 사뭇 다르다. 배우들이 관객을 직접 맞이하며 인사를 나눈다. 매회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타임도 주어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날짜에 맞춰 예매하면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정통 추리극인 <쥐덫>은 결혼 1년 차인 몰리와 자일즈 부부가 유산으로 물려받은 몽크스웰이라는 게스트하우스의 손님들과 폭설로 고립된 이야기로 시작된다. 처음 문을 연 외딴 곳의 게스트 하우스에 젊은 건축가 크리스토퍼 랜, 까다로운 투숙객 보잉 부인, 예기치 않게 찾아 든 투숙객이 모여든다. 게스트하우스는 폭설로 외부로부터 고립된다. 라디오에선 런던에서 중년 여성이 살해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다음 날 경찰로부터 그 집에 형사를 보냈다는 전화가 온다. 트로터라는 형사의 등장에 몰리 부부를 비롯 모든 투숙객이 불안감을 보인다. 트로터는 살인 사건의 범인이 게스트 하우스 안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투숙객 보잉 부인이 살해되면서 게스트 하우스에는 긴장감이 고조된다. 시종일관 서스펜스와 스릴이 넘쳐 관객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배우 양희경 "배우는 관객과 만날 때 빛을 발해"

 공연이 끝나고 관객을 위한 포토 타임 공연 후 관객을 위해 포즈르 ㄹ위한 배우들

▲ 공연이 끝나고 관객을 위한 포토 타임 공연 후 관객을 위해 포즈르 ㄹ위한 배우들 ⓒ 이명옥


MBC는 공영방송으로 제자리를 찾기까지 내외적으로 많은 사건을 겪었다. 최근 해직 피디였던 최승호 피디가 사장으로 취임하며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으려 부심하고 있다.

배우들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고심하며 만든 MBC 탤런트 극단도 관객에게 제대로 평가받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을까? MBC 탤런트극단은 2017년 10월 MBC 공채 탤런트들이 모여 만든 극단이다. 어찌하든 연극 무대보다 드라마나 영화 진출을 통해 스타의 반열에 오르기를 꿈꾸는 이들이 많은 시대다. 하지만 탤런트가 되었다고 모두 드라마에 출연할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니다. 이에 선배들이 관객들과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한 후배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배우는 관객과 만날 때 배우로서의 생명과 정체성이 살아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450명의 배우들이 관객과 작품을 통해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 배우는 관객과 만나 관객과 소통하며 울고 웃을 때 배우로서 더욱 빛을 발한다, '관객이 있으므로 배우가 존재한다'며 힘찬 박수와 호응을 부탁하던 배우의 말이 공감되는 이유다. 어쩌면 그들은 자본주의 사회에 역행하는 커다란 모험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 사회도 배우들이 관객들과 만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역할을 마음껏 연기하면서도 가난한 예술인이 아닌 사회, 소외된 계층도 질 높은 연극과 공연을 감상하며 살 수 있는 문화적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 되는 문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문화향유권'을 연기자와 관객 모두 누릴 수 있는 그런 사회 말이다.

연극 무대 경험이 많은 대배우 양희경씨를 공연이 끝난 후 잠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연극과 드라마는 호흡이 아주 달라요. 드라마나 영화는 출연 배우가 다 함께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대부분 자기가 맡은 부분에 함께하는 배우들만 만나게 되죠. 우리는 이 극을 준비하면서 연습 기간 내내 함께 먹고 함께 연기하며 호흡을 맞춰왔어요. 그만큼 선후배 간 관계도 더 끈끈해지고 친밀해졌죠. 그런 친밀함으로 관객과 배우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것이 연극 무대잖아요. 열정을 다해 준비한 공연이니 연기의 면면을 분석하지 마시고 우리의 이런 실천 자체를 진심으로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좋겠어요."

<쥐덫MOUSETRAP>은 오는 3월 25일까지 대학로 SH 아트홀에서 화, 수는 하루 1회, 목금토일은 하루 2회 공연된다. 매주 월요일과 설 연휴인 2월 15~16일에는 공연이 없다.

덧붙이는 글 공연명 : 연극 쥐덫(MOUSETRAP) /100분
기간 : 2018.2.1.(목)-2018. 3.25(일)
장소 : SH 아트홀(대학로)
공연 시간 : 화, 수 오후 8시 /목,금 오후 4시. 8시/토, 일 오후 3시.7시
문의 : SH아트홀 02-747-2265
쥐덫 MBC탤런트극단 양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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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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