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강철부대> 한 장면.

채널A <강철부대> 한 장면. ⓒ 채널A

 
대한민국 최강의 특수부대를 가리는 채널A-SKY 예능 <강철부대>가 어느덧 클라이맥스에 접어들었다. 11회까지 방송된 <강철부대>는 UDT(해군특수전전단), SSU(해군해난구조전대), 특전사(육군특수전사령툽), 707대테러 특수임무단이 살아남아 4강이 확정됐다.

지난 1일 방송에서는 탈락한 3팀이 패자부활전 방식으로 격돌한 '가로림만 개척작전'에서 SSU가 SDT(군사경찰특임대)와 해병대수색대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며 4강토너먼트의 막차에 합류했다. 4강전은 UDT와 특전사의 '대항군' 미션, SSU와 707이 격돌하는 '1000kg' 미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제부터는 더 이상의 패자부활전이나 데스매치 없이 지면 그대로 탈락하는 진검승부다.

<강철부대>는 지난 3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세대를 아우르며 높은 인기와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오랜만에 등장한 정통 '밀리터리 서바이벌' 장르라는 희소성, 뛰어난 능력과 개성을 겸비한 대한민국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들의 흥미진진한 캐릭터와 경쟁구도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정작 절정을 향해 달려가야할 방송 후반부에 접어들며 초반의 호평과는 대조적으로 아쉬움과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수부대원들의 선의의 경쟁과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던 초중반과 달리, 매끄럽지 못한 서바이벌 진행방식과 제작진의 과욕이 오히려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비판 여론은 4강전을 앞두고 이미 탈락한 3팀을 다시 불러들인 패자부활전부터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해병대수색대는 1라운드(IBS 더미구출착전-타이어 데스매치), SDT는 2라운드(대테러구출학전-40kg 완전군장행군 데스매치), SSU는 3라운드(야간연합작전, 타이어 데스매치)에서 각각 탈락한 상태였다.

제작진은 당초 야간연합작전에서 패배한 두 팀이 '동반 탈락'한다고 분명하게 공지했다. 하지만 육군연합(특전사X707)이 승리하자, 곧바로 패배한 해군연합(UDTXSSU)끼리 데스매치를 치러야한다고 말을 바꿨다. 여기서 SSU가 탈락하자 이번에는 앞서 탈락한 SDT와 해병대수색대를 소환하여 이번엔 세 팀이 맞붙는 또 한 번의 데스매치(가로림막판 침투작전)를 선언했다. 아무리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전 설명도 없이 서바이벌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룰(rule)'을 몇 번이나 마음대로 뒤집어버린 것은 제작진의 명백한 월권이었다. 당연히 출연자와 시청자들 모두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채널A에서 방송 중인 <강철부대>.

채널A에서 방송 중인 <강철부대>. ⓒ 채널A

 
시청자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제작진이 아예 승부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이미 <강철부대> 초반부터 제기된 문제점 중 하나는 미션의 형평성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예를 들어 IBS를 이용한 해상작전같은 경우 해군 계열의 부대들에게, 건물에서 대항군을 상대로 한 대테러 미션은 육군 계열의 부대들에게 상대적으로 크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특수부대마다 전문성이 다른 만큼 모두에게 공평한 미션은 불가능하지만, 그에 맞춰서 미션의 난이도와 밸런스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게 바로 제작진이 해야할 역할이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진행된 <강철부대>의 모든 팀별 미션에선 시작에 앞서 유리하다고 평가받았던 팀들이 단 한 번의 이변 없이 모두 승리했다. SSU와 SDT의 IBS구출작전(SSU 승), 707과 SSU의 대테러구출작전(707 승), 40KG 군장행군 데스매치(UDT 1위) 등이 대표적이다.

편집상으로는 방송의 재미를 위하여 마치 박빙처럼 연출되었지만 실제로는 일찌감치 격차가 벌어진 일방적인 승부였다. 사전에 시뮬레이션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 <강철부대>에서 육군인 SDT에게 해상작전을 시키거나, 비전투부대인 SSU에게 대테러작전은 당연히 '핸디캡 매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매 단계 지면 그대로 탈락하는 서바이벌에서 이런 식의 미션 운용은, 언제든 제작진의 입맛에 따라 원하는 팀에게 일방적인 어드밴티지 혹은 핸디캡을 부여할 수 있는 치명적 변수가 되어버린다.

지난 11회에서 방송된 '가로림만 구출작전'도 또다시 해군 계열에 월등히 유리한 IBS 미션이었다. SSU와 해병수색대도 내용상 고전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해상작전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꾸역꾸역 임무 진행이 가능했던 반면, 육군이었던 SDT는 우려한 대로 최하위에 그쳤다. 40kg 군장행군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라는 편집도 불가능할 만큼 아무 것도 해보지 못했다.

이는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에게 겪지 않아도 될 부담과 상처를 두번 주는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해병대수색대와 SDT는 <강철부대>에서만 두 번이나 데스매치 끝에 탈락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미션 내내 팀원들보다 다소 부족한 모습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SDT 이정민이나 SSU 팀장 정성훈, 해병대 정훈 등은 가로림막 작전에서도 시종일관 팀의 구멍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며 패배의 책임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게됐다. 

또한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4강 대진은 UDTX특전사, SSUX707이라는 해군 vs. 육군의 구도가 됐다. 공교롭게도 야간연합작전 당시의 대결구도가 그대로 재현된 셈이다. 그런데 UDTX특전사가 격돌하는 '대항군' 미션이 서울함에서의 대테러 작전으로 드러났고, SSU와 707이 격돌하는 '1000kg'미션은 예고편에서 공항에서 벌어지는 체력전 위주의 미션을 암시했다. 연합작전 때와는 정반대로 해상테러전에 특화된 UDT와 황충원-정해철같은 피지컬 괴물들이 포진한 SSU가 각각 훨씬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채널A <강철부대> 한 장면.

채널A <강철부대> 한 장면. ⓒ 채널A


그런데 UDT와 SSU는 만일 미션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면 야간연합작전에서 이미 탈락했어야할 팀들이었다. 707은 <강철부대> 모든 미션을 치르는 동안 비록 크고 작은 구설수는 있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데스매치도 겪지 않을 만큼 월등한 실력을 과시했다. 특전사 역시 리더 박준우의 지략을 바탕으로 큰 위기 없이 순항해왔다.

4강전부터는 이제 패자부활전도 없다고 공지한 상황이다. 몇 번이나 벼랑끝에서 기사회생한 해군부대들과 달리 <강철부대> 내내 월등한 성적을 올렸던 육군 두 팀이 이미 시작부터 불리한 입장에서 치러지는 4강전에서 한번의 패배로 완전탈락한다면, <강철부대> 제작진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더욱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최근 일부 시청자들은 '강철부대가 아니라 좀비부대가 됐다'고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미 죽은 팀도 좀비처럼 살려내는 '권능'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제작진이 이 프로그램에서 일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대중문화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하여 간편하게 작중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정당화하는 캐릭터나 연출 요소)가 되어버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프로그램 초반의 인기몰이에 고무되어 회차를 늘리고 인기팀을 좀 더 활용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을 수 있지만, 지나친 과욕은 <강철부대>가 지켜온 그동안의 가치들을 오히려 무너뜨리고 있다. 제작진은 '전능한 신'이 아니라 오직 '공정한 심판이자 관찰자'의 역할에만 충실했어야하지 않을까.
강철부대 데우스엑스마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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