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워 오브 도그> 포스터

영화 <파워 오브 도그> 포스터 ⓒ 넷플릭스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는 작은 긴장감이 도사리고 있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 그리고 직장 동료와 보내는 시간 등 다양한 사람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긴장감이 유발된다. 우리가 평소에 눈치채지 못하지만 그 보이지 않는 긴장은 시종일관 우리를 따라다니면서 삶에 영향을 준다.

다른 어떤 관계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런 긴장감은 쉽게 일상으로 스며든다. 문제는 그런 긴장감을 받아들이는 자세일 텐데 그 긴장을 위협으로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것 때문에 고통받을 것이고, 그것일 무시하고 외면하는 이에겐 시답잖은 것이 될 테다. 그리고 각자가 느끼는 긴장감은 가족 안에서 자신의 위치나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하게 될 확률이 높다. 

각 인물들 사이의 긴장을 다루는 영화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일상 속에 스며든 인물들 사이의 긴장을 다루는 영화다. 1925년 미국 몬태나를 배경으로 이혼하고 혼자 아들을 키우고 있는 로즈(커스틴 던스트)와 그의 아들 피터(코디 스밋 맥피)의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룬다.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필 버뱅크(베네딕트 컴버비치)와 그의 동생 조지 버뱅크(제시 플레먼스)의 이야기는 영화의 또 다른 축이다. 영화 초반에 필과 조지가 일 때문에 로즈가 운영하는 숙박업소에 방문하게 되면서 두 가족이 만나게 된다. 

필은 호탕하고 조금은 공격적인 성향을 가졌다. 반면 그의 동생 조지는 섬세하게 주변을 살필 줄 아는 인물이다. 필의 행동때문에 상처 받는 로즈를 위로하고 공감해주는 인물이다. 로즈는 남편을 잃은 이후 아들과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숙박업을 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힘들어한다. 그의 아들 피터는 조화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등 손으로 하는 세심한 작업에 재능을 보인다. 
 
 영화 <파워 오브 도그> 장면

영화 <파워 오브 도그> 장면 ⓒ 넷플릭스

 
조지와 로즈는 서로에게 끌리게 되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된다. 영화는 이 과정을 자세하게 다루지 않고 넘어가는데 어찌 보면 이렇게 누군가를 만나고 가족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소한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신 영화는 각 인물들의 감정과 표정에 집중하는데 특히 필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로즈는 재혼을 선택함으로써 조지의 가족 구성원이 되기로 결심하는데 그런 로즈를 바라보는 필의 시선이 곱지 않다.  

로즈와 피터가 필과 조지의 가족이 되는 과정을 간단히 보여주던 영화는 피터를 대학에 보낸다는 설정으로 잠시 이야기에서 제외시킨다. 그 이후 집중하는 건 조지의 집에서 살고 있는 로즈의 감정이다. 남성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필은 로즈를 무시하고 가능하면 그녀와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결국 로즈는 술에 의지해 일상을 살아가게 되는데 화면 속 로즈의 얼굴은 매우 불편해 보인다.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그런 로즈의 심리를 무척 세세하고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의 서부극

사실 이 독특한 서부극의 내용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예상하기는 무척 힘들다. 초반 조지와 로즈에게 집중했던 영화는 로즈와 필의 관계에 중점을 두는 듯하다가 다시 피터와 필의 관계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정통적인 서부극이었다면 분명히 총을 이용한 격투가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로 등장했을 테지만 이 영화에는 그런 비슷한 장면조차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묘사하는 인물들 간의 관계 속에서 오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피터는 영화 중반 이후에 학교의 방학기간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다. 사실 필은 피터의 여리여리함을 조롱하고 무시했던 인물이다. 피터에 대한 조롱은 로즈에 대한 무시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 구도는 영화 후반부에서 완전히 깨진다. 다시 집에 돌아온 피터에게 필은 따뜻한 말을 던지기 시작한다. 조금은 독특한 패션 스타일의 옷을 입고, 다른 남자들과 다른 행동을 하는 피터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것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그가 좋아서인지 명확히는 알 수 없다. 다만 필과 피터가 먼 산등성이에 만들어진 개 모습의 그림자를 같이 봤을 때 무언가 특별한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영화 중반부까지 로즈와 필의 관계로 인한 긴장감이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면 후반부는 필과 피터의 관계로 긴장감이 옮겨간다. 그것은 두 사람 간의 특별한 감정이 될 수도 있고, 두 사람 간에 남아있는 앙금일 수도 있다. 
 
 영화 <파워 오브 도그> 장면

영화 <파워 오브 도그> 장면 ⓒ 넷플릭스

 
훌륭한 연출, 좋은 영화음악 그리고 뛰어난 연기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를 볼 수 있는데,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이는 데 음악의 역할도 컸다. 영화 음악을 담당한 조니 그린우드는 그룹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인데 여러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의 작곡을 하기도 했다.

<펜텀 스레드>나 <데어 윌 비 블러드> 같은 영화 음악에 참여했는데 음악으로 각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나 그 안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심리를 극대화시키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영화를 연출한 제인 캠피온 감독은 영화 <피아노>로 20대 미혼모의 이야기와 그의 심리를 뛰어나게 묘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후 <여인의 초상>과 같은 영화를 연출했는데 다작을 하는 감독은 아니어서 연출작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이번 <파워 오브 도그>에서도 여성을 비롯해 남성의 심리를 꿰뚫는 연출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남성 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필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 비치의 연기가 훌륭하고 술에 의지한 채 망가져가는 로즈 역의 커스틴 던스트의 연기도 무척 실감 난다. 또한, 피터를 연기한 코디 스밋 맥피의 연기도 매우 훌륭하다. 

영화의 제목인 <파워 오브 도그>는 '칼에 맞아 죽지 않게 이 목숨 건져주시고 하나밖에 없는 목숨, 개 입에서 빼내 주소서'라는 성경 구절에서 가져온 표현이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건 해석은 보는 관객의 시선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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