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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의 인권보고서 반박

미국 국무부의 인권보고서 발표 이후, 이 내용을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간의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인권실태에 대한 미국 정부의 비판에 대하여 중국은 미국내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맞대응을 하고 있다. 양 강대국의 기선잡기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매년 세계인권실태 보고서를 작성, 공개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가장 큰 비중으로 다루었는데, 러시아는 물론 체첸 사태와 관련된 인권유린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권위주의적인 정부가 반정부 인사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륜공, 흔히들 파륜공이라고 하는 기훈련 운동조직에 대한 중국정부의 광범위한 탄압이 중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또한, 이 보고서는 중국 내 강제노동 수용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위한 현장점검을 약속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중국이 말하자면, "너나 잘해라"하고 미국 내 인권실태를 공개거론하고 나온 것이다.

미국, 세계 최대 교도소 국가

중국 쪽에서는 미국 내 인종차별을 비롯하여 세계최대의 수형자수, 총기사건의 빈발, 빈부격차의 심화, 금권정치의 폐해로 인한 민주주의의 실종, 인권을 앞세운 군사적 대외정책 등의 문제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다.

우선 중국의 미국 인권보고서에서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형자를 가지고 있는 교도소 국가라고 비판했는데, 이는 사실이다. 최근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감옥에 갇혀 있는 수형자는 캐나다의 네 배이고, 영국의 다섯배이며 일본의 열네배입니다. 캘리포니아 주만 하더라도 수형자의 수가 15만명에 달한다.

1994년 이래 150만명 가량이 감옥에 갇혀 있다. 미국의 남성 50명중 한명꼴로 감옥에 있는데, 이는 유럽과 비교하자면 10배에 달한다. 여기에는 또 인종구성비가 문제가 되는데, 흑인들은 백인들에 비해 일곱배로 수형자의 신세가 되어 있으며, 흑인남성 가운데 일곱명에서 한명꼴로 평생에 한번은 감옥에 갇히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러한 현실에서 미국이 거대한 감옥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만큼 사회내부의 갈등이 깊고, 소수인종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형법체제의 존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뉴욕의 경우에도 힐러리 여사와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줄리아니 시장의 치안정책이 소수인종에게 가혹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두 디알로 사건, 시위사태 유발

아프리카 흑인 출신 아마두 디알로에 대한 뉴욕 경찰들의 살해사건을 놓고 이들 경찰에 대한 무죄평결로 연일 시위사태가 일고 있다. 이는 인종차별과 경찰의 인권유린이라는 현실이 결합된 사태이다. 아마두 디알로는 네명의 백인경찰들에게 총기를 꺼내고 있다는 오해를 받아 총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지갑을 꺼냈던 것이고, 그에게 무려 41발의 총격이 가해졌다.

경찰 측은 아마두 디알로가 거주하던 브롱스 지역이 우범지대였기 때문에 경찰이 매우 민감한 상태에 있었고, 그의 행동이 총기를 꺼내 발사하려는 오해를 살 만한 정황이었다는 점을 들어 네명의 경찰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러나 사건 현장의 지역은 흑인 중산층 밀집지역이었고, 지역치안도 비교적 안전한 상태에 있음이 밝혀져 뉴욕시와 사법부가 백인경찰들에 대한 일방적인 방어논리를 펴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 경찰들의 총기난사를 포함한 가혹행위가 그동안 여러차례 문제가 되어왔고, 이것이 인종차별과 결합된 행위라는 점으로 해서 미국사회의 근본적인 모순이 논란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또한 경찰의 인종구성비에서 이미 백인들이 압도적인 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흑인지역에서는 백인경찰들이 점령군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현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머미아 아부 자말의 사형판결 불복, 사형제도 폐지 운동 전개되

블랙 팬더의 일원이었던 머미아 아부 자말이라는 인물에 대한 사형판결과 사형집행을 놓고 워싱턴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그는 지난 1981년 필라델피아에서 경찰관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사형판결을 받고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데, 본인은 계속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감옥 안에서 미국 사법제도와 교도소 내의 인권유린 실태에 대한 책을 써서 세계적인 주목을 끈 인물이다. 미국내 반체제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이다.

시위자들은 그의 무혐의와 관련한 재심을 요구하고 있고, 한 걸음 더나아가서 사형제도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유럽 쪽에서도 미국의 사형제도 존속이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머미아 아부 자말의 경우는 미국내에서 지금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블랙 팬더는 흑인 민권운동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졌던 조직으로서 이를 무장반란집단으로 매도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음모가 머미아 아부 자말과 같은 인물을 희생자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점증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총기사건, 금권정치의 결과

가령, 총기사건의 빈발은 총기규제법의 개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 총기소지에 대한 엄격한 법적 제한이 원천봉쇄의 차원에서 가해져야 할 터인데, 총기협회의 막대한 자금투입에 의한 로비로 미국인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정치의 금권정치적 요소와 관계가 있다. 돈이 우선인 사회에서 인간의 생명은 부차적인 것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재계의 정치참여로 논란이 일고 있으나, 금권정치의 폐해가 인권과도 깊은 관련을 갖는다는 점에서 깊이 검토되고 논란의 대상이 되어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로비라는 금권 정치적 과정이 민주주의의 본질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인권, 패권주의적 경쟁의 대상으로

이렇게 인권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간의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국제적인 패권다툼이라는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은 세계적인 차원에서 볼 때에 상대적으로 인권현실이 괜찮은 국가이다. 그러나 중국이 지적한 대로 그러한 면모에 있어서 중대한 모순과 결함을 안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가 미국과 중국간의 갈등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세계적인 패권적 지위를 놓고 양 강대국이 기선제압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미국은 인권이라는 항목으로 중국의 세계적인 지위와 체신을 깍아 내리고, 중국의 내정에 간섭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유엔 인권위원회에 중국의 인권문제를 제기하여 국제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게 하고, 이를 토대로 하여 중국 내부에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세력을 지원, 강화하려는 전략적이 목표가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번 코소보 사태에서도 미국이 인권문제를 앞세워 어떤 방식의 외교, 군사정책을 펼쳤는가를 보면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인권외교의 허실 바로 봐야

가혹한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국가에 대한 세계여론의 비판과 압박은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빙자하여 상대국가의 주권을 유린하는 정책을 정당화할 경우 사태는 전혀 다른 차원이 된다. 그래서 유럽의 지식인들은 미국과 나토가 주도한 코소보 전쟁에 대하여 <인권 제국주의>라는 말로 비난하고 있다. 내세운 것은 인권이었지만, 실제로 구한 것은 미국의 패권주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인권외교정책의 허실을 제대로 검토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인권문제는 은폐한 상황에서 패권주의적 정책을 정당화하는 미국의 정책을 그대로 지지하는 결과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의 인권외교정책의 모순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의 움직임이 존재한다. 뉴욕에 소재한 휴먼 워치라는 국제적인 인권단체에서는 지난번 코소보 사태에서 미국이 무고한 민간인들에 대한 폭격 등 인권유린 사태를 놓고 국제사법 재판소에 제소를 했다.

물론 미국은 발끈했지만, 국제사법 재판소의 전범문제 책임자는 이러한 행위가 전쟁범죄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겠다고 나서서 이것이 향후 중요한 국제적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국내언론에서는 이러한 사태전개에 대하여 전혀 보도한 바 없으나, 미국의 전쟁범죄행위가 국제인권운동에 있어서 중대한 문제로 주시되고 있다는 점, 알아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는 6.25전쟁 당시 노근리 학살 사건과 관련해서 미국의 대외정책의 모순을 해명하는데에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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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3년차 직원. 시민기자들과 일 벌이는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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