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용옥 교수가 진행하는 KBS 1TV의 '논어 이야기' 공개녹화 중 한 노인이 김교수에게 공개수모를 당하고 퇴장당했다는 고발성 글이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글은 28일을 전후해 오마이뉴스, 팍스넷 등 각 인터넷 게시판에 <[김용옥을 고발한다] 한 은퇴 정신과의사의 피맺힌 절규>라는 이름으로 올려졌으며, 법정비화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월17일 '논어이야기' 공개녹화 자리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발단은 '논어이야기' 첫 녹화일이었던 10월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동두(76) 씨는 녹화 전날인 9일부터 서둘러 방청티켓을 받고, 당일 일찌감치 KBS 녹화장에 도착했다. 노씨는 김 교수가 EBS에서 노자강좌를 할 때부터 한번도 빠짐없이(57회) 방청을 했을 만큼 김 교수의 강좌를 좋아하는 팬이었다. 그러나 평소부터 뇌출혈 후유증 때문에 왼쪽 상반신이 부자유스럽고, 눈과 귀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노씨는 KBS 직원의 도움으로 어렵게 앞자리에 앉았다. 김 교수의 칠판글씨까지 받아 적기 위함이었다. 한참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축농증 때문에 기침이 잦았지만 녹화는 별탈 없이 끝났다.

녹화가 끝나고 난 뒤 노씨는 김 교수에게 '지난 EBS 강좌 도중 김 교수가 직접 쓴 휘호를 자신에게 줬던 것에 대한 감사표시를 하기 위해' 김 교수가 있는 앞으로 갔다.

그 자리에서 노씨는 KBS 직원인 듯한 여성으로부터 "몸도 불편하고 기침도 많이 하던데 집에서 TV나 시청하고 녹화장에 안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고, 이어서 김용옥 교수로부터는 "EBS 노자강의 때와는 분위기를 바꿀 생각이니 내 눈에 띠지 않게 중간이나 뒤에 앉으라"는 말을 들었다.

이 '사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혼자 고민하던 노씨는 며칠 후 KBS로부터 '논어 이야기' 방청티켓이 우편으로 배달되자 1주일 뒤인 17일 다시 녹화장으로 향했다.

이날 노씨가 앉은 자리는 앞줄 두번째 중앙 부근. 김용옥 교수는 예정시간보다 30분쯤 늦게 나타나 마이크를 달면서 방청객을 한번 훑어보다가 노씨를 발견, "내가 앞자리에 앉지 말라고 했는데 왜 앞에 앉았느냐'며 소리를 높였다. "녹화장에서 좌석 고르기는 내 권한"이라며 노씨가 항변하자, 김교수는 "당신같은 사람은 앞으로 녹화현장에 나오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어 노씨는 KBS 직원들에 의해 퇴장당했으며, 총책임자라고 밝힌 사람으로부터는 "왜 난동을 부린 사람을 경비원들이 붙들어내지 않냐"는 소리를 들었다. 노씨는 30여분 뒤 자신의 차로 집에 왔고, 열흘 가량 지난 10월말 가족들의 도움으로 이 사실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 '방청객 퇴장 사건'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바라보는 양측(KBS-김용욱 교수 와 노씨)은 다른 해석을 펼치고 있다. KBS 측은 '큰소리 친 것은 잘못이지만 원활한 강의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고, 노씨를 비롯한 노씨의 가족들은 '노인학대와 다름없다. 법적 투쟁까지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을 들어보자.

KBS-김용옥 교수 "원활한 강의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

김 교수는 17일 노씨를 퇴장시킨 뒤 이튿날, '논어이야기' 담당인 오강선 KBS PD와 함께 노씨에게 사과를 할 생각으로 노씨의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이날(18일)은 노씨가 만남을 거절해 노씨의 부인에게만 "무릎꿇고 사과의 말을 전달"했고, 이어 28일을 전후해 또 한차례 병원을 방문, 노씨에게 직접 사과의 말을 전했다. (노씨는 김교수의 사과와 관련해 "법적 절차와 공개항의 등이 진행되니까 사과한다고 온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KBS 오PD는 이 사건을 두고 '하나의 작은 해프닝'이라고 말한다. 또 김교수가 몇 차례 사과를 했는데도 노씨측이 이를 공개사건으로 만든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김교수도 피해자다'라고 전했다.

오PD에 따르면, "김용옥 교수가 흥분한 상태에서 그날 노씨에게 소리를 지른 것은 백번 잘못이지만, 이제까지의 과정을 살펴 보면 김씨도 참을 만큼 참았다"는 것이다.

오PD는 또 "EBS 강의 시절에는 김교수가 노씨의 기침 소리 때문에 강의에 지장을 받았으면서도 직접 휘호를 써서 노씨에게 전달하는 등 친절히 대해 왔다"면서, "김교수는 한번 호흡이 끊기면 강의를 제대로 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시청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논어이야기'는 시청용 녹화방송이기 때문에 주최측에서 '자리를 옮겨달라' 는 등의 요구를 할 수 있고, 다른 녹화방송들도 녹화가 최대한 원활히 될 수 있도록 방청객들이 협조해 왔다"는 것이다.

노씨 "공개적인 자리에서 수모당할 짓 안했다"

'공개수모사건' 이후 노동두 씨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노씨가 운영하는 병원을 직접 찾아갔을 때, 노씨는 기꺼이 인터뷰에 응했다.

"EBS에서 했던 '노자'의 마지막 강좌가 끝나고 책거리를 할 때 김교수는 자신의 노모를 모셔와 큰 절을 하면서 '효'를 강조했었다. 그러나 자신의 부모만 부모인가."
노동두 씨는 그날의 '공개수모'에 대해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한 상태다.

노씨에 따르면 김 교수와 노씨는 강사-수강생(방청객)의 관계로서만이 아닌 구면의 관계다. 김용옥 교수의 두 형과 각각 동창, 스승-제자의 관계였다.

노씨는 17일 공개수모 이후, KBS에 항의전화를 걸었다. 사장비서실에서 들려온 소리는 "김용옥-노씨 두 사람의 일이지 KBS가 무슨 관계냐"는 것. 이어 피부과 의사로 있는 김교수의 둘째형을 찾아가 그날의 정황을 전달하고 "분하고 자존심 상해서 그냥 살 수가 없다. 법대로 하겠으니 동생(김용옥 교수)에게 전해달라"고 말했다.

노씨는 "내 생에 이런 모욕은 처음이었다"라면서, "그 녹화장에 노인이 반이나 됐는데 어찌 그럴 수가 있나. 개인적인 사과 여부를 떠나서 노인학대, 장애인 학대 등을 걸어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대 의대를 나와 외국유학 등을 거쳐 의사(정신의학)로서 교수로서, 오랜 기간을 엘리트로 살아온 노씨에게 그날의 '수모'는 큰 상처로 자리잡았다. 특히 뇌출혈로 거동조차 불편해져 버린 노씨가 유일한 낙으로 다녔던 강좌에서 겪은 일이기 때문에 더 그러했다.

10월17일 '논어이야기' 공개녹화장에서의 '사건'은 이제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논어이야기'는 매주 화요일 공개녹화를 하고 있다.


* 아래 <의견쓰기>란에 '김미선'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건전한 비판을 원합니다'라는 글은 제가 쓴 글이 아닙니다.
자신의 의견을 익명 또는 실명으로 올리시되 타인의 이름을 도용하는 일은 삼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23년차 직원. 시민기자들과 일 벌이는 걸 좋아합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은솔아, 돌잔치 다시 할까?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