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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더위로 인해, 반갑지 않은 각종 전염병도 일찍부터 찾아들었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질병들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아직 때가 이르다는 점 때문에 TV 뉴스에서 주의를 환기하게 위해 다뤄질 수는 있다고 해도 '최악의 경우에 있을 피해상황'을 예측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지난 5월 14일과 15일 양일간 '홍역', '뇌염', 'O-157' 발병과 관련한 방송3사의 보도를 보면 시청자에게 어떻게 하면 더 빠르고 강하게 충격을 줄 수 있는지만을 고려한 것이 역력했다.

KBS의 <뉴스9>, MBC의 <뉴스데스크>는 5월 14일 각각 <올 첫 뇌염모기>, <뇌염 조기 상륙>에서 올해 첫 뇌염모기의 발견으로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를 내렸다는 보건당국의 발표를 전했다. 각사 모두 일본 뇌염모기가 작년보다 3주나 빨리 발견되었음을 강조하며, 뇌염의 무시무시함을 부각시키기에 바빴다.

"법정 제2군 전염병인 일본 뇌염은 치사율이 2, 30%나 되는 데다 낫더라도 정신장애 등 각종 후유증이 남습니다." (KBS), "사망률이 최고 10%에 이르는 바이러스 전염병입니다. 일단 감염되면 회복되더라도 언어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MBC) 치사율과 후유증의 심각성만을 강조한 이와 같은 기자멘트는 뇌염에 대한 경각심을 넘어 막연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시청자에게 정작 필요한 정보는 '뇌염을 어떻게 예방해야 하며 보건당국의 대책은 무엇인가'였으나 이 부분은 간과되고 있었다. KBS의 경우 "어린이들에 대한 예방접종과 함께 주변 소독과 방역을 서둘러 달라는 것이 보건당국의 당부입니다" 라며 모든 것을 시청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보도 태도를 보였다.

같은 날 MBC가 "보건당국은 오는 21일부터 홍역 일제접종이 예정되어 있어 접종시기를 서두르고 가능하면 보건소보다 일반 병·의원을 이용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홍역 예방접종과는 최소한 일주일 정도 간격을 두고 뇌염백신을 접종해야합니다" 등 상대적으로 시청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정보를 준 것과 비교된다.

시청자를 불안하게 한 것은 일본뇌염 보도만이 아니었다. 바로 다음날인 5월 15일 'O-157' 감염과 관련한 보도가 또 다시 뉴스를 장식하면서 연일 전염병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O-157' 의 경우 단지 증상이 흡사할 뿐 아직 감염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말 그대로 호들갑에 불과했다.

"국립보건원은 환자 증세는 O-157 감염과 매우 유사하지만 며칠 간격을 두고 전파된 감염 경로는 O-157보다는 세균성 이질에 더 가깝기 때문에 병원균 검출 때까지 O-157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 KBS), "보건당국은 이 아이들이 단계적으로 전염됐다는 점, 섭취한 음식에 특이한 것이 없다는 점을 들어 단순이질일 가능성도 높게 보고있습니다" ( MBC) 등에서 나타나듯 단지 O-157 감염의 '추정'에 불과해 굳이 대대적으로 보도
될 사안이 아니었음에도 방송3사 모두 이를 일제히 기사화 했다.

특히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O-157 대장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또 발생했습니다." (KBS), "김양 등은 혈변과 신장기능이 저하되는 요독증 등 전형적인 O-157 감염증세로...." (SBS) 등 '감염'을 거의 확실시하는 멘트로 보도를 시작하고 있어 아직 감염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보건당국의 발표내용은 설득력있게 들리지 않았다.

KBS의 경우 5월 14일 <홍역 급속확산>에서는 홍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을 머릿기사로 전했는데, MBC와 SBS는 같은 날 이와 관련한 보도가 전혀 없었다.

KBS 보도 내용을 보면 "지난해 홍역환자는 3만 2000명으로 사상 최대였지만 이미 올해는 4월까지 지난해 환자 수의 절반을 훌쩍 넘었음"을 근거로 "방역이 안될 경우 올해 약 44만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이 가운데 40명에서 많게는 400명까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예측입니다." 등 시종 일관 단지 예측에 불과한 최악의 상황을 부각했을 뿐만 아니라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사상 최악의 홍역 창궐 사태가 우려됩니다" 와 같이 '창궐사태'까지 운운하며 시청자를 자극했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이라면 '창궐사태'를 막을 수 있는 '특단의 조치' 는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었어야 했다. 그러나, 방역 대책의 현황과 그 실상에 대한 취재는 전혀 없었으며, 홍역 예방책에 대해서도 "국립 보건원은 당장 다음 주부터 6주간에 걸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1학년 사이에 전체 학생 590만명에 대해 홍역 백신 무료 접종을 실시합니다. 홍역의 위험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은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이번 일제 홍역 예방접종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보건당국의 시책을 전하는 선에서 그쳤다.

결국 질병의 심각성은 부풀릴 대로 부풀리면서도 정작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시청자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 전달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이번 보도를 모니터한 매비우스 뉴스 모니터팀에서는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보도에 있어 첫째, 단지 감염이 추정되는 사안을 앞서 보도함으로써 시청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지 말고, 확인된 사안만을 보도할 것, 둘째, 자극적인 표현과 섣부른 예측으로 시청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태도를 자제할 것, 셋째, 질병의 영향력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예방책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 전달을 위해 노력할 것 등을 방송사에 요구했다.

지난 주말에는 뇌수막염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비브리오 패혈증이 발견됐다는 기사도 뒤를 이었다. 연일 계속되는 전염병 관련 보도가 국민들의 불안감만 고조시킬 것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호위병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예방과 치료에 앞장서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매비우스 뉴스 모니터팀이 모니터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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