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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의 민주경선 필패론(必敗論)의 정치적 사회적 분석

이인제 후보가 민주당 경선의 배후론, 음모론을 주장하며 경선에 참여할 것인가? 불복할 것인가 장고를 거듭하던 끝에 오늘 아침 10시에 경선참여를 선언하였다.

장고의 결과, 이인제는 경선불복을 선언하면 그 순간 정치적 생명을 잃고 한때 신선한 이미지로 대중들의 지지를 받다가 한순간에 몰락한 박찬종보다 더한 처참한 국면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주변인들의 권고가 마음을 정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만일 이인제가 경선참여를 포기한다면 이는 자신을 지지해준 민주당원에 대한 배신이고, 아울러 민주당에 대한 해당행위이고, 지난 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불복의 재판을 국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이인제는 지난 광주와 강원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패한 뒤에 국면전환을 위해 박지원 특보의 사퇴와 청와대 개입설을 최대한 부풀려서, 중간에서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던 동교동 세력을 일정하게 제어했고, 나아가 노풍을 어느 정도 잠재웠다 판단하고 오늘 경선에 다시 참여를 선언한 것으로 보여지지만, 그는 이제 민주당 경선에서 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모순을 노정하고 패배의 강을 건넌 것으로 확신한다. 그 이유를 정치적 사회적 관점에서 7가지를 들어본다.

첫째, 대전, 충남의 이인제에 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가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와 적어도 이후 다른 지역의 민주당 경선참여자들은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맹주를 민주당 후보로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광주와 강원의 표심이 조직표보다는 변화의 폭풍을 몰고오는 노풍에 의지하였다는 사실을 배후설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당원이나 국민들의 정치수준을 얕보는 견해이다.

아울러 이인제는 대전, 충남의 압도적 지지는 본선경쟁력이 높은 자신에 대한 당연한 지지일뿐 지역적인 투표가 아니라고 하였듯이, 이제 경남, 대구, 경북, 부산에서 노무현 대안론을 노무현의 본선필승론으로 인식하고 노무현 후보에 대해 압도적 지지를 보냈을 경우 이를 반격할 정당한 비판근거를 상실한 셈이다.

둘째는 젊고 씩씩한 이미지를 강조하였던 97년의 모습과는 달리 그는 배후론, 음모론을 주장하며 몽니를 부리는 행태에서 구시대 정치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놓았다.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노무현 돌풍을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보고 있다. 그것은 3김으로 대표되던 기존 정치질서를 바꾸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노무현이란 정치인을 대안으로 삼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음모론을 주장하며 경선불복의 여부를 장고하던 이인제의 행태는 대단한 패착이 되었다고 본다.

셋째는 음모론을 경선불복의 근거로 삼으려 했던 이인제의 수는 향후 한국정치의 유동성이 커진다면 언제든지 판을 깰 수도 있다는 잠재적 의미를 많은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앞날이 불투명하고 언제든지 경선불복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어느 누가 지지와 지지표를 주겠는가? 이인제 대세론이 그동안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의 희망을 유지해준 끈이었다면, 이제 노무현 돌풍은 이회창을 누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 표출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설사 음모론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통상적인 정치의 합종연횡이고 연대의 방식일 따름으로 보면 크게 문제가 없는 것이다. 선택은 몇몇 정치인들의 밀실흥정에서 후보경선이 좌지우지 되는게 아니라 민주당 당원과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선택에 의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흥정은 그저 정치인들의 선택일 뿐이다.

넷째는 이인제 후보가 우리 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지성 자크 아탈리는 현재의 세계를 신유목사회라고 정의하고, 방랑의 문화가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방랑의 문화는 자유로움과 변화를 상징한다. 독재와 기득권, 권위주를 거부하며 청년시절을 보낸 30-40대는 권위를 부정하고 기득권을 거부하며 새로운 질서를 열망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벤처열풍과 학력파괴 등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기존 틀에서 안주하는 기성정치인을 거부하는 정서로 용출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간과한 이인제는 노무현 돌풍을 거품이라고 하였지만, 사실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열망하는 많은 사람들이 화산폭발처럼 지지의사를 노무현에게 보낸 것이다.

다섯째는 동교동 구파의 이미지와 조직선거라는 틀에서 경선에 나섰다는 점이다. 동교동 구파는 김대중 정부의 인사실패에 어느 정도 연관이 있었고 이는 많은 국민들의 비판대상이었으며, 나아가 조직선거는 당심과 국민들의 표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고정표를 믿는 안일한 선거방식을 고수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이인제의 조직표는 이인제 대세론을 쫒는 이익집단과 같은 성격으로 정치지형이 바뀌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허약한 지지표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이런 점이 노풍의 공세에 허약하게 무너진 것이고, 노풍의 기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거세질 것이다.

여섯째는 이인제가 중도개혁을 표방하며 당의 좌경화를 막기 위해 당내투쟁을 선언하였다. 그런데 노무현에 대한 좌경공세는 적어도 이념공세에 시달린 민주당의 대의원, 일반 당원, 국민경선 참여자의 분노를 사기에 족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얼마나 빨갱이 논리에 시달렸는가? 우리 사회에서 좌경은 빨갱이로 인식한다. 양자간에 개혁의 강도가 다를 수는 있어도 노무현을 좌경으로 모는 이런 주장의 후폭풍은 그대로 이인제에게 불어닥칠 것이다.

일곱째는 신세대의 문화를 간과하거나 정치적 관심을 얕보았다는 점이다. 미디어 인터넷, 온라인게임에 익숙한 신세대는 정치를 이념이나 정견으로 받아 들이지 않고 이벤트로 본다. 축구, 농구, 온라인게임과 같은 차원에서 선거를 게임이벤트로 보는 것이다. 적어도 민주당 국민경선은 어떤 스포츠보다 박진감 넘치는 문화이벤트이고 게임이다. 향후 대선이 게임이나 문화이벤트로 박진감 넘치게 된다면 퇴보, 보수, 귀족의 이미지로 인식되는 정치인은 그대로 태풍을 맞아 좌초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노풍은 신세대의 정치게임에 적절하게 합류한 것이고, 이인제나 이회창의 경우는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요인에 의해 이인제는 민주당 경선에서 패할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인제에게 차라리 끝까지 경선에 참여하여 민주당의 경선을 축제의 분위기를 띄운 뒤에 노무현의 선거본부장을 자처하여 정권재창출에 기여한 뒤에 차차기를 노려보라는 의견이다.

노무현에게 패한다 하더라도 상당한 숫자의 지지자가 있기 때문에 정치적 지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4수를 하지 않았는가? 일관된 정치노선과 변화하는 시대의 개혁을 견인하는 정치인으로 자신을 변화시킨다면 5년후를 기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충남 대덕이 고향인 사람으로 동향의 이인제가 훌륭한 정치인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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