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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경의 코리아타운 오오쿠보. 유학생들의 활발함을 느낄 수 있는 거리.
ⓒ 박철현
작년의 일 관광진흥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을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이 한국인이라고 한다. 작년 6월 노무현 대통령 방문 이후 결정된 '쌍방간 3개월 단기비자 협정'이 체결된 효과일까? 연간 100만명에 달하는 한국인이 2003년 일본을 방문했다고 통계결과가 나왔다.

그 중에는 며칠 있다가 가는 관광객이 태반이겠지만, 3개월 비자의 장점을 이용해 간단한 단기어학연수를 오는 학생들도 꽤 많다. 동경의 한 유학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6개월에서 1년짜리 어학연수가 많았는데 요즘엔 3개월 어학연수가 많다"면서 "전년도에 비해 35%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이 일본에 와서 생활할 때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일본의 고물가다. 세계적 권위의 통계연구서인 제트로 백서의 2003년 통계에 의하면 세계 제1의 고물가를 자랑하는 도시가 동경이다.

체감지수로는 거의 서울 물가의 두 배에 달하는 동경. 멋모르고 3개월 정도 외국생활도 하면서 새로운 문물을 배우고 익히고자 찾아온, 꿈에 부푼 단기유학생들에게는 이 두 배의 물가가 엄청난 벽으로 다가온다.

신주쿠에서 만난 한나영(23·대학3년휴학)씨는 1개월 전 3개월 단기 어학연수를 신청해 현재 신주쿠의 일본어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한다. 그는 "교통비, 전화비가 너무 비싸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의 경우 한 달에 교통비 1만4천엔을, 전화비 1만5천엔을 썼다고 털어 놓았다.

한나영씨는 "교통비의 경우 워낙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국제전화료가 너무 많이 나와요. 그런데, 누구 이야기 들어보면 국제전화카드를 잘 사면 훨씬 싸게 한국에 전화할 수 있다고 그러더라구요. 그게 가능한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오히려 기자에게 반문을 해 왔다.

"어떻게 하면 교통비와 전화비를 절약할 수 있을까요?"

▲ 한국일까, 일본일까? 동경 오오쿠보는 한국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다.
ⓒ 박철현
일본에서 3년째 생활하고 있는 선배로서 이런 질문을 외면한다면 도리가 아닐 터. 먼저 교통비의 경우 자기가 가장 잘 다니는 곳, 학생인 경우는 물론 학교가 되겠지만, 아무튼 학교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역사의 정기권을 끊는 것이 가장 좋다. 1, 3, 6개월 간격으로 살 수 있는 이 정기권은 보통 이용하는 금액의 20~30%를 할인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역 사이의 구간에서는 언제든지 승하차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기자는 동경 근교의 미타카역(거주지)과 신주쿠역(직장) 사이의 정기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 경우 1개월짜리 정기권 가격은 6300엔이다. 동일구간 편도요금이 210엔(왕복 420엔)이므로 주 5일 근무를 가정할 때 한 달에 약 8400~9000엔을 써야 하는데 30% 정도 할인받는 셈이다. 게다가 3, 6개월짜리 정기권을 끊는 경우 더 아낄 수 있다.

기자가 현재 가지고 있는 정기권이 3개월짜리 1만7950엔이므로 천엔 정도를 절약하고 있는 셈이다. 학교와 거주지가 그다지 멀지 않을 경우는 아예 자전거를 한 대 구비하는 것이 낫다. 신주쿠 일대에서 배포되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정보지에는 귀국 혹은 이사하는 유학생, 주재원들이 공짜로 자전거를 주겠다는 광고가 실려 있다. 바로 연락하자. 전화 한 통으로 3개월간의 일본생활이 편해진다.

그리고 전화비. 아무래도 단기유학생들은 국제전화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 독한 마음을 먹고 전화 한통 안 하겠다는 이들도 간혹 눈에 띄기는 하지만 3일을 못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에 두고 온 애인, 가족, 친구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리고, 결국 국제전화가 가능한 공중전화기를 찾게 된다. 그런데, 이 가격이 만만치 않다.

기자도 처음 일본에 왔을 때, 공중전화에 적힌 설명을 그대로 따라서 한국에 전화를 건 적이 있는데 3분 통화에 약 400엔을 썼다. 분당 100엔을 조금 넘는 수준인 것이다. 간단한 안부를 묻는데 10엔씩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설상가상으로 전화번호나 주소를 물어볼 경우 공포감마저 밀려 온다.

"뭐라고? 3번이야 4번이야?" (10엔)
"3번! 3번이라구!" (10엔)
"4번? 그럼 090-3334… 그 다음은?" (20엔)
"아이 진짜! 3번이라구!! 090-3333-…" (20엔)

대략 이런 맥락이다. 통화감이 멀면 멀수록 요금은 반비례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한 달에 1만5천엔은 눈깜짝할 새 사라진다. 허공에 날리는 돈인 셈이다. 그럼 이걸 어떻게 절약할 수 있을까? 일본에서 성공한 통신기업으로 성가를 높이고 있는 ㈜코스모브릿지의 서종현 사장은 일전에 기자의 이런 얘기를 듣자 박장대소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공중전화에서 국제전화를 거는 게 가장 비싸지요. 국제전화카드를 사서 걸거나, 요즘 유행하는 IP 폰으로 거는 것이 반 이상 절약되지요. 저희 같은 경우엔 1분에 6.95엔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는데, 실제로 1분에 7엔이 조금 안나옵니다. 국제전화시스템을 조금만 파악한다면 금세 알게 되지요."

▲ (주)코스모브릿지가 새로 낸 국제전화카드. 1분에 6.95엔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전화를 걸 수 있다고 한다.
ⓒ 박철현
그의 설명에 의하면 전화는 전부 국내구간과 국제구간으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그는 "여기서 공중전화를 사용할 경우 NTT 회선(국내구간)을 통해 한국의 시스템, 즉 한국통신의 시스템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때부터 국제구간이 되는 것이지요. NTT가 그때부터는 한국통신의 시스템을 빌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요금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렇다면 이 시스템까지만 가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한국 국내요금으로 다 처리가 되기 때문에 어떻게 시스템까지 갈 수 있느냐는 것이 관건이 됩니다. 그래서 오히려 국내구간 적용 시스템까지 바로 갈 수 있는 국제전화카드나 IP 폰으로 한국에 전화를 거는 것이 소비자들에게는 가장 통신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라고 덧붙였다.

사실 일본의 통신기업은 근래에 IP 폰 개발연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사히신문> 7월 20일자에 따르면 NEC, 후지쯔 등 대형가전기업들이 IP 폰이 미래의 통신수단이 될 것을 확신, 사운을 걸고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례들을 보더라도 충분히 대중화되고 있는 IP 폰을 이용해 국내요금으로 국제전화를 걸 수 있다.

사실 동경에서 몇 년간 생활하다 보니 교통비와 전화비를 빼면 그다지 서울과 별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상상을 초월하는 방값 때문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3개월 단기유학을 오는 학생들에게는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유학 수속을 할 때부터 이미 그 가격은 유학비용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음식 가격은 서울과 거의 비슷하니까 남는 것은 결국 교통비와 전화비.

아끼고 아낀 그 돈으로 3개월 후 한국에 돌아갈 때 부모님, 친구, 애인에게 줄 선물이라도 사들고 간다면 마음이 뿌듯해지지 않을까? 14년만에 찾아온 동경의 무더운 날씨에 지치지 말고 열심히 생활하시길!

▲ 국제전화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는 팸플릿. 오른쪽은 <아사히신문> 7월 20일자에 실린 IP폰 관련기사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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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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