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장봉도로 가기 위해서는 영종도 삼목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갈매기 떼와 아름다운 동행을 해야 한다. 사람들은 이 갈매기를 '거지 갈매기'라고 부르지만 어부들에게는 반가운 물새 가운데 하나다.

갈매기는 머리와 가슴, 배는 흰색이고 날개와 등은 잿빛이다. 봄부터 여름철에 번식하는데 울어 예는 것이 마치 고양이 울음소리 같아 사람들에게 더욱 가까운 느낌을 준다. 어부들은 이 갈매기가 나는 곳에는 물고기 떼가 있다는 것을 안다. 갈매기는 어장을 찾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무인도에서 작은 물고기와 풀잎, 곤충을 먹고 사는 괭이갈매기가 어쩌자고 사람 사는 세상에 날아와 인스턴트 과자 부스러기를 얻어 먹고 산단 말인가? 장봉도를 오가는 여행객에게서 먹을 거리를 해결해야 하는 갈매기는 여행객들이 주로 던져준 새우깡을 받아 먹는다.

어떤 놈은 사람들이 과자를 던져 주기 전 손에 든 과자를 낚아채고는 허공에서 빙빙 돌며 좋아한다. 그런 갈매기 풍경에 푹 빠져 있노라니 어느새 신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배를 타고 한 10여분 왔던가. ‘신도(信島)’라는 지명은 이곳 주민들이 성실하고 순박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소금을 생산하는 곳이라서 '진염(眞鹽)'이라고도 부른다.

세개의 섬과 어깨동무한 목가적인 섬, 장봉도

▲ 노을이 아름다운 무인도 망토섬과 조개를 줍는 사람들
ⓒ 박상건
옆에는 ‘시도’라는 섬도 있는데 ‘화살섬’이라는 뜻이다. 고려 말 최영, 이성계 장군이 이끄는 군대가 강화도 마니산에서 이 섬을 과녁 삼아 활쏘기 연습을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그리고 '모도'도 있다. 47가구가 사는 작은 섬 모도는 고기가 잡히지 않고 띠만 잡혀 ‘띠 모(茅)’자를 따서 '모도'라고 불린다.

띠는 푸른 해초류인데 남해안에서는 ‘진질’이라고도 부른다. 이 풀은 퇴비로 썩혔다가 농사 지을 때 밑거름으로 사용하곤 한다. 이렇게 신도, 시도, 모도 등 3개의 섬이 병풍처럼 둘러 싸여 있는 곳에 장봉도가 있다.

장봉도로 가는 길

1. 승용차
서울→영종대교→화물터미널 이정표→삼목교차로 우회전→삼목항
- 오전 7시10분 첫배. 장봉도 막배 6시. 1시간 간격 운행. 40분 소요
- 승용차 승선료 왕복 1만5000원(운전자 무료)
- 개인 승선 요금은 2300원(월미도에서 승선시 1200원)
2. 민박(농원 농촌체험. 4인 가족 기준 5만원)
3. 문의: 용주해운:032-762-8880~2(월미도) 세종해운:032-884-4155~6(삼목항)
삼목항에서 장봉도 선착장까지는 40분이 걸린다. 선착장에 내리니 인어상이 우리를 마중 나와 있다. 이 인어상에는 전설이 내려져 온다. 한 어부가 고기잡이를 하다가 고기 대신 인어를 낚았는데 그 인어를 살려 주었다고 한다. 죽음을 면한 인어는 은혜에 보답하고자 고기가 많이 잡히게 해주었다고 한다.

그런 전설의 섬 장봉도 산착장에서 우리는 차를 타고 구불구불 산모퉁이를 돌아간다. 산림이 아름답게 우거진 산길을 덜커덩 거리며 가면서 툭 트린 바다를 내려다 보는 맛이 일품이다. 장봉도는 구릉성 산지가 동서로 뻗어 있으며 섬의 뼈대를 이루는 봉우리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안선 길이가 22.5㎞인 이 섬 자락을 뜨개질처럼 엮고 있는 것은 논과 밭의 평야지대로 아주 목가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처럼 장봉도는 반농반어촌이면서 산촌의 정서도 지니고 있다.

괭이갈매기 서식처이자 옹진군의 유일한 팜스테이 섬

장봉도에는 천연기념물 제360호 노랑부리백로와 제361호 괭이 갈매기의 서식지가 있다. 섬사람들은 주로 김 양식과 함께 백합, 동죽, 바지락과 새우 등을 잡아서 팔거나 논밭 농사 포도 농사를 짓는다. 특히 포도는 이 섬의 특산품 중 하나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가족과 함께 호미로 갯벌을 파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파도 작은 게만이 기어 나올 뿐 조개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우리 가족은 마을에서 조개를 파는 일명 ‘조개 할머니’를 찾아갔다. 할머니께서는 지금은 조개철이 아니라고 했다. 조개는 7, 8월에 산란기인데 이 기간에는 잘 잡히지 않는단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 셈이다. 보통 바닷가에서는 석화, 키조개, 가리비, 대합 등 씨알 굵은 조개들이 많이 나온단다.

그러나 꿈은 이루어지는 법. 할머니는 어렵게 잡아다가 애지중지 냉장고에 얼려 놓았던 조개 한 묶음을 내주셨다. 할머니는 돈을 받지 않았다. “우리 손주 녀석만 하다. 아가…. 맛있게 먹어~”하면서 아들 녀석 머리를 쓰다듬는다.

▲ 어촌이면서 농촌이기도 한 장봉도 들판 풍경
ⓒ 박상건
장봉도는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여태 섬 인심이 그대로 되살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옹진군에서 유일하게 팜스테이 마을로 지정됐다. 고구마와 감자 캐기, 옥수수 따기, 봉숭아 꽃물들이기, 메뚜기 잡기, 포도와 참외 따기 등 농촌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갯벌체험 등이 있어 청소년과 가족 여행에 적격이다.

농촌 체험과 고기잡기 그리고 서해 낙조 감상

▲ 섬사람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장봉도 마을버스가 장봉분교를 지나고 있다
ⓒ 박상건
할머니 댁에서 나오니 분교 앞을 지나는 섬마을 버스가 왔다. < TV문학관 >에서나 봄직한 아름다운 정취였다. 이 작은 섬마을 버스는 적막한 분교를 지나 섬마을 동구 밖을 다 거쳐서 종점 선착장에 이르는 코스로 운행된다. 이 버스를 타고 장봉1리에 있는 옹암해수욕장으로 갔다. 경사가 완만하고 바다가 깊지 않아 가족 단위 휴식처로 알맞은 해수욕장이었다.

그곳에는 그물을 끄는 가족들도 많았다. 이따금 바닷가재와 새우, 망둥어가 잡히고 숭어도 그물코에 걸리기도 했다. 뻘밭 촉감이 좋은 탓에 아이들은 아예 뻘밭에 몸을 내동이치며 썰매 타기를 했다. 그 뻘밭 사이로 난 수로를 타고 멀리 고깃배에서 고기를 옮기는 마을 아낙들, 엉덩이를 흔들고 콧노래를 부르며 해변가로 걸어 나오는 그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해안가에 병풍처럼 서 있는 노송은 참 아늑하고 고요했다. 이 소나무 숲에 노랑부리 백로가 서식한다. 옹암해수욕장에서 고개 하나를 넘으면 한들 해수욕장.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해수욕장이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장봉3리에 있는 진촌해수욕장은 낙조와 석양으로 이름난 곳이다. 우리 가족은 섬 기슭에 텐트를 쳤다. 움푹 들어간 바위 모서리 사이에 야영장을 꾸리고 아내는 라면을 끓이고, 나와 아들은 갯펄로 나갔다. 앞바다의 무인도 섬에서 은빛 물결이 찬란하더니 이내 노을로 채색됐다. 그렇게 해가 지면서 아쉬운 하루가 갔다.

고유어로 섬 이름을 짓는 장봉도의 작은 섬들

▲ 장봉도 특산물 가운데 하나인 상합 조개(동죽)
ⓒ 박상건
서둘러 나오는 길에도 장봉도의 특산물 가운데 하나인 동죽 조개는 꼭 먹고 싶었다. 배가 도착하기 전 포구 주위를 돌아다니다가 마침 어제 캐온 것이 있다는 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덤으로 다른 조개도 얻어을 수 있었다. 아주머니는 바로 앞 무인도인 '멀굿'에서 이 조개를 캤다고 했다. 아낙네들은 썰물에 그곳까지 걸어가 조개와 해초를 캐오는 것이다.

이름도 아름다운 ‘멀굿’. 장봉도는 망토섬, 감투산, 날가지, 뒷장술, 독바위, 거무지, 아기노골, 아구노골, 똥골, 뱀메기, 뿌리 등등 유난히 순우리말을 지명으로 많이 삼는다. 또다시 갈매기와 동행하며 삼목항으로 돌아갔다. "붕~부우웅~"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지는 저편 수평선에는 아직 지지 않은 노을이 출렁출렁 마지막 풀무질을 하고 있었다.

[미니상식] 바다 조개의 슬픈 이야기

백사장에서 추억의 징표로 줍곤 하던 조개 껍데기. 그런데 이 조개껍질에도 적자생존의 자연의 섭리가 스며 있다. 조가비에는 구멍이 나 있는데 생물학 전문 용어로 ‘천공(穿孔)’이라고 부른다. 이 구멍은 조개가 다른 고둥에게 잡아 먹힌 흔적이다.

고둥은 바다를 걷는 달팽이다. 고둥이나 골뱅이 등은 껍데기가 살과 함께 감겨 있다. 이동하는 힘이 약한 대신 물에 떠있는 플랑크톤을 아가미로 걸러 먹는다. 입에 작은 이빨 모양의 ‘치설(齒舌)’이라는 게 있어 바위에 나붙은 해초류를 갉아 먹기도 한다. 일부는 다른 조개를 잡아먹기도 한다.

껍질을 구멍 내며 서서히 살을 파먹기도 하지만 구슬우렁이 같은 경우는 구멍에 독액을 집어 넣어 힘을 잃은 다른 조개가 껍데기를 열면 살을 뜯어 먹는다. 그렇게 먹히고 자신의 이름을 껍데기로 남긴 조개는 조류에 밀리고 파도에 씻기면서 험난한 바다 생활을 접은 채 바닷가 백사장에 최후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조개는 저마다 갖가지 색깔을 뽐내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오랜 시간 바닷물에 씻기고 햇볕에 도화지처럼 하얗게 색이 바랜 채로 모래밭 하얀 꽃으로 피어 있는 것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인, 언론학박사,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특별추진위원장,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학회장, 국립등대박물관 운영위원을 지냈다. (사)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저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예비언론인을 위한 미디어글쓰기> 등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