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SBS 드라마 <패션70s>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게시판에 하루도 빼먹지 않고 댓글을 남기는 열혈 시청자까지 만들어내면서 20대 중반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다.

이 드라마의 매력,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나는 남자 주인공에게서 그 해답을 찾았다. 남자 주인공들이 여성 시청자에게 크게 어필한다고 본다. 주진모가 연기하는 '김동명'이라는 캐릭터와 천정명이 연기하는 '장빈'이라는 캐릭터는 매우 매력적이다.

프로이드의 이론에 의하면, 딸과 아버지, 엄마와 아들 사이에는 높은 친화력, 일종의 끌림이 있다고 하는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그것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지배를 뱓는 여자들은 모성애를 자극하는 남자에게 끌리게 되고, 엘렉트라의 성향을 가진 여자들은 아버지처럼 뭐든 다 알고 완벽하고 포용력이 있는 강한 남자에게 끌리게 된다.

'빈'은 모성애를 자극하는 캐릭터다. 어렸을 때 엄마로부터 한 번 버림 받은 적 있는 빈은 어머니가 옆에 있지만 언제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그런 인물이다. 빈의 어머니는 아들까지 버리면서 자기 성공에 목말라 하는 그런 어머니다. 빈은 밀수를 하는 위험천만한 일을 하거나 술집으로 돌아다니면서 점점 자신의 인생을 시궁창으로 밀어 넣고,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않고 "여사"로 부른다. 이 모두는 어머니에 대한 반항이고 이는 또한 어머니다운 어머니, 자신보다 아들을 더 사랑하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어머니에 대한 강한 결여감을 느끼는 빈은 그래서 그의 건강을 염려해 주며 잔소리를 늘어 놓는 여주인공 '더미'(이요원 분)에게서 어머니의 이미지를 발견하고 쉽게 사랑에 빠진다. 빈은 더미를 '안기고 싶은 여자'라고 했다. 모성애적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다. 아들이 어머니에게서 요구하는 것들인 따뜻함, 이해, 안전함 등.

더미에게서 모성애적 사랑을 갈구하는 인물, 빈은 여성 시청자들의 모성애를 자극하기에 충분하고, 이 점이 <패션 70s>이 갖고 있는 에너지다.

그렇다면 '김동명'(주진모 분)은 안기고 싶은 남자다. 굵으면서도 깊은 음색을 가진 주진모는 이 역할에 꼭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의 목소리는 안정감을 갖고 있고, 신뢰할 수 있고, 거기다 따뜻한 느낌까지 덤으로 갖고 있다. 존경, 따뜻한 보호 이런 건 보통 아버지들이 갖고 있는 느낌이다.

여자들은 이런 남자에게도 끌리게 된다. 그의 넓고 따뜻한 가슴은 어떤 위험으로부터도 지켜줄 것 같고, 그는 뭐든 알 것 같고, 그는 신뢰할 수 있는 남자다. 한마디로 강하고 완벽한 남자, 김동명에게 빠지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딸이 아버지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더미는 동명에게 자기를 섬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서울에 데려가 달라고, 미칠 것 같은 파도소리로부터 구해 달라고 떼를 쓴다. 아버지에게 인형을 사달라고 조르는 딸처럼 처음 만난 남자에게 떼를 썼다. 이는 동명에게서 부성애적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동명이 아버지처럼 넉넉하게 다 포용해 줄 것 같기에 이렇게 무작정 떼를 쓸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더미는 모성애를 자극하는 빈보다 부성애적 느낌의 동명을 선택한다. 즉 안기고 싶은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이는 더미에게서는 당연한 일이다. 진짜 어머니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머니와 함께 살아온 더미는 아버지의 부재를 강하게 느꼈을 테고, 당연 아버지 같은 남자에게 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