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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장점을 배우면서 좋은 친구가 되자.' <오마이뉴스>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열린 '2006 한국·일본 시민 친구만들기' 행사의 일환으로 일본에 장기 거주하고 있는 분들이 관찰한 일본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 도쿄 긴자의 2006년 세모 표정
ⓒ 이병선
최근 들어 도쿄의 번화가에 있는 저렴한 음식점이나 술집이라도 갈 것 같으면 귀에 다소 익숙치 않은 일본어가 들려오곤 한다.

그 순간 유심히 명찰을 볼 것 같으면 일본인과는 다른 이름의 중국인(가끔은 한국인)일 경우가 적지 않다. 굳이 3D업종이라 칠 것까지도 없지만, 외모적 구분도 그리 크지 않고 비교적 외국인이 맡기 쉬운 일이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러한 현상은 1990년대 말만 해도 그리 쉽게 눈에 띄지 않았던 모습인 듯하다. 어느 순간부터 급증해 버린 중국인들의 모습에 왠지 나도 모르게 '위화감'이 들곤 했다.

그래서 몇 군데에 실린 자료를 찾다 보니 아니다 다를까 중국인 유학생수가 1999년경부터 급격히 증가하여 2005년 기준에서는 전체 유학생의 63%를 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꿔 말하자면 일본내 외국인 유학생 3명 중 2명은 중국인이라는 말이다(참고로 전체 유학생은 약 12만명이며, 그 중 한국인은 1만 6천여명으로 14% 정도).

유학생 수용 10만명 계획

@BRI@1983년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나카소네 수상이 내건 야심찬 공약에 당시의 프랑스를 목표로 해서 2000년대 초두까지 단년도 기준으로 10만명 이상을 외국 유학생을 받아들이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당시 일본에서 외국으로 나가던 유학생이 2만명 정도였던 것에 반해 일본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유학생수가 그 절반 수준이었으니,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였고 거기에는 국가적 자존심의 발양이라고 하는 성격도 그 뒤에 숨어 있었던 듯싶다.

국제적 상호 교육 및 이해 고취 등을 목적으로 한 이 계획 하에 1983년 당시 1만명 수준이었던 일본으로의 유학생 수는 1989년 3만명, 1993년 목표수치의 절반인 5만명에 이르나 그 후로는 좀처럼 늘지 않다가 1990년대 말까지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한다(단, 여기에는 소위 말하는 단순 어학유학생, 즉 랭귀지 코스생에 발급되는 취학비자생(약1만~3만6천)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랬던 유학생수가 1999년 이후에는 유학비자 심사 완화조치(주로 중국인에 대한)의 영향 등에 힘입은 탓인지 매년 1만 5천명 정도(매년 20% 가까이 증가)의 성장세를 보이며 드디어 2003년에 10만명을 돌파하게 된다. 공약을 내건 지 20년만의 달성이었고, 애당초 계획한 시기대로 2000년대 초두에 이룩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오래 전 일이라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졌는지 경축하는 듯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 가지 이유로는 동서냉전의 시대가 끝났다는 점, 80년대에만 해도 쭉쭉 성장하던 일본 경제가 거픔경제가 꺼지고 1990년대 엄청난 불황을 맞이하리라고는 주창자였던 나카소네 전 수상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뒤로도 착실한 증가세 속에 2004년에는 유학생수가 12만명을 넘게 되는데, 어찌된 일인지 작년 2005년에는 96, 97년에 1천명 수준의 감소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3.2%, 약 4천명)를 나타내며 다시 11만명대로 줄어들었다.

'유학수지' 흑자?

▲ 한국에 유학중인 중국 학생들이 중국기를 펼쳐보이고 있다.(자료사진)
ⓒ 김용한

혹자는 일본의 만성적 출입국자수 불균형에 대해 비꼬아서 말하곤 한다. 일본인들의 극심한 해외여행 선호도에, 일본 당국이 여러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관광비자 등의 발급 기준을 높게 설정하고 있는 점을 일컫는 것이다(참고로 2005년의 경우, 일본인 출국자수가 1700만명, 외국인 신규입국자수가 610만명이다. 이 중 한국인은 160만명으로 가장 많다). 요컨대 '관광수지'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적자인 셈이다.

그런데, 유학생 시장을 봐 보면 2004년 한 해 해외로 나간 일본인 유학생수는 약 8만명이다. 그 해 일본으로 들어온 외국인 유학생수가 약 9만 5천명(취학생 포함시 11만명)이고 보면, 약 3만명 정도 '흑자'인 셈이다. 그러나, '포트폴리오'적 시점에서 보자면 그리 '긍정적'인 수치만은 아니다.

왜 그런가 하면 국가별 점유율을 등을 살펴볼 경우, 일본으로 들어오는 유학생의 70% 가까이가 중국, 13%가 한국이 차지하는 것에 대해, 일본에서 나가는 유학생의 60%가 미국, 20%는 중국을 향하고 있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미국과 중국으로 빠져 나간 일본 젊은이들의 공백을 중국인과 한국인이 메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 1990년대, 유학생수는 줄곧 4~5만명 수준을 맴돌았다. 경제불황 속에 구미 각국에 있어 자본의 투자시장으로서 일본의 매력이 감소했던 것과 동시에 인간의 투자시장으로서의 위치 또한 흔들렸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구미로부터의 일본 유학생수는 매년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이고, 2005년 현재 전체 유학생의 4%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에 반대로 중국을 필두로 하는 아시아권 국가들로부터의 유학생수는 약 93%에 육박한다. 이러한 아시아권 유학생(대다수가 사비유학생)들은 '헝그리 정신'에 입각하여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지 않을 수 없고, 도시부 교육기관으로의 유학이 압도적 높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도쿄, 오사카, 나고야권 80%).

글로벌리즘과 인간의 국제의 이동

최근 들어 국가간 무역 및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FTA(자유무역협정), EPA(경제연대협정)이 성행하고 있다. 유형의 물건, 무형의 서비스 등에 대해 국간간의 장벽을 없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때 인간의 국제적 이동은 어떻게 되는가?

작년부터 겨우 한국인의 일본 입국사증 면제조치가 시행되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국가간의 이동시 개인의 국적을 증명하는 여권은 여전히 필요로 되어진다. 즉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이라고 하는 국적 마크가 없는 한 '국제난민'의 처지가 될는지도 모른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는 국가이다. 이 말은 인간의 일본외의 국가로부터 글로벌한 이동의 담당부처가 이민국이 아닌 출입국관리국, 즉 외국인과 내국인을 분리하여 '관리'하고 있는 태세를 취하고 있다는 말이다. 취업, 유학, 일본인 배우자와의 혼인 등 몇몇 사유가 아닌 한 일본에 '정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학, 어느 한 개인이 머물면서 배운다고 하는(영어로는 그것도 바다를 건너) 행위가 국가간에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미국으로 움직인 약 5만명 대신에 중국인 7만 5천명이 일본을 찾고, 중국으로 움직인 약 1만 6천명의 일본인의 수만큼 한국인들이 일본으로 향하게 하는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1983년에 원대하게 제시한 유학생 수용 10만명 계획이라고 하는 목표에 한 국가가 2/3를 점할 것이라고 하는 기형적 구조를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 또한 전체 유학생 중 중국인의 비율이 60%를 넘는 바로 남의 말을 할 입장은 못 되지만….

국가내에서 농어촌의 사람들의 도시부 이동을 인위적으로 막지 못하는 듯, 자격을 갖춘 외국인의 유학에 대해 제동을 걸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영국과 같이 하나의 산업으로서 육성하는 나라가 존재하는 것처럼 유학에 의한 사람의 이동이라고 하는 것은 다양한 속성을 지닌다. 결과만을 놓고 논하는 다문화주의니 공생이니 하는 미사어구만이 아닌, 국가간의 사람의 이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필자 구명회씨는 현재 도쿄에 소재한 국립 히도쓰바시(一橋)대학 대학원 언어사회연구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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