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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한미FTA 무효 범국민대회'에서 한미FTA 저지 범국본 대표들이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이 밝게 웃고 있는 '죽음의 동맹' 사진을 해머로 부수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006년 1년 동안 나는 '지식기반경제'와 '신성장동력 창출'이라는 화두로 연구작업을 진행해왔으며, 그 결과 2006년 11월에 한국사회의 새로운 성장패러다임과 복지모형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제시하였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이는 완전히 헛수고였다.

한미FTA 협정은 대한민국 공공정책 자주권의 사망선고를 의미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가치는 '세계화와 개방'이라는 이름에 모아질 것이며, 이러한 가치는 현실적으로 미국투자자와 투기꾼들의 독점적 이윤 보장의 형태로 실현될 것이다.

향후 각종 제도개혁과 정책방향이 이러한 가치에 의해 결정될 것인데, '보편적 복지'니 '사람 중심 성장'이니 하는 단어가 무슨 소용인가? 2006년은 나에게 완전한 허송세월이었다. 아니, 참여정부를 지지하고 기대를 가진 지난 몇 년간이 나에게는 암흑기였다.

한미FTA는 사회경제 쿠데타

한미FTA 협상 타결은 사회경제 쿠테타이다. 국민에게 어떠한 위임도 받지 않고 경제헌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헌법개정의 내용은 국민의 사회경제 기본권 박탈이다.

이 쿠테타의 주도세력은 천박한 역사인식을 가진 껍데기 진보와 사대주의적 통상관료이며, 지원세력은 한나라당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수구기득권세력이다. 이로써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던 수구세력과의 대연정은 이루어졌다.

쿠테타의 동기와 추진력은 모두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나왔다. 자신의 임기 동안에 뭔가 한 건 이루려는 정치적 야심, '한국이 개방해서 실패한 일이 없다'는 천박한 역사인식,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역사적 결단' 운운하는 초인적인 자기최면능력, 무대포적 승부사 기질이 모두 쿠테타를 이끈 기반이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인적 캐릭터야 뭐라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잘못된 역사인식에 대하여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 '노빠'들이 이를 성경처럼 떠받들며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잘못된 개방으로 실패한 가장 대표적인 나라이다.

지금의 세계화 흐름은 19세기말의 세계화 흐름에 이은 제2의 세계화흐름이다. 세계화는 일국의 정부가 금지하고 가속화하고 약화시킬 수 있는 흐름이 아니다. 개방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자 발전전략의 하나이다. 문제는 주체적이고 전략적 개방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화흐름의 저변에 깔린 사회경제적 구조변화의 욕구를 읽어야 한다.

지난 역사를 보자.

갑신정변, 뜻은 '애국'이었으나 결과는 '망국'

120년 전 개화와 개혁을 내세운 젊은이들이 일본을 등에 업고 삼일천하를 누렸다. 이들은 미국과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산업혁명과 세계화의 흐름을 목격하였고, 조선을 이 흐름 속에 넣어 새롭게 태어나게 하고자 갑신정변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주관적 의도에도 불구하고 갑신정변이 원인이 된 텐진조약은 10년 후 동학농민혁명 때 일본의 파병구실을 주었고, 이는 일제 식민지침탈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19세기의 세계화 흐름은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체제를 내적 동인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내적으로 산업혁명 주체세력을 형성하고 이 주체세력의 성장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당시 세계화시대의 올바른 개방전략이었다.

조선후기 상공업의 발전을 토대로 이미 산업혁명의 맹아가 형성되어 있었다. 상공업으로 부를 쌓은 중인이나 평민들이 양반계급을 무시하는 사회풍토는 이러한 하부구조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갑신정변 세력은 지주제를 그대로 인정함으로써 산업혁명의 주체세력을 형성하고 민중의 지지를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욕만 앞세운 젊은이들은 외세 의존적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했고, 그 결과는 주관적 애국이지만 객관적으로는 망국을 초래하였다.

산업사회가 지고 지식사회가 뜬다

▲ 7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한미FTA 무효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2의 세계화흐름은 지식혁명과 지식기반경제를 내적 동인으로 한다.

90년대 들어서서 일본은 유례없는 장기 침체를 겪고 있다. 일본의 침체는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빠른 시일 내의 경기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의 장기 침체와 일본모델을 뒤따르던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 국가의 외환위기는 산업사회의 종식을 의미한다. 산업사회의 종식은 갑작스럽게 닥친 것이 아니다.

서구선진국에서는 이미 80년부터 정보혁명과 지식혁명에 의한 산업사회의 종식과 지식기반경제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었다.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 그렇고, 경제학 분야에서 새롭게 등장한 '신성장론'이 그렇다. 이를 몰랐기에 갑작스럽게 느낄 뿐이다.

산업사회의 종식과 지식기반경제 도래의 예언을 믿은 선진국은 지식혁명으로 '창조적 파괴'의 길을 걸었고 이에 성공한 국가는 선진국 중 선진국이 되었다. 핀란드가 그렇고 미국이 그렇다.

80년대 미국을 집어삼킬 것 같은 기세를 보이던 일본은 90년에 들어 장기침체에 빠졌고, 80년대 경제암흑기를 거친 미국은 90년대에 들어 실리콘밸리 발(發) 경제부흥기를 맞이하였다. 90년대 미국과 일본의 운명 교차는 산업사회의 종식과 지식기반경제의 승리를 상징한다.

지식사회의 특성은 사람·창조·다양성·분배·기회균등

▲ 6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FTA 체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20년 전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는 세계화흐름의 본질을 읽고 이에 기반한 개방전략을 짜야 한다. 현재의 세계화흐름은 지식혁명을 요구한다. 이 흐름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는 길은 지식혁명으로 일본식 산업사회체제를 종식하고 지식기반경제로 빨리 전환하는 것이다.

지식혁명은 어느 한 분야의 제도개혁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창조적 파괴'를 의미한다. 지식혁명은 산업생산·토지·노동·자본의 전통적인 생산요소들을 정교하게 지식으로 대체해나가며 산업사회의 모든 원칙에 도전한다.

지식혁명의 주체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이다.

산업사회세력에게는 공장의 기계나 건물이 재산이고 근로자의 인건비가 비용이지만, 지식혁명의 주체세력에게는 반대로 기계나 건물이 비용이고 창조적 인간이야말로 무엇보다 큰 재산이 된다. 따라서,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가장 우선시한다.

산업사회세력은 시멘트와 하드웨어를 중요시하지만, 지식혁명세력은 지식·문화·소프트웨어를 중요시한다. 산업사회세력은 규모를 중요시하지만 지식혁명세력은 창조성·유연성·다양성을 중요시한다. 산업사회세력은 정글의 법칙에 의한 자유경쟁과 승자독식의 사회를 지향하지만, 지식혁명세력은 분배와 기회균등을 지향한다.

제2 세계화시대의 개방은 지식혁명의 주체세력의 성장속도에 맞추어 조절되어야 하며, 개방전략은 지식혁명의 주체세력 형성에 도움이 되는가 방해가 되는가를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노 대통령, 퇴임 후 농사지으면서 평생 후회하기를

노무현 대통령의 '외부충격론', 즉 미국자본에 의존한 자극과 충격으로 개혁을 이룬다는 구상은 120년전 일본에 의존한 개방개혁을 표방한 갑신정변 세력과 너무도 흡사하다. 갑신정변 주도세력은 산업혁명에 근거한 세계화흐름이라는 본질을 보지 못하였고, 봉건지주세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였다.

▲ 노무현 대통령의 '외부충격론', 즉 미국자본에 의존한 자극과 충격으로 개혁을 이룬다는 구상은 120년전 일본에 의존한 개방개혁을 표방한 갑신정변 세력과 너무도 흡사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금의 세계화 흐름은 지식혁명에 의한 산업사회 종식과 지식사회 건설이라는 내적 동인을 갖고 있지만, 한미FTA 주도세력과 지원세력은 주로 개발독재와 수출로 표현되는 낡은 산업사회세력이다. 봉건지주세력이 산업혁명을 이끌 수 없듯이 낡은 산업사회세력이 지식혁명을 이끌 수는 없다. 갑신정변 이후 조선의 운명을 보면, 한미FTA 이후 대한민국의 운명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역사인식이다.

한미FTA 협상 타결은 지식혁명에 대한 반혁명으로서 사회경제 쿠테타이다. 이는 산업사회와 지식사회의 기로에 서있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거꾸로 돌릴 것이다.

나는 요즈음 집에 가서 아이들 얼굴을 대하는 게 두렵고 부끄럽다. 자동차 몇 대 더 팔려고 아이들 식탁을 광우병과 유전자 조작 식품의 위험성에 무방비로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아이들에게 쾌적한 농촌 풍경을 보여줄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상위 10%에 들지 못하면 사람취급 못 받는다며 무한경쟁을 강요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 아이들에게 그런 세상을 물려줄 수 없다. 처절하게 싸워야 한다. 앞으로는 자기최면에 빠진 천박한 껍데기 진보에 대한 증오심을 숨기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에 가서 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고향에 가서 우리 농촌이 당신 고향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생생하게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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