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삼각모양으로 싸여진 쭝쯔.
ⓒ 박병순
오랜만의 화창한 날씨에 기분까지 덩달아 좋은 하루였습니다. 어제(19일) 오후, 아들 녀석이 낮잠을 곤히 자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바로 중국인 친구 란지에였습니다.

"아빙! 찐용 쑤이 지아오 마?" (아빙! 근영이 자?)
"스. 하이 메이 치라이." (응. 아직 일어나지 않았어.)
"찐용 치라이 더 스호우 짜이 니 찌아 왈.하 부하오?" (근영이 일어나면 놀러 가도 돼?)
"하오. 씨엔 라이." (좋아. 지금 와.)


란지에는 아들 쭌웨이를 데리고 집에 놀러 왔습니다. 란지에는 오늘(19일)이 바로 단오절이라며 손 가득 쭝쯔(粽子)를 가져왔습니다. 집에서 직접 만든 건 아니지만 맛 한번 보라고 가져 온 것이지요.

쭝쯔(粽子)는 대나무 잎이나 삼베 잎으로 싸서 찹쌀로 찐 음식입니다. 찹쌀과 함께 콩이나 밤 대추 등 여러 가지 재료를 함께 넣고 찌기도 하지요. 직접 먹어본 맛은 한국의 약식과도 조금 비슷하였습니다.

이렇게 주려고 가져온 란지에의 성의가 고마워 그 자리에서 쭝쯔 하나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금세 일어난 아들 근영이도 잘 먹더라고요. 이것저것 너무 잘 챙겨주어서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하였습니다.

▲ 찹쌀과 콩으로 된 쭝쯔.
ⓒ 박병순
중국에서 살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어서 알게 된 한국인 은화 언니 덕분에 처음으로 중국인 친구들이 생겼었습니다. 바로 란지에였지요. 종종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나거나 서로 집에서 함께 놀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란지에와의 대화는 전부 다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중간 중간 은화 언니가 통역의 역할도 대신해 주었지요. 워낙 인간성이 좋은 란지에 덕분에 더 많은 중국인 친구들도 알게 되어 중국어 실력도 조금씩 늘기 시작했었지요.

그러나 얼마 전 은화 언니네가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은화 언니 없이 란지에와 다른 중국인 친구들을 만날 때는 솔직히 긴장이 되었습니다. 처음보다 중국어가 많이 들긴 하였지만 아직 자신감이 부족하였지요.

이런 마음을 란지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였더니 괜찮다며 더 자주 만나고 더 많이 이야기하면 된다고 편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 이후 아침, 저녁으로 밖에 나와 이야기도 하였고 가끔은 함께 아침도 먹으러 다녀 요즘 더 많이 친해졌습니다.

늘 먼저 전화하고, 먼저 챙겨주는 고마운 란지에 때문에 이렇게 단옷날 쭝쯔도 먹게 되고 중국에서의 생활이 더욱더 즐거워졌습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