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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는 영어로 모스키토(Mosquito)다. 모기와 함께 대표적인 해충으로 쌍벽을 이루는 파리 역시 플라이(fly)라고 하여 우리 발음과 매우 유사하다. 발음만 유사한 것이 아니라 그놈들에게 당한 피해 또한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특히 모기에 의한 피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첫 아이를 낳은 다음 모기는 정말이지 철천지원수 같았다. 우산처럼 접고 펴는 작은 모기장 안에 재워도 어느 틈에 침입하여 아기를 물어 울리고야 만다. 그렇다고 아기가 있는 방에 모기약을 뿌릴 수도 없지 않은가.

어두운 가운데 아주 작은 사이렌 소리 같은 것이 접근하면 그만 소름이 쫙 끼칠 지경이다. 불을 켜고 잡으려 하면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아 신경이 있는 대로 곤두선다. 다음 날 아침에 아기가 물린 곳을 보면 다시 한 번 열이 받는다.

게다가 잠까지 설치게 만들어 업무까지 영향을 끼치는 모기는 참으로 백해무익한 해충이다. 오죽했으면 2차 대전 당시 영국이 '모스키토'라는 소형 폭격기를 개발하여 독일에게 대항하였을까 싶다.

아무튼 모기에 대한 기억은 누구에게든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군대생활 경험자들은 차마 말하기조차 끔찍한 기억을 공유할 것으로 본다. 여름이 되어 나가는 외곽 근무는 모기와의 전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대 모기는 일반 모기와 종류도 다른 데다 자기들끼리 훈련을 받기라도 했는지 아주 독하고 모질었다. 전투복은 물론, 군화까지 뚫는다는 놈들이다. 그런 놈들에게 물리면 벌에게 쏘인 것처럼 퉁퉁 붓는 것은 예사다. 잘못 긁어 곪기라도 하는 날에는 큰 곤욕을 치르기 십상이다.

내무반이라고 해도 모기에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모기향 몇 개 피워봤자 이놈의 모기들이 방독면이라도 착용했는지 전혀 효과가 없다. 오히려 사람만 답답할 지경이다. 하늘같은 고참들이 물리는 날에는 불침번이 깨지기 일쑤여서 졸병들에게 모기는 드라큘라 백작 이상으로 무서운 존재였다. 지금은 내무반에 에어컨도 설치된 세상이라지만 선풍기조차 변변히 없던 그 시절에 모기는 최악의 적이었다.

기왕 군대 이야기가 나왔으니 '얼차려'도 꺼내야겠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20년 전 군대에서 쥐어터지고 기합 받고 뺑뺑이 도는 것 빼면 뭐가 남겠는가? 군대 이야기를 하면서 축구와 더불어 갖은 고생담을 뺀다면 로마에 가서 콜로세움을 구경하지 않은 것이나 진배가 없을 것이다.

때리거나 굴리지 않으면서 가만히 세워 놓고도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겨울에는 홀딱 벗겨 세워 놓는 '빰바라'가 아주 제 맛이다. 혹한에 노출되어 빠르게 얼어들어가는 피부에 가차 없이 뿌려지는 물방울의 감촉을 어디에다 비길 것인가? '빰빠라'를 통해 한겨울 대관령의 덕장에 널려진 명태의 고통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여름의 대표적 메뉴는 명칭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모기회식'이다. 홀딱 벗겨 세워 놓는 것은 '빰빠라'와 같은데, 떼로 덤벼드는 모기에게 피를 빨리는 고통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군화도 예사로 뚫는다는 놈들이 한꺼번에 수십 마리나 덤벼들어 피를 빨아보라. 달군 바늘로 쑤시는 것 같은 입질이 온 다음 빨대를 꽂기라도 한 것처럼 쭉쭉 빨아대는 느낌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친다.

그러나 진정한 고통은 피를 빨린 다음이었다. 놈들에게 물린 곳은 간지럽다 못해 마비될 것처럼 쓰라렸다. 당장이라도 긁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은데, 꼼지락거리기라도 했다가는 등짝에 몽둥이가 떨어졌다. 할 수 없이 긁지 못하고 견디다보면 정말이지 그만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차라리 몇 대 얻어맞고 뺑뺑이 도는 것이 백번 나았다.

'모기회식'이 끝난 다음에는 물파스를 발라야 했다. 모기가 무는 부위를 가릴 리가 만무했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을 물려 퉁퉁 부은 사례가 드물지 않게 발생했다. 평소 사이즈보다 훨씬 커진 고추를 보면 그 와중에도 웃음이 났다. 그곳은 물파스를 바를 수도 없었기 때문에 가라앉을 때까지 어기적거려야 했다. 나도 그곳을 물렸다가 팔자에도 없는 변강쇠가 되어 겪었던 고통이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그것을 응용하여 돈을 벌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요즘 '고추확대수술'이 아주 인기라고 하는데, 발상을 전환하여 틈새시장을 개척하자는 것이다. 많은 돈을 들여 수술할 필요 없이 군대모기를 붙잡아다 원하는 부위에 한방만 놔주면 된다.

우선 비용이 아주 저렴한 데다 칼을 댈 필요가 없어 수술의 위험 부담에서 해방되며, 100% 자연요법이라 웰빙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판단되지만 이쯤에서 그치도록 하겠다.

이제 내 나이 사십 대 중반에 걸렸다. 절절 피가 끓고 불도저처럼 체력이 넘쳤던 청년 시절이 너무나 그립다. 그 시절 그토록 나를 괴롭혔던 모기까지 그리울 지경이다.

덧붙이는 글 | <여름의 불청객 '모기'를 말한다'> 응모글입니다


태그:#군대, #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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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권 출판을 목표로 하는 재야사학자 겸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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