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30도 내외이고 비도 내려서 견딜만한 더위다. 저녁녘은 선선하기까지하여서 마루에서 가족들이 둘러앉아 수박이라도 깨먹으면 아직 더우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더위와 공포영화가 어째서 상관관계가 있는지 분명한 과학적 근거는 모르겠지만, 어쨋거나 여름이 되면, 공포영화가 많이 개봉되고 올해는 개봉한, 또는 개봉할 공포영화가 그 어느 해보다 많은 것 같다.

지난 6월초순의 <전설의 고향>을 필두로 국내외의 공포영화들이 계속 개봉되었고, 지금 극장에는 <검은집>, <4,4,4>를 비롯하여 몇 편이 걸려있다. 그리고, 올 주말부터는 국내외의 공포영화들 십여편이 속속 개봉될 예정이다.

그러면, 올 여름 공포영화의 핵심 소재는 무엇일까? 영화들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을까? 그건 '메디칼(의학)'이다. 십여편 중 무려 네 편이 의학과 관련되는 소재를 취급하고 있다.

먼저 지난 6월 20일 개봉해 한국공포영화사상 최고로 상영관 수 353개를 확보하고 흥행에 성공한 <검은집>이 있다. 이 영화는 최근에 화제가 되기도 했던 범죄심리학 용어 '사이코패스'를 영화와 마케팅의 컨셉으로 설정하고 있다.

개인의 이기적인 욕망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하는 삐뚤어진 인간형 '사이코패스'를 토대로 하여, 보험사건의 미스테리를 중심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대종상 "밥상"의 주인공 황정민 주연이며, 현재 개봉중으로 <트랜스포머> 개봉전까지 박스오피스 1위였다.

그리고, 한지민 주연의 <해부학교실>이 7월 1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해부용시체를 뜻하는 '카데바'를 컨셉으로 하고 있다. 줄거리는 해부학 실습을 하는 의대생들이 어느 여자의 시체를 해부하고는 해부했던 순서대로 잔인한 죽음을 맞는다는 것이다. 공포의 포인트는 죽는 의대생들도 산채로 '카데바'가 된다는 것이다.

▲ <해부학 교실>의 한 장면
ⓒ 청어람
<하얀거탑>으로 장안에 메디칼드라마 붐을 일으켰던 김명민이 주연한 <리턴> 또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리턴>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바는 '수술중각성'을 겪은 주인공이 그 때의 공포와 고통을 타인들에게 되돌린다는 의미이다.

'수술중각성'이란 의학용어로, 수술중에 마취가 풀려서 각성이 된 상태로 수술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육체는 마비된 채로 메스와 바늘 등 각종 수술용 도구의 고통을 겪은 사람의 정신상태는 어떻게 될까? 영화의 컨셉은 그렇게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7월 17일 개봉예정인 태국영화 <샴>이 '메디칼 컨셉'을 가진 올 여름의 공포영화다. "샴"은 태국어 '시암'으로 우리가 흔히 쓰는 '샴(시암)쌍둥이'를 지칭한다.

75년에 태어난 여아 샴쌍둥이가 15살이 되는 90년에 분리수술을 한다. 그리고 둘 중 하나는 살고 하나는 죽는다. 그런데, 성인이 된 그녀에게 죽은 동생의 환영이 계속 출몰한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분리수술'의 이유는 삼각관계를 둘러싼 것 같다. 하지만, 사실 그 뒤에는 가공할 미스테리가 숨어있다.

올 여름 유난히 "메디칼컨셉"을 따르는 공포영화가 많은 이유는 뭘까? 영화는 사회의 현실과 사실을 일정 정도 반영하는 거울이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우리주위에서 의학이 대중화되고, 거기에 비례해서 수술(수술중각성, 샴)이나 보험관련 사건사고(검은집) 등이 빈발하는 탓인 것 같다.

거기에 더해 의료현장의 사실(해부학교실)과 정보들이 일반인에게도 많이 알려지고, 의료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지며, 의료계의 잡음이 사회문제화되어 제기되는 현실도 무시 못 할 것 같다.
2007-07-07 09:03 ⓒ 2007 OhmyNews
의료사고 공포영화 수술중각성 카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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