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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탄 섬은 싱가포르 코앞에 있는 인도네시아의 섬으로서 싱가포르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지만, 음식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의 음식과 다를 바가 없다. 더운 날씨로 인해 음식의 부패를 막기 위한 튀김과 볶음 요리가 많은 인도네시아 음식의 특징을 빈탄에서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

▲ 로터스 카페. 2개 층 높이의 높은 천장을 가진 식당이다.
ⓒ 노시경
빈탄 섬에서 내 가족이 머무른 숙소에는 로터스 카페가 있었다. 2개 층 높이의 천장을 가진 식당에서는 더위를 쫓는 팬이 이곳저곳에서 시원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에어컨을 켜지 않아 조금은 후덥지근하지만, 팬의 프로펠러가 더위를 어느 정도 막아주고, 거대한 팬이 열대의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 나시 고렝. 인도네시아의 대중적인 볶음밥이다.
ⓒ 노시경
내가 아는 인도네시아 음식이 몇 개 되지 않지만 다행히도 이 식당에서는 내가 아는 인도네시아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다. 나는 과거 인도네시아 여행 시에 가장 즐겨 먹던 나시 고렝(nasi goreng)을 우선 주문하였다.

인도네시아어로 '나시(Nasi)'는 밥을 뜻하고, '고랭(Goreng)'은 기름에 볶거나 튀기는 것을 뜻한다. 나시 고렝은 말 그대로 볶음밥이다. 이 나시 고렝 위에는 계란이 얹어져 있고, 아짜르(Acar)라고 불리는 채소 절임이 조그만 접시에 담겨 나왔다.

인도네시아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나시 고렝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 요리집에서 먹는 볶음밥과 기본적으로 비슷한 음식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특유의 해산물, 잘게 썬 닭고기, 어묵의 일종인 바소(Baso)를 각종 채소와 함께 여러 특유한 향신료로 버무리기 때문에 혀에서 녹는 맛은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편이다.

센 불 위에서 식용유, 버터, 붉은 마늘, 붉은 고추와 함께 금방 볶아내어 온 나시 고렝에서 특유의 향이 난다. 나는 별도의 작은 접시에 양념으로 담겨 나온 당근과 고추를 밥 위에 섞었다. 내가 먹고 있는 음식들은 대부분 평평한 접시에 담겨 나왔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국물이 많은 탕이 없고 대부분 음식이 마른 음식이기 때문이다. 주식인 밥의 양도 많고 반찬의 양도 많은 편이다.

나는 간간이 인도네시아식 고추장인 삼발(Sambal)이라고 하는 붉은 고추 소스를 찍어 먹으며 맛을 조절했다. 삼발은 생고추, 마늘, 토마토, 후춧가루 등을 으깬 소스로 요리에 넣어 맛을 돋운다. 인도네시아 음식에 거의 빠지지 않고 이용되는 향신료는 특유의 매콤한 맛을 내어 나의 입맛을 자극했다.

우리나라에서와 비슷한 음식 재료로 만든 볶음밥이지만 특유의 맛과 향이 입맛을 돋운다. 나는 인도네시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이 고추 소스가 나시 고렝과 참으로 잘 어울리는 소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 미 고렝. 라면처럼 생긴 쫄깃쫄깃한 면을 넣어서 볶은 볶음면
ⓒ 노시경
면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서는 미 고렝(Mi Goreng)을 주문하였다. '미(Mi)'가 면발을 뜻하므로 미 고렝은 바로 볶음면이다. 나시 고렝의 밥 대신에 라면처럼 생긴 쫄깃쫄깃한 면을 넣어서 볶은 미 고렝(Mi Goreng)은 인도네시에서 참으로 대중적인 음식이다.

인도네시아의 볶고 튀기는 조리법은 중국 상인들의 영향으로 인한 것이다. 인도네시아와 중국 상인들의 무역으로 인도네시아에는 중국의 음식 조리법이 전파되었고, 현재에도 인도네시아 음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는 과거에 에어컨도 있지 않은 허름한 식당에서 땀을 흘리며 먹던 미 고렝이 생각났다. 유독 미 고렝을 먹던 그 식당이 아직까지 내 머릿속에 강하게 기억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그 습하고 끈적끈적한 열대의 기운이 나를 꽤 괴롭혔었던 모양이다.

▲ 사떼. 닭고기로 만든 사떼 아얌과 염소고기로 만든 사떼 깜빙이 있다.
ⓒ 노시경
우리 가족은 3명. 그래서 한 가지 요리를 더 주문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꼬치 요리인 '사떼(Sate)'였다. 나는 닭고기로 만든 사떼 아얌(Sate Ayam)과 염소고기로 만든 사떼 깜빙(Sate Kambing)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떼 요리를 주문하였다.

우리나라의 꼬치는 대부분 돼지고기로 만든 것이 많지만, 인도네시아는 대부분의 국민이 이슬람교를 믿기 때문에 이슬람교에서 먹는 것을 금하는 돼지고기 사떼는 없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의 사떼는 닭고기와 염소고기를 이용하여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꼬치 8개가 조그만 숯불 화로 같은 그릇 위에 담겨서 나왔다. 내가 먹는 사떼는 지방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순 살코기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꼬치의 막대기는 우리나라 꼬치 요리의 1/2 정도 되지만, 꼬치 막대 위에 붙은 살코기가 아주 실하다. 숯불에 구우면서 꺼멓게 탄 부위를 발라낸 후, 입 속에 넣으니 질기지 않은 고기가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이 사떼를 볶음밥인 나시 고렝과 곁들여 먹으니 더 감칠맛이 난다. 나는 맛이 약간 달고 끈기가 있는 께짭 마니스(Kecap Manis)에 사떼를 찍어 먹었다.

사떼 옆에는 항상 론똥(Rontong)이 있다. 론 똥은 쌀을 가루 채로 바나나 잎에 감싸 넣은 후 쪄낸 일종의 찐 밥이다. 나는 먹기 좋도록 조각 낸, 마치 무를 조각낸 것 같은 동그란 모양의 론똥을 꼬치의 끝으로 찍어서 먹었다. 론똥만 먹으면 입맛이 심심하다. 덤덤한 간장 소스, 갈아 만든 땅콩 소스에 이 론똥을 찍어 먹었다. 역시 음식은 소스에 의해 더 감칠맛이 나는 법이다.

나는 오래간만에 고추와 카레의 사용이 두드러지는 노란 빛깔의 인도네시아 음식을 먹으면서, 인도네시아 특유의 강한 향신료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열대지방에 자리한 인도네시아는 고추와 카레 외에도 울창한 삼림으로부터 특유의 향신료를 만들어 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월계수, 계피, 박하, 겨자 등의 다양한 나무의 나무껍질과 뿌리, 잎, 열매가 모두 향신료로 이용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그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향신료의 근원지이다. 인도네시아의 향신료 거래를 위하여 힌두교와 남방불교로 무장한 인도 상인들이 인도네시아에 들어왔고, 근대에는 서구 열강들이 이 강렬한 향신료를 얻기 위해 각축전을 벌였던 곳이 인도네시아이다.

나는 빈탄에서 내가 아는 만큼의 음식을 주문해 먹었다. 조금 후회스러운 것은 음식에 대한 지식을 더 넓히지 못하고 계속 내가 아는 음식만 주문하여 먹었다는 점이다.

여행자가 먹고 있는 외국의 음식 속에는 그 나라의 자연환경과 역사가 담겨 있는 법이다. 역사 유적지가 아는 만큼 보이듯이, 음식도 음식에 대한 내력을 아는 만큼 더 맛있는 법이다.

덧붙이는 글 | * 이 여행기는 2006년 8월의 여행 기록입니다.

이 기사는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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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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