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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부터 시작해 2년 여 동안 인기리에 연재됐던 <김종배의 뉴스가이드>가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김종배의 뉴스가이드>를 애독해주셨던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김종배씨는 앞으로 <오마이뉴스> 칼럼니스트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갈 것입니다. <편집자주>
▲ 27일 오후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후보들이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학규, 유시민, 김두관, 천정배, 한명숙, 신기남, 정동영, 추미애, 이해찬 후보.
ⓒ 오마이뉴스 남소연

대통합 민주신당엔 유령이 산다. 한둘이 아니다. 22만3188명에 이른다고 한다. 일각에선 이 수치도 축소된 것이라고 한다. 몇 만 명의 '유령 선거인단'이 더 있다고 한다.

'유령의 집'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유령 선거인단'이 득시글대는 곳이니까 그렇다.

세 살 먹은 어린이도 안다. '유령의 집'은 어둡다. 형광등이 밝게 켜진 '유령의 집'은 없다. 민주신당도 어둡다. 어둡다 못해 깜깜하다.

깃발을 올렸지만 관심을 받지 못한다. 창당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국민 지지도가 바닥을 긴다. 목소리를 높이지만 증폭되지 않는다. 아홉 명에 달하는 예비후보가 저마다 미사여구를 늘어놓지만 감동을 주지 못한다. 모두 고만고만한 톤으로 비슷비슷한 목소리를 낼 뿐이다.

관심을 받지 못하면 바람을 일으킬 수 없다. 감동을 주지 못하면 자원을 기대할 수 없다. 동원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공연의 질이 떨어질수록 '삐끼'가 매상을 좌우하는 법이다.

확연하다. '대통합'이 불발에 그쳤다는 건 세상이 다 안다. '유령 선거인단' 때문에 '민주' 간판 내걸기도 겸연쩍게 됐다. 새로울 게 없다. 남은 건 그저 당의 형태뿐이다. 딱 그대로다. 집 골조만 간신히 서있을 뿐 곳곳에 곰팡이 슬고 거미줄 쳐지고 계단은 부서져 삐걱대는 '유령의 집' 그대로다.

민주신당, 죽도 밥도 아니다

신장개업도 하기 전에 '유령의 집'이 돼 버린 데에는 그만한 곡절이 있다. 품목을 정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색깔이라고 불러도 좋고 정체성이라 불러도 좋다.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새 간판을 달아야 했던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하지 못한다. 관심을 받지 못하고 바람이 불지 않는 까닭은 먼 데 있지 않다.

싸울 것이라면 음습한 곳에서 표를 까는 '더러운 게임'을 할 게 아니다. 광장에서 속을 모두 내놓고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그래야 죽인지 밥인지가 분명해진다.

남의 당 검증공방에 숟가락 하나 올린 전력도 있지 않은가? 당내 인사에 대한 검증은 필수다. 특정 예비후보의 변절행각이 문제라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당의 정체성을 세울 일이다.

당 내에 친노와 비노가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밝힐 일이다. 과거를 조명하지 않은 미래 비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 밖 인사에 눈길이 간다면 이 또한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자신이 따르는 게임 룰을 거부하는 당 밖 인사에게 부전승의 기회를 주자는 건 논리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대통령 후보 한번 돼 보겠다고 출마했으면서도 다른 후보를 기웃거리는 행태 또한 논리적으로 납득시킬 수 없다. 논리보다 더 고차원적인 이유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공학 이외의 다른 이유 말이다.

이치는 늘 간단한 데 있다. 민주신당의 문제는 이도 저도, 죽도 밥도 아니라는 데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마지막으로 '뉴스가이드'에 마침표를 찍으려 합니다. '뉴스가이드'를 이어갈 형편도, 처지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자회원방에 들어가 보니 도합 446번의 '뉴스가이드'를 썼더군요. 2년2개월 동안 쏟아낸 양이니까 그리 적다고는 할 수 없겠죠. 걱정이 됩니다. 질이 안 되니까 '떨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힐난이 뒤따를까 두렵습니다. 

그래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독자 여러분의 댓글을 보면서 제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부분, 잘못 생각했던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진심을 담아 말씀드립니다. 저에겐 아주 소중했던 배움의 과정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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