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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 일본에서 개봉된지 꼭 20년만에 한국에서 개봉하는 <왕립우주군> 포스터

얼마 전 거의 모든 매체에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이 선정되었다는 기사가 큼지막하게 실렸다. 바야흐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우주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이는 우주를 향한 인류의 끝없는 호기심과 열정. 그리고 도전 정신이 일궈낸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할만하다.


같은 시각. 떠들썩한 뉴스를 보며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다. 바로 <왕립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이하 '왕립우주군')이다. 작품 주제에서부터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애니메이션 제작사 '가이낙스'의 정신이 <왕립우주군>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너무 앞서간 탓인지 올해로 꼭 20년이 지난 <왕립우주군>의 시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작품이 기획되고 제작되기 시작했던 80년대 중반은 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절정기가 점차 끝나가고 차츰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기 때문.

 

가장 큰 이유는 버블 경제로 인한 무분별한 투자 때문이었고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장르가 애니메이션 시장을 서서히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 또 다른 이유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의 <아키라>와 건담의 캐릭터를 창조한 전설적인 인물 야스히코 요시카즈 감독의 <비너스 전기>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웅을 겨뤘지만 예상과는 달리 흥행에 참패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당시 사상 초유의 제작비(8억엔)를 들여 완성한 <왕립우주군> 역시 일본 내에서 참담할 정도의 흥행 스코어를 기록,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뼈저리게 절감해야 했다.


그렇다고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제작진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의 의복은 물론, 건물과 소품, 왕국에서 사용하는 문자나 숫자까지 모두 새로운 형태로 창작, 고스란히 작품에 반영했으며 여기에 기존 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사실주의가 더해지면서 국내외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줄거리와 난해함 때문에 흥행에는 참패했다. 허나 걸작은 하루아침에 주저앉지 않는 법. 작품성을 인정한 해외 마니아들의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일본 애니메이션 최고의 걸작이라는 극찬을 받았고 덕분에 일본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수입이 점차 늘어나면서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왕립우주군>의 또 다른 미덕은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가 곳곳에 베어 있다는 것이다. 제작 당시 애니메이션에 컴퓨터 그래픽을 도입한다는 것은 거의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래서 택한 것이 바로 아날로그적 제작방식에 의한 정교한 작화. 한장 한장 사람의 손을 거쳐 치밀하게 작품을 완성한 것이다.


그중 가장 빛나는 장면은 작품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우주선 발사 장면. 미 항공우주국 NASA의 자문을 받아 구현된 장면들은 <아폴로 13>이 상영되었을 때 인구에 회자되면서 다시 한번 탄성을 자아냈다. 이 모든 것을 순도 100% 제작진의 끈기와 노력으로 완성해 냈다.


영화 음악 역시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요소.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가 영화 음악을 담당, 섬세하면서도 장대한 힘을 느낄 수 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을 맡은 <마지막 황제>로 1988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을 수상한 인물. 뿐만 아니라 <마지막 사랑>으로 1991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 음악상을 수상했을 만큼 세계적인 거장이다.


그리고 제작사 가이낙스는 <왕립우주군>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업그레이드된 해상도와 6채널 돌비 디지털을 담은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을 발표했다. 오는 10월 국내에 개봉되는 버전이 바로 이 버전이다. 비록 2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왕립우주군>은 지금 봐도 상당한 수준의 작화와 사운드, 이야기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가이낙스?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로 일본 열도를 강타했던 애니메이션 제작사 가이낙스의 시작은 사실 보잘 것 없었다. 1981년 오사카 지역의 학생들이 주축으로 결성된 그룹이 아마추어 SF이벤트 '제20회 일본 SF대회 DAICON3'를 개최한다.


이 이벤트에서 화제가 된 것 중 백미는 바로 오프닝 애니메이션이었다. 5분 남짓한 오프닝 애니메이션은 이벤트를 위해 만들어진 자체 제작 작품으로서 당시 약간이나마 애니메이션 제작 지식을 가지고 있던 몇 명의 예술대학생을 중심으로 대회의 자원봉사자들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또한, 이 대회의 오리지널 상품으로 손수 만든 조립 키트와 티셔츠 등도 제작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몇몇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그들이 힘을 모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발표하는데, 그 작품이 바로 <왕립우주군>이다. 당시 24세였던 야마가 히로유키를 감독으로, 완구 메이커인 반다이의 애니메이션 사업의 첫 극장공개 작품으로서 제작된 것이다. 이 작품의 제작을 위해 1984년 12월 설립된 회사가 바로 가이낙스 프로덕션이다.


그리고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창시자 안노 히데아키는 <왕립우주군>에서 작화 감독과 원화, 스페셜 에픽트아티스트를 맡았는데, 특히 클라이막스의 압도적인 폭발 시퀀스를 이끌어내며 큰 화제가 되었다. 전투와 로켓발사 신은 물론 콘티와 작화까지 거의 혼자의 힘으로 완성해 냈기 때문. 이때 사용된 셀 분량은 3초 동안 250매에 달했을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다.


이뿐만 아니라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 항공우주국 NASA의 협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왕립우주군>의 세계는 오네아미스라는 가장의 행성을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우주선과 관련된 부분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철저한 고증 아래 이루어졌기 때문에 낯설거나 이질적이지 않다. 오히려 극영화보다 사실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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