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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내세운 경부운하 공약과 관련한 최근 토론회를 쟁점별로 발췌해 찬반 입장을 소개한 뒤 네티즌들로부터 관전평을 듣고 있습니다. 마침 17일 건교위 국감에서도 경부운하를 둘러싼 찬반토론이 진행됐기에 이에 대한 기자의 관전평을 이번 시리즈에 삽입합니다. [편집자말]
▲ [국감현장] "경부운하 홍보해! 왜 겁을 먹어?"
ⓒ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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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승환 의원의 프리젠테이션 파일 이름
 한나라당 박승환 의원의 프리젠테이션 파일 이름
ⓒ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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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정감사 첫날인 17일 오후 4시10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설치된 프리젠테이션 자막에 뜬 다음과 같은 파일명이 눈길을 끌었다. '방어용'.

나중에 알고보니 한나라당 한반도대운하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승환 의원의 프리젠테이션 저장 파일명이다. 당내에서도 재검증론이 쏟아질정도로 사면초가에 처한 '이명박 발 경부운하'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 뒤 3시간여에 걸쳐 경부운하를 둘러싼 여야간의 날선 공방이 오갔다. 의원들간의 공방이라기보다는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의원들을 대신해 치룬 대리전.

국감 기간 내내 건교위를 비롯해 환노위, 정무위, 재경위 등 상임위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경부운하 국감'이 이와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국감 첫날 진행된 첫 번째 '전투'에서 박 의원의 방어율은 어느정도일까? 경부운하 반대론자인 내가 판단하기에는, 한나라당이 내세운 첫 번째 주자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기본 자세에서부터….

[#장면 1] "나는 미국에서 환경공학으로 정년 보장받은 교수인데..."

17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건설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한 검증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재광 위스콘신대 교수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17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건설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한 검증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재광 위스콘신대 교수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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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운하 전문가로 알려진 독일의 크라우스씨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사이에 영어를 못해서 독일어로 대화를 했다. 그런데 독일어과 교수가 말하더라. 영어를 못하면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오지 못하고 실업계를 나온 사람일 것이라고. 학문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그런 분이 '산악지대이기 때문에 안 된다' '경부운하는 미친 짓'이라고 말할 자격이 되나. 난 한국인으로 미국에서 환경공학으로 처음으로 정년보장을 받은 교수다."

박 의원이 일으켜 세운 참고인 박재광 위스콘신 교수의 말이다.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오고 학문적으로 뛰어나지 못한 사람"으로 평가받은 만프레드 크라우스씨는 독일 최대 환경운동단체인 '독일 환경보호연맹 지구의 벗(BUND)'에서 강(江)의 수질을 담당한다.

크라우스씨는 올해 초 내가 독일 현지 취재 때 인터뷰한 인물이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월 26일자 '한국 강바닥엔 금이라도 박혀있나'란 제목으로 그의 말을 보도한 바 있다. 골재 판매대금으로 공사비의 절반을 충당하겠다는 우리나라의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의 이야기를 전하자 나온 발언이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경부운하의 모델로 삼았다는 독일의 운하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초창기에는 700톤의 배가 운하를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3000톤의 배가 다니고 있다. 다른 운송수단과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경쟁력이 떨어지니까 3층으로 물품을 선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 선박 높이 때문에 대부분의 다리를 부수고 다시 건설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 운하가 대형화되면서 폭을 계속 넓혀야 한다. 철로는 한번 깔면 그만인데, 운하는 계속 막대한 돈을 퍼부어야 한다. 특히 운하에 비해 경제적으로 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인 철도 시스템의 경우도 현재 물동량의 70%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굳이 운하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

이날 국감장에서 박 교수는 크라우스 씨의 주장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확인되지도 않은 그의 학력을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과연 이런 태도가 학자적 자세일까.

[#장면 2] 경부운하에 뜨는 배는 18척? 69척?... 찬성론자들도 오락가락

17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건설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한 검증 공방이 오가자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이 이의제기를 하고 있다.
 17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건설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한 검증 공방이 오가자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이 이의제기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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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부운하 반대측 증인으로 나선 인사들은 한결같이 완성된 경부운하 공약을 주문했다. 공약이 계속 바뀌고 있고 한나라당을 대표해서 나선 인사들의 말도 통일되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날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우선 박승환 의원의 '호출'을 받은 조승국 한세대 교수는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해 방어에 나섰다.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2500톤급 배 18척이 매일 운행할 것이다. FTA 체결을 상정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물동량을 실어나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물동량 예측치를 감안해 계산해본 결과 하루 5000톤급 배 6척이 담당할 수 있는 물량"이라는 지적에 대한 반론이었다. 박진섭 생태지평 부소장은 "수십조원을 들여 고작 이 정도의 배가 다니면 해결할 수 있는 물동량을 갖고 '물류혁명' 운운하는 것은 곡학아세"라는 비판해왔다.

하지만 이날 방어에 나선 조 교수가 제시한 '18척'도 사실은 오십보 백보라고 할 수 있다. 박 부소장은 조 교수의 반론에 대해 "물동량 계산을 어떻게 하셨는지 모르겠다"면서 "부산항 물동량 처리량을 보면 바지선 5척밖에 안 된다"고 거듭 공세에 나섰다.

이에 윤두환 한나라당 의원은 참고인으로 참석한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한나라당의 운하정책 환경자문교수단 단장)에게 "물동량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 데, 정말로 2011년에 (경부운하에 다니는 배가) 12척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박 교수는 "그것도 굉장히 선동적인 이야기"라면서 "부산항 물동량을 살펴봤을 때 왕복 69척 다닐 수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박 부소장의 추정치는 그렇다 치고, 한나라당의 '대표선수'로 나선 두 인사들조차도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또 박재광 교수는 "과거에 지은 운하를 제외하고, 최근 들어서 운하를 미래의 교통망으로 생각하고 건설하는 국가가 있는가"라는 한병도 의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운하가 생기면 물동량은 생기게 되어있다."

'한국인으로 미국에서 환경공학으로 처음으로 정년보장을 받은 교수'의 답변이다. 

[# 장면 3] 선박사고는 63빌딩에 비행기 부딪칠 확률과 같다더니...

"박석순 교수께서 운하가 안전하다고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운하에서의 선박사고가 63빌딩에 비행기가 부딪힐 확률이라고 말하셨다. 실제로 그런가?"

한병도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박석순 교수를 행해 질문하자, 국감장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 웃음의 의미를 난 '황당한 말을 한 교수'에게 보내는 비아냥 정도로 해석했는 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잠시 머뭇거리던 박 교수는 "제가 말한 것은 (운하에서의) 독극물 유출 가능성을 그렇게 비유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지난 2일 불교환경연대가 주최한 자리에서 선박 사고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의 지적에 대한 그의 정확한 답변은 아래와 같다.

"선박사고 얘기할게요. EU에 25개 나라 중 18개국에 운하가 있다. 3만5천㎞의 운하가 있다. 거기에 배가 다니다가 사고 한두번 난 것 가지고 이걸 엄청나게 많은 사고가 나는 것처럼…. 지금 운하에 배 사고날 확률은 63빌딩에 비행기가 충돌하는 것과 같은 확률입니다."

박 교수가 '독극물'이란 단어를 생략한 지는 모르겠지만, 토론회 현장에 있었던 나로서는 분명 선박 사고 가능성에 대한 답변으로 들렸다.

한 의원은 이어 "독일 해상경찰청에 따르면 독일 운하에서의 사고는 한해 500건 이상"이라면서 사실상 상수원에 건설되는 경부운하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 장면 4] 자기편 '선수'에게 "예, 아니오라고 대답하세요"?

이명박 후보 측에서 갑문 예정지로 지목한 바 있는 서울 잠실 수중보 북측 갑문에 15일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온몸에 쇠사슬을 묶고 올라 "STOP 경부운하"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경부운하가 건설되고 선박이 운항될 경우 서울시민 90퍼센트의 식수원을 공급하는 잠실 상수원은 치명적인 오염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경부운하 중단을 촉구했다.
 이명박 후보 측에서 갑문 예정지로 지목한 바 있는 서울 잠실 수중보 북측 갑문에 15일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온몸에 쇠사슬을 묶고 올라 "STOP 경부운하"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경부운하가 건설되고 선박이 운항될 경우 서울시민 90퍼센트의 식수원을 공급하는 잠실 상수원은 치명적인 오염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경부운하 중단을 촉구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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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니오로 답변하세요."

국감장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할 말은 많고, 말할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그래서 의원들은 피감기관 관계자를 불러놓고 다그치듯 단답형 답변을 요구하곤 한다. 그런데 이날 국감장에서는 역전된 상황이 발생했다. 김석준 한나라당 의원이 찬성측 참고인들을 상대로 이같은 상황을 재연한 것. 김 의원은 자신도 민망했던지 "시간이 하도 없어서..."라면서 박석순 교수와 이창석 교수에게 양해를 구한 뒤 속사포처럼 자신의 질문을 이어갔다.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죠?"
"예"
"운하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죠?"
"예"
"수질이 더 좋아지는 상황이죠?"
"예"
"운하가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사실은 아니죠?"
"예"
"4년만에 완성할 수 있다? 충분하죠?"
"예"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학자를 불러놓고 이런 식으로 질문하는 의원과 그 질문에 단답형으로 답변하는 학자들. 한편의 씁쓸한 코미디를 연상케했다. 급기야 대통합민주신당의원들은 "그럴 거면, 그냥 혼자해, 뭘 묻고 그래?"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김 의원이 참고인들에게 "운하가 홍수를 절대 유발하지 않죠? 오히려 예방하죠?"라고 묻자 그 뒤부터 민주신당의원들이 참고인들과 함께 합창하기 시작했다.

"예...예...예". (웃음)

[# 장면 5] 127쪽 '정책자료집'과 10여쪽짜리 '반론'의 대결

국회 건교위 소속 참주인연합 김선미 의원이 17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건설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이 낸 경부운하 구상 타당성 검토 정책자료집을 훑어보고 있다.
 국회 건교위 소속 참주인연합 김선미 의원이 17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건설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이 낸 경부운하 구상 타당성 검토 정책자료집을 훑어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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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날 '경부운하 국감'에서 찬성과 반대측의 대결 결과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건교위 소속 대통합민주신당 소속 의원 12명은 국감장에서 '경부운하는 국가파산, 식수재앙, 국민고통사업이다'는 제목의 자료집을 배포했다.

127쪽에 달하는 이 자료집에는 경부운하를 둘러싼 쟁점을 11개로 나눠 조목조목 반박했다. 각종 데이터와 외국의 사례 등이 풍부하게 정리됐다. 대통합민주신당측 증인으로 출석한 인사들은 한 개의 프리젠테이션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담아 의원들의 질의에 일사분란하게 답변했다.

반면, 이명박 대선후보의 대표공약인 경부운하를 방어하기 위해 나선 한나라당 의원들은 서툴렀다. 이들은 이날 오전 부랴부랴 '경부운하 구상의 11가지 쟁점에 대한 우리의 의견' 제하의 10여쪽짜리 반박문을 발표했다. 공세에 나선 인사들은 각종 데이터를 제시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지만, 방패를 들고 나선 한나라당측의 반론은 개략적이었다. 

이런 상황은 국감장에서도 이어졌다. 그나마 박승환 의원만이 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일찌감치 자신의 발언 시간을 다 써버린 박 의원의 얼굴에는 초초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 의원이 즉석에서 발언 시간이 남은 다른 의원들에게 질의문을 적어 전달하거나, 직접 불러 어떤 질의를 할 것인지 주문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막상 다른 의원들의 질의 내용은 신통치 않았다.

급기야 김석준 의원이 참고인에게 단답형 대답을 요구하는 상황을 연출하자 "예'라고 거듭 답변하는 참고인은 물론 같은 당 동료의원들도 머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렇다면 이날 박 의원의 방어율은 얼마나 될까?

박 의원은 이날 국감이 끝난 뒤 귀가하는 홍종호 한양대 교수(반대측 증인 출석자)에게 다가가 이렇게 부탁했다.

"홍 교수님, 경부운하 B/C분석(비용/편익 경제성 분석) 좀 잘 해 주세요."


태그:#경부운하, #한반도대운하, #박승환,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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