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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장애인 아오야기 시게오(48)와 함께 한 지난 이틀은 내가 앞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고민해야할 중요한 것 하나를 의미있게 전해주었다. 가끔 고민을 했지만, 명쾌하게 답변을 얻지 못했고, 앞으로도 오랜 시간동안 답을 찾기 어려울 것 같았던 그 고민은 바로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것이었다.

 

그를 만난 것은 강화도의 폐교(신성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오마이스쿨에서 였다. 지난 금요일부터 그곳에서 2박3일의 '제2회 한일시민기자 친구만들기' 행사가 있었다. 한일 양국의 시민기자들이 만나 시민 저널리즘 정보를 나누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찾기 위한 행사였다.

 

이번 행사에는 한일 양국에서 각각 20명씩 모두 40여명의 시민기자 참석했다. 일본 측 참석자로 아오야기 시게오씨와 그 부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참석한 모든 시민기자가 모두 의미있는 일정을 보냈겠지만, 나에게는 시민기자로서의 교류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일의 교훈까지도 얻는 귀중한 자리였다. 그 귀중한 교훈을 전해준 사람이 한나절의 강화여행 동안 내 차를 이용해 이동한 아오야기씨였다.

 

 

 

48세인 그는 25세에 사고를 당해 중증 장애인이 되었다. 사고가 난 뒤 한동안 깨어나지 못한 채 식물인간으로 있었다. 의식이 돌아온 것은 사고가 난 지 2년 6개월이 지난 뒤였다. 그는 자신의 몸 상태를 보며 자살을 생각했었다고 했다. (사고가 나고, 장애인이 된 것을 어떻게 극복했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그저 힘들었다고만 말했지만, 대화가 마무리 될 때쯤 자살을 생각했던 심경까지 이야기 했다.)

 

자살의 생각을 버리도록 한 것은 그의 선생님이었다. "장애인이 되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고 살아가는 일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을 때 그 선생님은 '존재적 역할'을 말씀하셨습니다." 존재적 역할이란, 있는 그 상태 그대로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것이란다. 식탁에 놓여 있는 한송이 꽃은 그 존재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준다는 것이다. 존재적 역할을 말씀하신 선생님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그를 아는 사람들이 슬프게 하는 것은 더 큰 죄악이라는 말도 함께 하셨다.

 

선생님의 말씀으로 자살의 유혹에서 빠져나온 그는 평온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33세에 부인을 만나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그런 삶에 새로운 활력이 된 것이 오마이뉴스였다. "그동안 정치, 사회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대화 상대는 오직 부인뿐이었어요. 거동이 불편하여 대부분 집에만 있으니까요. 하지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게 된 이후에는 글로 내 생각을 표현하고, 그 글의 댓글 등을 통하여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것으로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오야기 씨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사고로 손의 기능도 모두 잃어 손에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자판을 눌러 글을 쓰는데 그게 보통일이 아니다.  그렇게 쓸 수 있는 글은 하루에 A4용지 1/3쪽. 사흘을 꼬박 써야  A4용지 한 장을 채울수 있다. 글을 많이 쓰고 싶지만, 그런 이유로 한편의 글을 쓰는데 보름정도 걸린다. 그가 지금까지 일본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은 모두 20여편. 그중 대표작은 사고 후, 식물인간에서 깨어난 뒤 어려움을 극복한 내용을 기사로 작성한 글인데, 그 기사는 일본 오마이뉴스의 최다 조회기사 기록을 가지고 있다.

 

행사 기간중 진행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특별강연에서 "북한에는 권불십년이 왜 적용되지 않느냐"고 질문도 했고, 강화를 돌아보는 동안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인돌을 보며 "발굴조사를 했느냐, 족장의 무덤으로 추측하는 근거는 무엇이냐" 등 여러 질문들을 쏟아내며 다양한 관심을 표현했다. 아오야기 씨가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작성하는 기사는 일본 역사 바로세우기. 그는 요즘의 일본 역사 의식은 '단순한 우경화로 보기에는 너무 심한정도'라고 꼬집으며,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그 피해가 다시 후손들에게 이어질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국방문의 소감을 말해달라는 기자에게 이번이 한국의 첫 방문이라며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이라서 많은 것들이 비슷할 줄 알았는데, 너무 달라서 놀랐다고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해서 고마웠다는 말도 함께했다.

 

또한, 오마이뉴스 한국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한마디를 남겨 달라는 부탁에 자살을 생각했던 심경을 이야기 하며, 존재적 역할을 이야기 했다. 존재적 역할... 타인에게 뿐만 아니라 어쩌면 스스로로 부터도 소외당하고 있고 현대인들에게 그 역할은 가장 중요한 단어가 아닐까? 그리고 그 단어는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오랜 시간동안 찾지 못한 의문의 가장 훌륭한 답이 아닐까?

 


태그:#한일친구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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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홈페이지 초록별 가족의 여행(www.sinnanda.com) 운영자 입니다. 가족여행에 대한 정보제공으로 좀 다 많은 분들이 편한 가족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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