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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제1 공약'이었던 경부운하 공약은 사실상 실종됐다. 한나라당이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약 요약집에 소개되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구석에 처박힌' 상태. 지난 1년여동안 경부운하 공약을 심층 검증해 온 <오마이뉴스>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각계의 전문가들을 상대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NO 경부운하'에 대한 총정리본인 셈이다.  <편집자주>

"한 토론회에서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경부운하는 이제 제1 공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10대 공약 요약집이 나와있는데, 그 공약의 1개 분야에 속한 여러 개의 세부 공약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운하는 우리가 해야할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의 전언이다. 이 정책위의장이 최근 한 토론회에 나와 '여전히 경부운하는 이명박 후보의 제1공약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기자는 안 총장의 말을 듣고 실제 한나라당 홈페이지에서 찾아봤다. '경부운하로 4만불 시대를 열겠다'는 휘황찬란한 구호는 종적을 감췄고 경제공약에도 언급조차 안됐다. 대신 '아름답고 살고 싶은 국토대창조'라는 카테고리의 하부 공약 중 한 개로 전락해 있었다.

 

안 총장은 "경부운하 공약 폐기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구석에 처박아 놓은 상황' 이게 바로 우리가 얻은 성과"라면서 "지난 선거 과정에서는 개발 공약을 쏟아내면서 지역 주민 표심을 자극하는 정치인들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최소한 검증없는 허황된 공약을 들고 나오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정치인들도 인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총장은 지난달 29일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경부운하로 4만불시대? 경제공약에서도 사라진 '제1공약'

 

지난해 10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의 제1공약으로 선포했던 '경부운하', 그 뒤 안 총장은 유력 대권 후보인 이명박 후보가 내건 개발공약과 싸움을 벌여왔다. 그는 우선 소회부터 풀어놨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정치적 구도 속에서 어떻게 변질되는지 똑똑히 보았다.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정직해야 하고 '연구에 따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을 전부 무시하고 뻔뻔스러운 과장과 거짓말을 일삼았다. 지식인이 나약하고 권력추수적이라는 얘기는 익히 들어왔지만, 이 정도 수준일지….

 

그리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개인적으로 만나면 경부운하를 비판한다. 하지만 겉으로 나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현재 저 쪽(경부운하 찬성론자)은 '10년동안 연구한 100명의 학자가 있다'는 데, 막상 3~4명만이 뛰고 있다. 경부운하가 대선 국면이 아니라 평상시에 터져나왔다면, 이쪽에서는 1000명이 나와서 반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 총장은 경부운하 정책 공방이 아니라 정치 공방으로 변질된 악조건 속에서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자평했다.

 

경부운하 공약에 대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50%에 가까운 지지를 받는 이 후보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공약 폐기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는 것. 한편으로는 시민사회진영이 내걸었던 '경부운하 공약폐기'란 구호는 대선이 끝나기 전에는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였다는 것이다.  

 

 

경부운하 찬성측 전문가들 "뻔뻔스런 과장과 거짓 일삼아"

 

그래도 끝내 이 후보가 경부운하 공약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리고 정책선거를 항상 강조하면서도 막상 그의 '얼굴'이기도 했던 대표공약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형국에서도 여전히 유력대권 후보라는 것에 대해 "갑갑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안 총장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역대 선거에서 후보들이 내건 '개발 공약'의 경우와는 정반대의 길을 거쳤다. 대부분의 개발공약들이 일부 이득을 보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편승해 지지율이 높아졌다. 정치인들의 이런 행태가 우리 사회의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겼고, 이런 악순환이 선거에서 지속됐다.

 

그런데, 경부운하 공약 지지율은 지난 연말과 올 초에는 찬성측이 반대 쪽보다 높았으나, 시민사회진영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당내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되레 낮아졌다. 지금은 '제1공약'에서 '1/n 공약'으로 축소되지 않았나."

 

안 총장은 이어 "경부운하 공약은 토목건설 사업자 출신의 경력에서 출발한 자기 확신일 수 있고 선거 국면에서 표를 사기 위한 정략적 공약일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토건회사 사장 경력이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이명박 표 공약이라는 점"이라며 "이런 공약을 버젓이 내건 것은 토건이 없으면 경제 구조가 무너지는 '토건중독증'에 걸린 한국 경제구조의 취약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선된다면 경부운하 반대여론은 되레 높아질 것"

 

안 총장은 또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경부운하 공약의 지지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낙관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그나마 지금은 이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선 국면이라는 상황 때문에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데, 당선이 된다면 반대여론은 급속도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경부운하 공약의 허구성을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비판했다.

 

"1988년 마무리된 한강종합개발사업에는 4000억원이 투여됐다.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4조~6조원정도 된다. 그리고 김포에서 천호대교 사이 32㎞이다. 경부운하는 540km. 공사비를 단순계산하면 70조~80조원이 든다는 결론이다. 난공사인 터널을 계산하지 않은 수치이다.

 

게다가 경부운하는 6~9m 수심을 팠지만, 종합개발 사업에서의 기준 수심은 2.5m였다. 현재 한강의 수심은 육안으로 보면 깊어 보이지만, 경부운하를 건설한다면 다 파내야 한다. 대체 무슨 근거로 14조원만 투입하면 경부운하를 건설한다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음은 안 총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을 '환경-수질' 쟁점 중심으로 정리한 요약본이다.

 

[쟁점 ①] 준설을 하면 수질이 개선되나? "전형적인 왜곡"

 

"환경부는 자연형 하천정화사업, 건교부는 자연형 하천정비사업을 통해 오염된 퇴적물을 부분적으로 준설을 해왔다.

 

준설을 결정할 때 중요한 기준은 준설로 인한 '수질개선 가치'와 '생태계 보전 가치'이다. 무엇이 중요한가를 검증한 뒤 결정하는 것이다. 준설을 한다고 해도 그 구간이 고작 몇십~몇백m이다. 그만큼 준설이 하천 수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경부운하는 500㎞ 전 구간을 준설하겠다는 것이다. 퇴적물이 어느 정도 쌓여있는지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준설의 수질개선 효과만을 강조하는 것은 전형적인 왜곡이고, 침소봉대이다." 

[쟁점 ②] 수량이 풍부하면 오염된 물이 희석되나? "고인물은 썩는다"

 

"어항의 썩은 물을 욕조의 깨끗한 물에 넣으면 어항에서의 수질보다 오염도가 낮아진다. 하지만 욕조의 물을 10일 정도 그대로 두면 원래 어항의 썩은 물과 같아진다. 희석 효과를 얘기하려면 오염원이 없어야 하고, 물이 흘러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뱃길을 유지하기 위해 보를 만들면 물이 정체된다. 또 낙동강과 한강 주변의 하수처리율은 높아도 60%정도이다. 하수처리율을 높이지 않는다면 고인 물에 오염원이 보태지면서 전체가 오염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쟁점 ③] 상수원 이전하면 먹는 물 문제 해결되나? "자치단체간 아귀다툼"

 

"운하를 만들면 운하 구간에서는 취수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그 대안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는 게 문제다. 그럼에도 취수원 이전이 현실화된다면 먹는 물의 전량을 확보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40~50% 수준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머지는 운하의 물에서 취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고 해도 자치단체들끼리 물을 둘러싼 전쟁, 아귀다툼을 벌일 것이다. 누가 운하의 물을 먹겠다고 할 것인가. 그리고 4년 이전에 취수구를 이전한다는 데, 국회 예산 심의를 거칠 수 있겠는가? 또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이 향후 5년간 사용할 농업용수, 공업용수 등에 대한 수리권 신청을 다 해 놓았다. 상수원을 옮긴다면 그 지역 주민들은 이걸 다 내놔야 한다. 가능할까?"

[쟁점 ④] 강변여과수가 먹는 물 대안? "지질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강변여과된 물의 수질은 철과 망간을 제외하고 깨끗한 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투입된 물 대비해 사용가능한 물을 분석해야 한다. 지질 구조를 보면 낙동강 유역의 특정 지역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강유역은 강변여과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지질여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 가령 강변여과는 자갈과 모래측의 공극에 물을 통과시키면서 오염 물질을 흡착시키는 방식이다. 그런데 한강 유역의 경우 그 공극을 금방 진흙이 메워버린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 생산량이 50% 수준으로 떨어진다. 게다가 한강유역의 경우 종합개발사업을 하면서 자갈과 모래가 거의 없어진 상태다." 

[쟁점 ⑤] 경부운하가 지구온난화의 대안? "철도는 이산화탄소 덜 배출"

 

"경부운하 찬성 쪽 얘기를 빌자면 운하를 만드는 데 8억㎥ 이상의 골재를 걷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해야 한다. 골재를 트럭이 운반해야 한다. 하지만 찬성론자들은 그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문제는 제외한다. 이것이 바람직한 방식인가? 지구온난화 얘기를 할 때에는 전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찬성론자들은 유럽 주운회사가 내놓은 자료를 인용한다. 그 자료를 보면 가령 배가 1톤을 싣고 1㎞를 가는 것과 트럭이 그와 같은 물량을 싣고 가는 거리를 비교한다. 그런데 그게 의미가 있는 것인가.

 

서울과 부산을 오간다면 도로는 400여㎞의 거리다. 운하는 구불구불 540여㎞를 가야한다. 무려 100여㎞의 차이가 나는데 이를 무시할 수 있나. 주운회사의 주장과는 달리 독일연방청의 경우 이렇듯 전 과정으로 검증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철도가 배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한다. 그걸 왜 말하지 않나."


태그:#경부운하, #안병옥 사무총장,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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